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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Apr 10. 2017

에드거 앨런 포

최초의 스릴러, SF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일대기를 그리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소모임입니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오랜만에 실존했던 인물의 일생을 다룬 뮤지컬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2월 7일에 소개해드린 뮤지컬 <마타하리> 이후 처음인 것 같네요.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공연은 19세기 미국의 천재작가인 에드거 앨런 포를 다룬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제작과정 등에 대한 소개와 실존인물이었던 포의 생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한국 내 공연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해볼게요. 

1.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이야기

에드거 앨런 포가 탄생한지 200년이 되는 해에 맞춰 2009년 독일 할레 오페라 하우스에서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가 첫공연의 막을 올렸습니다. 작품은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선율을 바탕으로 에드거 앨런 포의 미스터리한 삶을 표현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작곡가 에릭 울프슨과 록그룹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갬블러>, <댄싱 섀도우>의 작곡가로 알려진 에릭 울프슨의 유작이기도 합니다. 그는 영국의 록 그룹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Eye in the Sky'등의 히트곡을 탄생시키며 유명세를 얻었는데 '에드거 앨런 포'에 심취하여 그의 시에 자신의 멜로디를 붙이고 극을 완성하였습니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심벌은 검은색 깃털이 달린 펜입니다. 마치 까마귀의 깃털 같은 모양으로, 퇴폐적이고 비극적이던 포의 일생을 상징합니다. 무대에서는 대형 날개 모양의 비주얼 효과로도 재현되어 몽환적 이미지를 그립니다.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몽환적인 음악이 더해져 묘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2. 실존인물 에드거 앨런 포의 삶

에드거 앨런 포는 '저주받은 시인', '신이 시기한 천재' 등의 별칭으로 불리던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입니다. 강렬한 영감으로 가득하던 자신의 작품들과 달리, 정작 그는 비극적이고 암울했던 생애를 보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잃고 첫사랑과 이별하고 이른 나이에 아내와 사별하는 등 신경쇠약으로 알코올과 마약 중독에 빠져 정신병원을 전전하다 노숙자의 모습으로 공원에서 최후를 맞았습니다. 훗날 SF소설, 공포소설, 판타지 소설의 초석을 세우고 '셜록 홈즈', '아르센 뤼팽'의 탄생에 영향을 미친 천재 작가의 삶치고는 비극적이죠.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에서는 실제로 그의 경쟁자이자 비평가였던 그리즈월드와의 대립이 이야기의 근간을 이룹니다. 마치 영화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대립시킨 것과 비슷한 구도입니다. 단순히 선과 악의 대립 구조를 그리는 것을 넘어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표현합니다.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던 포에게 폭력배를 보내 강제로 술을 먹여 다시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하는 그리즈월드의 잔혹함은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3. 국내 공연 이야기

국내 공연은 2016년 5월에 초연되었습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엘리전스>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벽을 뚫는 남자>에 참여했던 마이클 리가 '포'역할로 캐스팅되었고 김동완과 최재림 역시 같은 역할로 출연합니다. '포'의 라이벌 작가이자 비평가로 그를 파멸로 이끈 그리스월드 역에는 최수형, 정상윤, 윤형렬이 캐스팅되었습니다.

작품의 연출은 <셜록 홈즈>를 담당한 연출가 노우성이, 음악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김성수 음악감독이 참여했습니다. 앞서 독일에서의 초연 버전에 비해 세트와 영상이 보완되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공연 성적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데 익숙한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이 아닌 독일 뮤지컬의 라이센싱 버전 치고는 괜찮았다는 평이 다수입니다. 단, 포와 그리즈월드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았을 때는 <아마데우스>의 모작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것이고, 포와 그리즈월드에 대해 아는 사람들로서는 천재작가 포의 힘들었던 삶의 원인이었던 가족의 상실과 시대를 앞선 창작물에 대한 세상의 차가운 반응에 대한 고통을 그리즈월드에 의한 인위적 가해로 그리는 이 뮤지컬에 후한 평을 주긴 어려웠을 겁니다. 즉, 작품 자체로 보았을 때는 무난한 완성도의 범작이었으나 실존인물 '에드거 앨런 포'를 조명하고 그의 삶을 그리는데에는 여러모로 아쉬웠던 점이 많은 작품입니다.

스토리 부분에 있어서는 이런 아쉬움이 있지만, 음악과 연출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습니다. 작품을 지배하는 음울한 분위기를 그려내는데에 에릭 울프슨이 만든 넘버는 포에 대한 그의 이해와 분석이 수준 이상이었음을 알게 해주었고, 까마귀 깃털이 달린 펜으로 상징되는 무대 소품 및 조명과 검은 의상을 활용한 무대 연출은 19세기 암울했던 미국의 분위기와 미스테리한 '포'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2016년이 첫공연이니만큼 내년쯤엔 스토리가 더 보강된 형태로 무대에 다시 올라올 수 있길 기대합니다. 

내 연인이 다시는 이 보랏빛 쿠션에 기대앉지 못하겠지?
슬픔을 고치는 향이란 게 있을까? 나에게 말해줘
슬픔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이 가련한 영혼에게 말해주오
저 멀리 에덴에서도 성스러운 소녀를 껴안을는지
세상에 둘도 없이 빛나는 소녀를

<갈가마귀>
- 에드거 앨런 포
여러 해 전 일입니다.
바닷가 어느 마을에 애너벨 리라고 하는 이름의 한 소녀가 살았습니다.
그 소녀는 나릉 사랑하고 내 사랑받는 것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렸고 나도 어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닷가 왕국에서
사랑 이상의 고귀한 사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달이 비칠 때면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꿉니다.
별이 비칠 때면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눈동자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나는 밤새도록 애너벨 리의 곁에 눕는답니다.

<애너밸 리>
- 에드거 앨런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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