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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Apr 07. 2017

피핀

서양판 영조와 사도세자! 샤를마뉴 대제와 피핀 황태자의 이야기!

반갑습니다. 여러분.
오늘 하루 행복한 시간들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 시간에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공연이 이루어지지 않는 해외의 명작 뮤지컬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공연은 뮤지컬 <피핀>입니다. 한국에서는 공식적으로 공연이 올라간 것은 단 두차례이고 그나마 한 차례는 대학교 동아리에서 진행되었을 뿐이라 대중적인 인지도는 별로 없는 뮤지컬입니다. 이 시간에는 뮤지컬 <피핀>에 대한 소개와 줄거리, 읽어볼만한 이야기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뮤지컬 <피핀>은 197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공연입니다. <위키드>로 유명한 스티븐 슈왈츠가 작사/작곡을 맡고 시카고로 유명한 전설적인 안무가 밥 포시가 연출과 안무를 맡았습니다. 샤를마뉴 대제의 아들인 피핀 4세라는 실존했던 인물의 일생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극중극과 유사한 방식으로 사회자가 이끄는 작품 속 극단이 이 내용르 다룬 작품을 공연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리바이벌되어 토니상 뮤지컬 리바이벌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대부분의 넘버가 현대적으로 재편곡된 것은 물론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유랑극단 느낌 대신 서커스 컨셉을 적극적으로 차용했고 사회자를 여성배우로 캐스팅해서 색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흔히 알려진 대작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상당히 난해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극의 설정 자체가 '한 극단이 피핀의 인생을 다룬 뮤지컬을 공연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뮤지컬에서는 이례적으로 소격효과(관객이 연극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극 전체에 걸쳐 적용하기에, 관객의 몰입은 끊임없이 깨지다가 배우와 인물이 분리되는 2막에 들어서는 극에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그리 유명하지 않은 피핀 4세의 일생을 그리지만, 작품의 내용은 주변 인물이나 몇몇 중요 사건을 제외하면 실제 역사와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피핀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고뇌와 어려움들을 묘사하고 현대의 삶을 연상시키는 시대착오적 요소를 내세워 이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작품 이해를 위해 간단히 줄거리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무대에 선 사회자가 관객들을 환영하면서 오늘 선보일 쇼의 주인공인 피핀 왕자를 소개합니다. 위대한 명군인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샤를마뉴 대제의 후계자이지만 아버지와 여러 면에서 맞지 않습니다. 그의 나이는 이제 25살로 여느 20대가 그렇듯이 누구와도 다른 자기만의 인생을 꿈꾸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겠다는 야망에 불타고 있습니다.

그는 정복왕인 아버지처럼 전사로서 용맹하게 싸워서 명예를 얻고 싶은 마음에 샤를마뉴 대제에게 전쟁에 내보내달라고 간청해서 군대를 이끌게 됩니다. 피핀은 자신의 바람대로 큰 승리를 거두지만 끔찍한 살육의 현장을 보면서 환멸을 느낍니다.

심신이 지친 피핀은 자신을 위로해줄 할머니 버싸의 시골 집을 방문하고, 유쾌한 할머니에게 '인생은 짧고 금방 흘러가니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연애를 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하라'는 충고를 받습니다.

전쟁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데 실패한 피핀은 할머니의 조언대로 아름다운 여인들과 뒹굴면서 쾌락을 찾지만 금세 공허함에 사로잡힙니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피핀은 아버지 샤를마뉴 대제가 백성들을 가혹하게 통치하는 것을 보고 혁명을 일으켜 세상을 바로잡는 것에서 의미를 찾기로 결심합니다.

피핀은 계모 파스트라다가 자기 아들 루이스를 계승권자로 만들기 위해 꾸민 계략인지 모르고 성당에서 기도하던 아버지를 살해하고 왕위에 오릅니다. 통치 초기에는 백성들을 위한 혁신적인 시도를 하지만 곧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아버지와 똑같은 길을 가는 자신의 모습에 낙담합니다. 피핀은 사회자에게 부탁해서 아버지를 되살리고 왕위에서 물러납니다.

방황을 계속하던 피핀은 농장을 이끄는 아들 딸린 과부 캐서린과 사랑에 빠지지만 곧 평범한 생활에 흥미를 잃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지 못한 피핀에게 사회자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진짜 특별한 도전이라면서 불에 뛰어들 것을 권합니다.

