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 10마리

깐순이네농장, 첫걸음

by peacegraphy

삐약삐약 삐약삐약. 집에서 왠 병아리 소리가 들린다. 소리의 근원지는 창고, 부화기가 있는 곳이다. 7전8기. 병아리를 부화시키겠다던 아버지의 계획이 성공을 거뒀다. 유정란 30개 중 무려 10개가 새로운 생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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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직접 만든 부화기는 병아리들의 탄생 후 인큐베이터 역할까지 하고 있다. 작은 상자 안을 헤집고 다니는 병아리들, 먹기도 잘 먹는다. 이 아이들은 일단 세상과 맞설 체력을 기른 뒤, 뒷마당에 있는 대형 닭장으로 향할 예정이다.


대형 닭장에는 생후 한 달쯤 된 청계-푸른 빛이 도는 청란을 낳는 토종닭-들이 살고 있다. 몸집이 크진 않지만 잽싼 움직임을 가졌다. 야생 족제비가 물어가진 않을까, 아버지의 노심초사가 깃든 곳이다.

주말 오후엔 두 달쯤 된 청계 9마리와 백아메 2마리가 들어왔다. 백아메는 한마리에 20만원이나 한다고. 유정란은 알 하나에 5000원이란다. 원래 키우던 토종닭들과 같은 우리에 넣어놧더니 서로 낯을 가린다. 서열정리가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집 바로 앞 작은 우리 하나, 뒷마당에 큰 닭장 하나. 닭을 키우는 공간은 두개다. 원래 살던 토종닭 몇마리와 새로 들어온 '청소년' 청계 9마리, 백아메 2마리, 그리고 쥐들로부터 얘네를 지키는 고양이 한마리가 작은 우리에 산다. 큰 닭장엔 '초딩' 청계 40여마리가 크고 있고, 몇주 지나면 부화기에서 태어난 10마리가 여기에 합류할 예정이다.

아들 생일이라고 아끼던 닭 두마리를 잡았다. 우리집에서 태어나 10년 가까이 살았던 닭이다. 끓인물을 부어 닭털을 뽑고, 가마솥에 뽕나무를 넣고 5시간 넘게 푹 삶았더니 쫄깃한 백숙이 완성됐다. 사실상 방목과 마찬가지로 키운 '보약'이다. 동네 사람들과 내 친구들이 모여 작은 잔치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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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특별한 닭' 100~200마리가 건강하게 뛰어놀면서 알도 잘 낳아주고, 훌륭한 고기도 주는 날을 기다린다. 산짐승들이 물어간다든가 하는 변수만 없다면 이루기 어렵지 않은 꿈이다. 소소하지만 충분할 그 행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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