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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May 01. 2017

오치균은 묻지않고 다만 그린다

화가 오치균의 삶과 그림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화가인 오치균 화백의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오치균 화백의 작품도 좋아하지만 그의 인생사와 순수한 성격에 몹시 매력을 느껴 이번 전시회는 망설이지 않고 참관하기로 했습니다. 그의 작품을 통해 그의 인생과 생각을 짐작해보고 다른 이와 공감해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기에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오치균은 묻지않고 다만 그린다> 전시회 정보

전시회명 : 오치균은 묻지않고 다만 그린다
기간 : 2017.03.18~2017.06.18
장소 : 서울미술관 아트테라스 2층
관람료 : 9,000원(일반 기준)

'오치균' 전시회는 서울미술관에서  <카페 소사이어티>전과 <사임당, 그녀의 화원>전과 같이 진행중입니다. 이 말인즉슨, 위 세 전시회 중 한 전시회만 본다 하여도 나머지 두 전시회는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왕 비싼 관람료 주고 전시회를 다녀오시는 분들은 시간을 넉넉히 계획하셔서 나머지 전시회 두 곳도 관람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이번 전시회는 작년 금호미술관에 이어 오치균의 삶과 작품 세계를 잘 표현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의 단면을 포착하여 화면 위 물감의 퇴적과 손으로 그려나간 오치균의 작품 성향이 그림들에 잘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소설가 김훈의 에세이 '무너져가는 것에 빚어지는 새로운 것' 내용과 함께 전시된 작품들은 책 내용과 그림 사이에 묘한 조화를 이루며 그 의미를 음미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2. 화가 '오치균' 이야기

오치균 화가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그의 삶을 간단히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치균 화가는 인간적 고뇌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풍경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화백으로 뉴욕 길거리와 공원을 그린 뉴욕시리즈 전시회와 한국의 전원풍경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1955년생으로 화가로서 40년간 활동한 경력을 지닌 베테랑을 넘어 거장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는 화가라 할 수 있습니다.

오치균 화가는 그만의 특이한 그림그리기 방식이 있는데 붓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고 손가락으로 그린다는 것입니다.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붓으로는 그림이 원하는대로 안그려져서 언제부턴가 손가락으로 그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충청남도 시골이 고향인 오치균 화가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재학 시절 장학금을 받기 위한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학업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대학 졸업 후 미술학원의 강사를 하면서 경제적 문제와 미래를 위한 자금을 어느 정도 모아서  1986년에 뉴욕의 브루클린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자신의 화풍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꿈을 꾸었죠.

허나 불행하게도 한국에 있던 아내가 그 동안 모아놓은 돈을 모두 사기당하고 잃어버려서 유학생활동안 극심한 생활고를 겪으며 공부를 어렵게 해나갔다고 합니다. 뉴욕 전시회에 걸렸던 그림 중 어두운 화풍의 그림은 모두 이 때의 자신의 심리상태에 관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 웅크리고 앉은 그림 등 본인을 상징하는 자화상이 많습니다.)

1989년 유학생활 중 오치균 화가는 미국에서 세탁소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벌어가며 생활하였으나 경제적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서울로 돌아옵니다. 이후 작품 활동에 매진하여 금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미디어 등으로부터 주목을 받습니다. 이 덕분에 가나화랑이라는 갤러리와 계약을 맺어 한동안 마음 편히 그림을 그리는 시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꾸준한 화가 활동을 하며 1993년에는 어느 정도 상업적 성공을 거두어 뉴욕의 갤러리의 러브콜을 받고 전속화가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오치균이 그린 뉴욕의 풍경 시리즈는 바로 이 때 탄생한 작품입니다. 

오치균 화가는 2000년에 귀국 후 가나화랑과 결별하여 홀로서기를 시작합니다. 그동안 그려온 소재를 벗어나 한국의 전원 풍경을 테마로 작품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작품에 대한 반응이 좋자 갤러리현대와 전속 작가 계약을 맺은 후 '시골 풍경'과 '봄 풍경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그리며 새로운 작가 활동을 알립니다.

2010년부터는 '감나무 시리즈'를 그리기 시작하고 외부 반응도 좋았으나 2014년 갤러리현대와 계약해지된 후 오치균 화가는 건강에 문제가 생겨 불면증, 공황장애, 다리마비 등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후 한동안 치료에 전념하다 상태가 호전되자 오치균 화가는 자연 풍경이 아닌 집안의 사물을 그리기 시작하고, 몸이 완전히 회복된 다음에는 뉴욕으로 떠났고 현재는 뉴욕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일전에 운좋게 오치균 화가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오치균 화가님은 그림 소재를 찾는데 있어 책이나 다른 지식매체들을  통해 찾는 방식은 전혀 지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이 많아지는 만큼 생각이 많아져 그림그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시네요. 단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생활을 계속 하며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작품을 전시하신다고 합니다.


3. 전시회 후기

이번 전시회의 작품은 20여점의 소량의 작품들만 전시되어 있습니다. 서울 풍경과 산타페 봄 풍경, 그리고 시골 풍경의 그림. 주로 어두운 톤의 그림들이 많아요. 

손가락으로 직접 물감을 묻혀 그린 글림들이라 그런지 질감의 느낌이 확연히 드는 그림이 많았습니다. 캔버스 위에 물감을 하나씩 쌓아가며 질감을 좋여처럼 하나씩 세워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물감을 마치 도배하듯 덕지덕지 붙이듯 바르기에 가까이서 볼 때의 그림과 멀리서 볼 때의 그림이 확연히 다르다고 합니다.

사람의 손으로 칠한 물감으로 빚어진 풍경 그림이 뜻하는 것은 작가가 아름다운 자연을 손으로 어루만지고 싶다는 욕구의 표현인 것인지 손끝 너머로 느껴지는 생기는 그림 속 풍경에 생명을 불어넣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치균 화가의 작품을 보면 그림이 상징하는 것에 대한 고민에 취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글 하나, 그림 하나씩 전시되어있는 사실상 김훈 작가와 오치균 화가의 콜라보 전시회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모든 그림에 자신의 일부를 담고 그 작품이 곧 자신이라는 오치균 화가의 신념이 담긴 스타일이 그림에 제대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색들은 풍경과 사물의 먼 안쪽에서 스며 나와 화폭의 표면을 향해 이동중이다.
그리고 표면에 떠오른 색들은 다시 풍경과 사물의 먼 안쪽을 향해 물러서고 있다.
표면으로 나아가는 색과 안쪽으로 물러서는 색들은 합쳐지고 또 갈라서는 흔적이 없이 교차한다.
그것들은 또 떠오르고 또 저물면서 그 언저리의 수많은 색들을 일깨운다.
색들은 서로 부딪치거나 서로 기대어 있다.
- 김훈 「무너져가는 것에 빚어지는 새로운 것」 中

* 전시회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전시회'를 검색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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