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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Apr 25. 2017

나는 부정한다

역사적 과오를 부정하는 것에 침묵해서는 안되는 이유

좋은 아침입니다.
다들 지난 밤 꿀잠 주무셨나요?

오늘은 4월 26일에 개봉하는 영화 <나는 부정한다>와 그 실화인 '데이비드 어빙 재판'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영국과 미국의 합작 영화로 레이첼 와이즈, 티모시 스폴, 톰 윌킨스, 앤드류 스캇이 출연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나치가 유대인 포로들에게 저지른 홀로코스트(대량학살사건)를 부정하는 데이비드 어빙과 역사학자 데보라 립스타트의 법정 공방전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실제 있었던 데이비드 어빙 재판에 관한 이야와 영화 <나는 부정한다>의 줄거리, 그리고 영화 관련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게요.

1. 데이비드 어빙 재판

데보라 립스타트는 미국의 근현대사 역사학자로 독일 나치 역사에 대해 정통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입니다. 그녀는 나치 독일의 범죄를 부정하는 학자와 잔당들을 대상으로 <홀러코스트 부정하기>라는 책을 발간합니다. 그 책에는 나치의 대량학살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궤변과 그에 대한 반증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이 책이 발간된 후 얼마 지나지 않자 사건이 터집니다. 나치와 인종주의의 편에서 역사를 저술하는 학자인 데이비드 어빙이 데보라 립스타트에게 명예훼손죄로 소송을 건 것입니다. 그는 데보라가 쓴 책에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이 있는 것을 문제삼아 이참에 홀로코스트를 법정에서 부정하려 움직입니다.

그렇게 재판은 시작됩니다. 1996년 9월 5일부터 2000년 1월 11일까지 총 32번의 공파과 334페이지의 판결문에 달한 재판 끝에 어빙은 데보라에게 참패합니다. 무죄추정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영국의 법원에서 데보라가 자신이 한 말이 진실임을 입증해야하는 점을 이용하여 공격하려던 어빙은 되려 스스로가 제시한 증거들이 날조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곧바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영국 재판의 판결 이후, 설상가상으로 어빙은 오스트리아에서 기소되고 독일과 캐나다, 이탈리아 등의 국가에서는 입국금지 처분을 받게 됩니다. 결국 어빙은 오스트리아 당국에 체포되어 3년형을 언도받고 감옥에 수감되었습니다.

2. 줄거리

데보라 립스타트는 미국 애틀랜타 주에서 일하는 역사학자로 대학교수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녀의 강연에 데이비드 어빙이 찾아옵니다. 

그는 홀로코스트를 긍정하는 데보라에게 대량학살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냐고 도발합니다. 데보라가 어빙의 덫에 넘어가 그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자 어빙은 기다렸다는듯이 그녀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합니다.

졸지에 피고 신분이 된 데보라는 재판을 준비해야하는데 재판이 벌어지는 곳은 그녀의 모국인 미국이 아닌 어빙의 나라인 영국입니다. 

피소된 데보라가 법정에서 무죄를 받으려면 홀로코스트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학술적인 능력과 자료는 충분하지만 법정에서 증거를 활용하여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해본 적이 없는 데보라. 그녀를 돕기 위해 최고의 변호사인 앤서니 줄리어스와 베테랑 변호사 리처드 램프턴이 합류합니다.

법을 잘 알고 있는 어빙은 데보라 쪽의 실수를 기다리며 재판에 만반의 준비를 진행합니다. 데보라 쪽은 앤서니 줄리어스 변호사가 사무 변호를 맡고 리처드 램프턴이 법정 변호를 맡으며 감정이 아닌 팩트에 입각한 변호를 하기 위해 생존자들을 증인석에 세우지 않는 전략을 택합니다. 과연 데보라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 홀로코스트를 증명할 수 있을까요?


3. 영화 관련 이야기

어빙은 평소 아우슈비츠의 가스실 대학살을 부정하고 30여권의 저서를 통해 나치에게 살해된 유대인 수는 과장되었고, 히틀러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허나 오스트리아 정부에 기소되자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한 사실을 인정하며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으나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감옥에 갔습니다.

그렇게 어빙은 2006년 징역 3년형이 선고되어 감옥에서 수감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승리를 보고 피고인이었던 데보라는 정색합니다. 왜냐하면 미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홀로코스트의 긍정을 친유대주의의 프레임을 씌워 여론전으로 몰아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로지 역사와 진실만으로 얻은 승리를 여론에 의해 승리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면 유대인의 반대편에 있는 진영에게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죠.

친일 청산과 일본의 제대로된 사과를 받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가 개봉한 것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죄를 짓고도 인정하지 않고 증거가 어딨냐며 자신의 잘못을 극구 부인하는 사람들이 즐비한 나라의 현실에 점잖은 척 뒤로 빼지 않고 적극적으로 논박하며 죄를 부인하는 무리에게 진실을 밝히는 시민의 용기를 <나는 부정한다>에서 명확히 보여줍니다.
우리 나라에도 부정부패와 불법에 대해 부정하는 무리들을 처벌하고 그들의 잘못을 명확히 밝히는 정의로운 시민과 검찰이 우뚝 서길 기원해봅니다.

한 사회가 서술하지 못하는 역사는 어떤 종류의 역사인가하는 문제보다 그 사회의 성격을 더 의미심장하게 지시해주는 것이다.
- E.H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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