스스로 불 속에 뛰어드는 극적인 죽음이야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특별한 인생으로 기억될 유일한 방법이라는 유혹에 설득되어 피핀이 몸을 던지려는 순간, 캐서린과 그의 아들이 피핀의 마음을 되돌립니다. 사회자는 자신이 원하는 결말대로 되지 않은 것에 화를 내며 피핀에게서 의상과 조명을 모두 빼았지만, 피핀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는 평범한 삶을 선택한 것에 만족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안무가인 밥 포시 특유의 연출과 안무로 유명합니다. 밥 포시는 지금까지도 가장 혁신적인 뮤지컬 안무가로 평가받고 있는데 <시카고>, <카바레> 등이 그의 손을 거친 작품입니다. <피핀> 역시 밥 포시가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기에 만든 작품인데 일대기 작품의 단점인 지루한 구성을 포시의 안무로 보완해냅니다. 포시가 고안한 안무들은 유혈이 낭자한 전쟁의 모습을 희화화하면서 절제되고 세련된 동작과 광적인 살인 현장의 섬득한 연출까지 훌륭히 해냅니다. 이 덕에 1973년 토니상에 11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어 5개 부문(연출, 안무,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 조명디자인)을 수상하였습니다. 

보통 안무가와는 다르게 춤을 예술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던 포시는 무엇보다도 관객들의 시선을 중시하였습니다. 때문에 유랑극단, 서커스, 마술쇼, 섹시댄스와 같은 관객들의 시선을 끌만한 볼거리로 가득합니다. 초연 때 <피핀>이 무대디자인과 조명디자인 부문에서 토니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한국에서는 2005년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된 바 있으며, 2015년 연세대학교 뮤지컬 동아리에서 리바이벌 프로덕션에 기반한 연출로 공연하기도 하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서유럽 역사와 미국식 유머, 자극적인 노출과 안무가 많기에 라이센싱 공연이 언제쯤 이뤄질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관람할 가치가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만약 이뤄진다면 현지화가 된 버전의 라이센싱 공연이 될 가능성이 큰데요. 오늘 포스팅 보신 분들은 추후에 <피핀> 공연이 국내에서 이뤄지게 되면 꼭 관람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인사드리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cf) 피핀 4세

샤를마뉴 대제(왼쪽)와 피핀 4세(오른쪽)

실제 피핀 4세는 프랑크 왕국 샤를마뉴 대제의 장자로서 아버지와 같은 이름인 피핀이라는 이름을 물려받았습니다. 허나 그는 곱사등을 갖고 태어난 것에 아버지인 샤를마뉴는 분노하였고 그를 사생아 취급하며 내쳐버렸습니다. 거듭된 부왕의 냉대와 왕위 계승권을 위협받다가 결국 왕세자 자리에서 폐출되었고 왕궁에서 거리가 먼 수도원으로 보내져 강제로 머리를 깎고 수도사가 되는 고초를 겪습니다.
이에 앙심을 품던 피핀은 훗날 샤를마뉴에 반발한 귀족들과 내통하여 반란을 일으켰지만 사전에 발각되어 전원 체포당하고 맙니다. 그후 샤를마뉴가 사형에 처해질 것을 감형하여 죽을 떄까지 수도원으로 유폐시키는 것으로 감형하여 그곳에서 삶을 마치고 맙니다.

모든 건 다 때가 있다는데
그 이유를 알고 싶어
고양이들은 창문틀에
아이들은 눈과 어울리지
왜 나는 내가 가는 곳마다 내가 있을 곳이 아닌 느낌인지

강물은 자유롭게 흘러가고
독수리들은 저 하늘을 맘껏 날아다녀
나도 내 영혼이 자유롭게 달려갈 수 있는 곳에 있고 싶어
저 하늘 어딘가 내 자리를 찾고 싶어

모든 사람들은 꿈을 꾸고
다들 목표를 갖고 있지
사람들은 꿈이 영혼이 함께 하는 걸 좋아하고
천둥은 번개를 가지고 있고
나이팅게일은 멋진 노래를 갖고 있는데
나도 내 삶이 단순히 긴게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찾고 싶어

많은 사람들이 작은 일들에 정착하지만
난 모든 걸 갖기 전엔 멈추지 않을꺼야
내가 어떤 길을 가든지 상관하지 마
그냥 나의 길을 지켜봐줘
저 멀리서 동터오는 새벽에 난 노래하겠어

강물은 자유롭게 흘러가고
독수리들은 저 하늘을 맘껏 날아다녀
나도 내 영혼이 자유롭게 달려갈 수 있는 곳에 있고 싶어
저 하늘 어딘가 내 자리를 찾고 싶어

<Corner of the Sky>
- Sung by Matthew James Thomas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시는 분은 모바일에서 아래 링크 클릭하여 가입해보시기 바랍니다.
(링크 : https://goo.gl/dPg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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