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울림 May 31. 2017

체스

높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한 비운의 명작

굿모닝입니다. 여러분.
다들 오전 시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뛰어난 작품성과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성적을 거둔 비운의 명작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해드릴 작품은 뮤지컬 <체스>입니다. 뮤지컬 음악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파트너로 유명한 작사가 팀 라이스의 작품으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에비타>에 이어 만든 실화 기반의 서사 뮤지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뮤지컬 <체스>에 대한 소개와 줄거리, 공연관련 이야기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1. 뮤지컬 <체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에비타>의 작사가로 유명한 팀 라이스가 1986년에 제작한 뮤지컬입니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충돌을 체스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그려낸 작품이에요. 작년에 개봉했던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영화인 <세기의 매치>의 주인공인 바비 피셔와 보리스 스파스키의 1972년 체스 챔피언전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합니다. 

사실 이 뮤지컬은 팀 라이스가 파트너였던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결별을 확정하게 해준 작품입니다. 당시 뮤지컬 <캣츠>를 준비중이던 웨버와 <체스>를 준비중이던 팀 라이스는 각자 추구하는 작품과 커리어의 방향에서 메울 수 없는 차이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서로가 자신의 작품에 작사와 작곡을 요구하던 중, 웨버가 팀 라이스가 쓴 가사를 기각하고 다른 작사가가 쓴 가사를 택함으로 이 둘은 완전히 척을 지게 됩니다.

이후 팀 라이스는 당대 최고의 그룹인 아바를 만나 곡을 받고 자신이 작사하여 뮤지컬 <체스>를 올릴 모든 준비를 마치지만 그때 앤드루 로이드 웨버 역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런칭하였고 그 결과 팀 라이스는 참패하고 맙니다. 브로드웨이에서 총 600만불 이상의 손해를 보고 뮤지컬 <체스>는 막을 내리고 맙니다. 단, 이 실패는 미국에 한정된 것으로 프랑스와 영국에서 뮤지컬 <체스>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작품입니다.

뮤지컬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실패 이후, 팀 라이스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가족뮤지컬 OST의 작사가로 활동하며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같은 작품을 만드는데 일조하였습니다.
 
2. 줄거리

1979년 세계 체스 챔피언십에서 미국의 챔피언 프레디 트럼퍼와 소련의 챔피언 아나톨리 세르기예프스키가 맞서게 됩니다. 

프레디는 체스에 있어 특출난 천재이지만 그만큼 제멋대로인 성격의 소유자로 오로지 체스만을 사랑하는 외골수입니다. 

이에 반해 아니톨리는 바람둥이 기질이 강한 사내로 자신의 후견인인 소련의 고위장교 몰로코브의 정치적 놀음에 신물을 느끼다 우연히 프레디의 조수인 영국여자 플로렌스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챔피언 결승전에서 아나톨리는 프레디에게 승리를 거두고 소련을 떠나 플로렌스와 함께 영국으로 망명을 갑니다. 사실 아나톨리는 엄연한 유부남으로 소련에 스베틀라나라는 아내가 있지만 플로렌스에 대한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납니다.

이후 방콕에서 열린 체스 대회에서 챔피언 방어전을 치르게 된 아나톨리는 과거의 조국이었던 소련의 체스 기사들과 대결을 하게 됩니다. 소련 입장에서는 자신을 배신한 아나톨리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리 없었고 그래서 매스컴을 동원하여 끊임없이 그를 괴롭힙니다.

한 때 아나톨리의 상관이었던 몰로코브는 자신을 배신한 그에게 패배를 안긴 후 소련으로 강제로 끌고가기 위해 소련의 체스 기계로 명성이 자자한 기간드를 아나톨리의 상대로 세웁니다.

한편, 프레디 역시 자신에게 승리와 플로렌스를 뺏어간 아나톨리에게 깊은 원한을 갖고 그에게 복수라기 위해 방콕의 체스 챔피언전에 참여합니다. 이와 함께 아나톨리의 전 부인인 스베틀라나도 방콕으로 건너와 아나톨리를 만나 집으로 돌아올 것을 간청하는데...

3. 공연 관련 이야기

뮤지컬 자체는 미국이 악역, 소련이 선역으로 나오는 탓에 크게 실패했지만 뮤지컬 넘버는 아바 작곡, 팀 라이스 작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배우들의 캐스팅 역시 화제가 되었는데 미국, 유럽의 내로라하는 가수와 뮤지컬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배우들의 팬들만 동원하여도 본전 이상의 성과를 낼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2010년에는 영국 전역과 이탈리아, 캐나다로 이어지는 월드 투어를 진행하였는데 흥행성적은 좋지 못하였지만 관객과 평단의 평가는 긍정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2015년에 아시아 최초로 라이센스 뮤지컬로 초연되었습니다. 국내 라이센스 버전의 연출은 <삼총사>, <잭더리퍼>, <로빈훗>을 연출한 왕용범이 맡았습니다. 작품성으로 인정받은 <체스>의 이미지와는 달리 주인공 아나톨리 역할에 아이돌인 조권, 신우, 켄, 키가 캐스팅되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프레디 트럼퍼 역할은 신성우와 이건명이 캐스팅되었습니다.

2015년 라이센싱 버전의 공연에 대해서만 평가한다면 사실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원작의 가장 큰 강점인 이야기의 구축과 체스를 통한 냉전 분위기의 연출이 국내 버전에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이는 체스와 미국, 소련의 냉전시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낮은 것과 함께 연출가가 무대를 통해 지향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팀 라이스는 체스라는 도구를 이용해 냉전체제의 모순과 개인의 자유를 그리려는 목적이 강하여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과 연출, 음악 모두 통일성이 있었으나 국내 라이센스 버전은 아이돌을 기용한 보여주기에만 집착할 뿐 서사적인 공백과 공간활용의 빈곤함 뜬금없는 씬의 반복 등의 과오를 범하였습니다.

.지금은 파산하고 없어진 엠뮤지컬의 행보를 보면 해외 인지도 있는 작품을 들여오되 주제보단 명성과 보여주기에 집착한 나머지 더 큰 것을 잃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체스> 역시 그 실패 사례 중 하나로 들 수 있습니다. 엠뮤지컬이 망한 지금 상황에서 이 작품의 라이센싱 판권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무대에 올리려면 어지간한 수준의 각색과 준비없이는 힘들 것입니다. 부디 다음에 공연이 오를 때는 관객들이 실망하지 않는 작품으로 나오길 바랍니다.

병을 앓는 사람은 모두 다 의사이다.
- 아일랜드 속담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햄릿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