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새로운 도전
자연주의 닭농장을 꿈꾸다
by peacegraphy Aug 27. 2019
아버지가 오랫동안 해온 건축일은 몸에 무리가 간다. 관리감독만 해도 되는데, 현장을 보면 몸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아버지 나이도 이제 64세. 엄마도 이제 집 좀 그만 지으라고 만류하셨다.
부모님이 살고 계신 본가도, 300미터 거리의 깐순이네민박도 아버지가 직접 지었다. 엄마와 나도 일손을 보탰다. 나 혼자 사는 서울집도 아버지와 함께 직접 리모델링을 했다. 특별한 집들,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공간들을 남겼다.
요즘 아버지는 한동안 일을 손에서 놓으셨다. 텃밭을 돌보며 잔잔한(?) 날들을 보냈다.
문득 궁금했다. 아버지는 나이가 들었다고 손을 놓을 사람이 아니다. 요즘은 어떤 궁리를 하고 계실까. 주말을 맞아 밤늦게 시골집에 내려가며 든 생각이다.
역시나, 새로운 '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잠에서 깬 아버지는 신나게 '공사계획'을 늘어놓았다. (아버지는 내가 용돈을 줄 때보다 같이 일할 때 더 좋아하신다.)
닭장을 사실상 자연 방목 수준으로 크게 만들어 청계나 토종닭을 키우겠다는 계획이었다. 몸집은 작고 에쁘게 생기고 희귀한 닭 품종들이다. "100마리 정도 키워서, 얘네는 이틀에 한 번씩만 알을 낳는데 판매는 어떻게 하고...". '청사진'이 펼쳐졌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뒷마당에 올라갔다. 공사가 한창이었다. 들깨를 심어놨던 밭이 평평하게 다져져 있었다. 집을 질 때도 농사를 할 때도 쓰이는 '만능 포크레인'이 내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긴 파이프로 기둥을 세우고, 망으로 기둥을 둘렀다. 40평은 되는 넉넉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나중에 닭들이 쉴 횃대와 그늘이 돼줄 나무들을 심었다.
깐순이와 깐식이, 몽실이도 덩달아 신났다. 처음부터 닭들과 어울린다면 좋은 경비견(?)이 될 법도 하다.
다 큰 닭들을 사올까 고민하더니.. 며칠 뒤 연락을 받았다. 유정란을 샀다고, 집에 있는 부화기에 오늘 넣었다고 한다. 이것도 아버지가 직접 만든건데, 부화율은 지독하게 낮다. 알 10개 중에 1~2마리 부화되는 정도.
칠전팔기, 해보는거다. 알에서부터 시작하니 말그대로 처음부터 시작이다. 아버지의 새로운 도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된다. 아니, 즐거울 게 확실할 그 과정이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