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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Apr 21. 2017

머더 포 투

1인 12역에 도전하는 뮤지컬 배우들!

오늘은 3월 14일에 국내에서 첫 공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작품, <머더 포 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머더 포 투>는 국내에서는 이번이 첫공연이지만 원산지(?)인 미국에서는 2011년 5월에 막을 올린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먼저 번 소개해드렸던 <쓰릴 미>,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와 같은 2인극이면서 <원스>, <모비딕>과 같은 '액터 뮤지션 뮤지컬'입니다. 살인 범죄를 추리하는 소동극을 피아노를 활용하여 단 두 명이 총 13명의 역할을 번갈아 연기하는 것이 묘미라고 하네요.

<머더 포 투>는 음악이 곁들여진 코미디 연극같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수사관 마커스가 한 방에 모인 용의자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어가며, 누가 소설가 아서 휘트니를 죽였는지를 추리하는 과정입니다.

용의자들은 각각 자신들의 알리바이를 이야기하며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진술하는 과정에서 용의자 각각이 감춰왔던 비밀이나 사연을 이야기하며 복잡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미리 말씀드렸다시피 2인극이기에 배우는 둘 뿐이지만 두 배우가 표현해야할 캐릭터는 13명입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한 명이 마커스를 나머지 한 명이 용의자 전부를 연기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13명의 캐릭터를 하나씩 얘기하자면

1. 진짜 수사관이 도착할 때까지 사건을 해결하여 수사관으로 임명되고 싶어하는 가짜 수사관 마커스
2. 바닥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설정'으로 존재하는 피해자 아서 휘트니
3. 피해자의 수다스럽고 수상한 부인 달리아
4. 피해자의 친척으로 범죄학을 전공하고 마커스의 수사를 돕고 싶어 안달이 난 스테파니
5. 피해자와 모종의 관계가 있음이 예상되는 미녀 발리레나 루이스
6. 용의자 및 조사관들의 심리 상담을 했던 의사 그리프
7, 8, 9. 세 명의 동네 꼬마들
10. 마커스의 옛 애인인 범죄자 바네사
11. 소방관
12. 마커스의 상사
13. 관객 겸 피아노 연주자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네요. 이 작품의 핵심은 여타 범죄 추리극과 결을 달리하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머더 포 투>에서는 진범이 누구있는지, 트릭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머더 포 투>의 핵심은 마커스와 용의자간의 취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립구도와, 심문과정의 알콩달콩한 재미입니다.

2인극의 특성상 극과 배역 전환이 빨리 이뤄지지만 전환된 극을 어색하지 않게 잘 살려내는 그 어려운 일을 이 작품은 쉽게쉽게 해냅니다. 한 배우가 기존 역할을 연기하다 새로운 역할로 갑자기 전환하기 위해서는 막을 구분하는 장치가 필요한데 <머더 포 투>에서는 전화기가 그 역할을 합니다. 전화가 울리면 연기하던 배역에서 원래 연기자로 돌아가는 형식으로 캐릭터의 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활용됩니다.(물론 표현하는 캐릭터에 따라 말투, 버릇, 의상을 바꿔가며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있기에 2명으로 13명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죠.)

<머더 포 투>가 같은 2인극 작품 중에서도 특별 취급을 받는 이유는 무대에서 배우라는 '극한직업'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인다역을 하고, 직접 피아노를 치고, 관객을 웃기고 호응을 이끌어내야하는 가혹한 외줄타기를 하는 배우의 모습에  관객들은 잣대와 냉소를 버리고 스스로가 배우가 된 것처럼 몰입하여 무대를 보게 됩니다.

다른 뮤지컬처럼 미술장치와 음악, 다른 배우들로 자신을 가릴 것이 하나도 없는 뮤지컬이지만 그럼에도 브로드웨이에서 손에 꼽히는 성공을 이룬 작품, <머더 포 투>.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작곡과 극본, 연기와 노래, 연주를 한 사람처럼 소화해낼 수 있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강점에 힘입어 미국 저작권협회에서 각본상을 수상하고 2016년 뉴욕 프리미어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후 브로드웨이에서도 놀라운 실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오는 3월 14일에 국내에서 초연을 갖습니다. 국내 최고의 프로듀서로 인정받는 신춘수와 뮤지컬 계에서 뛰어난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들인 박인배, 제병진, 안창용, 김승용이 출연하고 극의 핵심인 피아노 연주에는 피아니스트 강수영이 참여합니다.

비록 원작과는 달리 배우들이 직접 연주를 하진 않지만 그만큼 캐릭터의 표현과 연기에 몰입한다고 하니 한국 버전 나름의 기대를 가져도 좋을 듯 합니다. 100분이라는 시간동안 두 명이서 13명을 소화하는 작품을 다시 보기란 좀처럼 힘든 경험이 될 겁니다. 오늘 포스팅 만족스럽게 보신 분들은 꼭 관람해보시길 바랍니다.

자신이 기르는 개를 때리려는 자에게는 몽둥이가 필요한 법이다.
- 중국 격언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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