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울림 Apr 14. 2017

프로듀서스

망해야 성공하는 기상천외한 공연을 기획한 사기꾼들

좋은 하루입니다.
슬슬 봄이 다가오는데 다들 봄맞이 준비는 잘 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지난 번 <해밀턴>에 이어 브로드웨이에서 전무후무한 흥행성적을 올린 해외뮤지컬 한 편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번에 소개해드릴 작품은 <프로듀서스>라는 뮤지컬이에요.
국내에서도 한번 공연한 적이 있지만 크게 흥행하진 못하여 왠만한 뮤지컬 매니아분들에게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줄거리는 다분히 '이러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와 설정에 기반한 이야기에요. 이른바 망할 공연을 만들어서 투자금을 빼돌리려는 공연제작자와 회계사가 뜻하지 않은 성공으로 인해 마음을 바꾸어 진정한 프로듀서로 거듭나는 스토리입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뮤지컬 <프로듀서스>에 대한 소개와 줄거리, 국내공연과 그 외 이야기거리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1. 뮤지컬 <프로듀서스> 소개

뮤지컬 <프로듀서스>는 브로드웨이에서 2001년에 상연한 뮤지컬로 1968년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일종의 '무비컬'입니다. 영화를 감독했던 멜 브룩스가 작사, 작곡을 하고 수전 스트로먼이 안무와 감독을 담당했습니다.

뮤지컬의 기록적인 흥행 이후에 2005년에 영화가 뮤지컬 버전으로 제작되었고 뮤지컬의 안무와 감독을 맡았던 수전 스트로먼이 영화 감독을 맡았고 주조연급 배우들도 대부분 그대로 캐스팅하였습니다.

미국 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에서 12개 부문에 15명이 노미네이트되었고 12개 전 부문 모든 상을 휩쓸었습니다. (이 기록은 2016년 뮤지컬 '해밀튼'에 의해 따라잡히지만 아직까지도 깨지진 않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엘튼 존이 참여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도 10개 부문 수상에 그친 것을 보면 <프로듀서스>가 이룬 기록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줄거리

한 때는 잘 나갔으나 이제는 손대는 족족 졸작만을 만드는 뮤지컬계의 부도보증수표가 되어버린 프로듀서 맥스에게 어느 날 회계사 레오가 찾아옵니다. 사무실의 비용결산을 위해 찾아온 레오는 사실 한 때 뮤지컬 제작자를 꿈꾸던 회계사로 맥스에게 망할수록 이득이 많이남는 뮤지컬 제작을 의뢰합니다. 맥스는 흔쾌히 동의하고 자신이 200만불을 모아볼테니 함께 최악의 뮤지컬을 만들자고 얘기합니다.

이 둘의 계획은 투자자들에게 2백만 달러를 모으고 뮤지컬에는 그 중 일부만 쓴 뒤, 장부 조작으로 투자금의 일부만 신고하고 나머지 금액은 전부 먹고 튀자는 것이었습니다. 망한 공연에 대해 국세청이 신경쓰지 않을테니 남는 돈은 전부 가질 수 있다는 발상인 것이죠.
단, 공연이 성공한다면 투자금 자체가 적다보니 얻을 수 있는 수익에 한계가 있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주기 어려운 것과 동시에 국세청에서도 정확한 세무조사를 하게 되어 장부조작이 걸리게 된어 범죄자가 된다는 위험부담이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망할 공연을 위해 기획한 기획안이 투자자들 선에서 통과할 일이 전무하니 혹시나하고 생각하신 분들은 접으시길 바랍니다. 실현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그렇기에 둘은 확실하게 공연을 망치기 위해 최악의 작가와 배우, 연출가들을 찾아나섭니다. 둘은 미국에서 극도로 혐오하는 히틀러를 소재로 정하고 나치 추종자인 최악의 작가 프란츠가 쓴 <히틀러의 봄날>을 공연으로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이걸로 모자라다고 생각했는지 브로드웨이 최악으로 소문한 연출가이자 게이인 로저를 찾아가 히틀러를 게이로 만든 작품을 연출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마무리로 최악의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공연을 제대로 망치기로 작정하였는데, 연기경험이 전무한 작가 프란츠와 실력없는 무명 배우 울라 등을 기용합니다. 맥스가 돈 많은 유대인 할머니들을 회유하여 200억 투자를 성사하고 이제는 공연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맥스와 레오는 미리 축배를 듭니다.

그렇게 철저한 준비끝에 <히틀러의 봄날>이 무대에 오르게 되었는데, 하필 그날 작가이자 배우로 출연할 예정이었던 프란츠가 부상으로 무대에 못서게되자 연출가인 로저가 히틀러를 맡게 되는데 실제 게이였던 로저는 실감나는 게이 연기로 히클러를 제대로 연기하고 그렇게 공연은 예상과 달리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합니다.

히틀러의 추종자였던 프란츠는 자신의 우상을 게이로 망가뜨린 맥스와 레오에게 총을 쏘고, 이 때 등장한 경찰에 의해 장부에 기대된 부정사항이 들켜 감옥에 가게 됩니다. 둘은 감옥에 가서 죄수들과 함께 새로운 뮤지컬인 <사랑의 죄수들>을 선보이며 사면을 받고, 최고의 뮤지컬 제작자로 거듭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3. 그외 이야기

<프로듀서스>의 성공의 의미는 단순히 토니상 수상기록을 깼다는 것이 아닌, 디즈니를 선두로 각색된 리바이벌 공연(<라이언 킹, 미녀와 야수> 등)과 가족 뮤지컬에 잠식되어가던 '브로드웨이'에 뮤지컬 코미디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는 것에 있습니다. <프로듀서스> 이후 브로드웨이에서는 가족뮤지컬이 아닌 무대 본연의 매력을 느끼는 작품에 대한 관객의 관람 열풍이 불어 <헤어 스프레이>, <스프링 어웨이크닝>, <빌리 엘리어트>, <북 오브 몰몬>에 이르기까지 개성있는 수작이 매년 탄생하였습니다.

국내에서는 2006년에 남산의 국립극장에서 공연되었으며 공연제작자 맥스 역할은 원로배우인 송용태, 회계사 레오 역할은 김다현이 맡았습니다. 원작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의상과 무대를 모두 미국에서 공수해왔고 국내 정서에 맞게 대본각색 등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크게 흥행하지 못하였습니다. 미국식 동성애나 성적인 조크 등 문화적 코드가 맞지 않아 미국과 유럽에서만큼의 열렬한 반응은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주연배우 송용태와 김다현, 조연배우인 이희정의 연기만큼은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인정받아 제12회 한국뮤지컬대상의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거액의 돈을 들인 것에 비해 국내 흥행이 저조하여서 당분간은 <프로듀서스>가 재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동성애와 성적 농담이라는 미국식 유머를 적절히 현지화할 수 있다면 소재 자체의 참신함과 극적 유머를 살려 충분히 한국에서도 먹힐만한 작품으로 재탄생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루 동안 사자가 되되, 일년 동안 여우가 되지는 말라.
- 쿠르드 속담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저지 보이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