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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Jun 02. 2017

더 북 오브 몰몬

한국에는 들어올 가능성이 없는 비운의 뮤지컬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다들 지난 밤 행복한 꿈 꾸셨나요?


오늘은 뮤지컬 작품 중 초유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만큼 관객과 평단에게 문제작으로 지목된 공연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공연은 뮤지컬 <더 북 오브 몰몬>입니다.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기독교에서 이단시하는 종교인 '몰몬교'를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허나 제목에서 느껴지는 편견과 달리 딱히 몰몬교의 교리 등 종교에 관련된 내용이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더 북 오브 몰몬>에 대한 소개와 줄거리, 국내 공연 가능여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뮤지컬 <더 북 오브 몰몬>

<더 북 오브 몰몬>은 사우스파크의 제작자 듀오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 그리고 <애비뉴 Q>의 제작자인 로버트 로페즈가 몰몬교의 창시자인 '조셉 스미스'를 다뤄보자는 제안에서 제작된 작품입니다. 

훌륭한 음악과 시니컬한 가사, 종교의 전파와 그 의미에 대한 심오한 고찰을 바탕으로, 2011년 5월 브로드웨이에서 첫 공연 이후로 대호평을 받고 토니상 9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이 기세는 2012년까지 이어져 브로드웨이 흥행의 절대 강자였던 위키드마저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사우스 파크의 제작자들이 참여한 작품이고 종교에 대한 시니컬함이 묻어나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무신론이나 반기독교 정서와는 거리가 먼 작품입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왜 종교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입니다. 

2. 줄거리

간단히 줄거리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유타 주의 모르몬 선교사 훈련소에서 갓 훈련을 마친 청년들은 세계 곳곳으로 짝을 지어 파견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충실하게 모르몬교의 교리에 따라 살아온 잘생기고 독실한 케빈 프라이스는  올랜도는 발령받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발령받은 파트너는 .뚱뚱하고 구제불능인 습관적 거짓말쟁이인 아널드 커닝햄. 그리고 그들이 파견된 곳은 아프리카의 우간다였습니다. 우간다는 반군에게 점령된 상태로 기근, 가난, 에이즈 등으로 고통받는 지역입니다.

공항에서 떠나기 전 커닝햄은 프라이스가 자신의 베프라면서 절대 서로를 떠나질 못해 다행이라고 기뻐합니다. 충격에서 벗어난 프라이스는 커닝햄에게 우리 둘이 대단한 일을 할 수 있고, 역사를 바꿀 수도 있고, 나중에 신에게 칭찬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정작 도착한 우간다에서는 반군들에게 갖고 있던 짐을 다 뺐기고 마을 사람들은 시시때때로 성서모독을 밥먹듯 일삼고, 부족장의 딸 나불룽기의 도움을 받아 밪아온 우간다 선교 본부의 선배들은 '여기는 글렀다'며 지금까지 아무도 개종시키지 못했다고 자포자기하는 현실에 절망하게 됩니다. 커닝햄은 이런 프라이스에게 "아무도 이들을 전도하지 못한 것은 바로 네가 전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아줍니다.

다음날 프라이스와 커닝햄은 마을을 찾아가 전도를 시작하고, "기독교는 안믿는다"는 사람들의 말에 몰몬교의 창시자 조셉 스미스와 몰몬교의 성립 과정을 다룬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전혀 반응이 없고 설상가상으로 반군지도자가 쳐들어와서 주말까지 여성주민들에게 강제할례를 하도록 협박합니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자 프라이스는 올랜도로 선교지를 옮긴다는 명목으로 도망가고 커닝햄은 주민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로 결심합니다.

커닝햄은 마을 사람들 앞에서 설교를 하지만 사람들은 현실의 고난과 괴리된 몰몬경의 내용에 불만을 갖습니다. 현실의 문제에 대한 직시의 필요를 느낀 커닝햄은 스타워즈, 스타트렉, 반지의 제왕 등의 내용과 몰몬경을 섞어 설교를 하고 이것은 대중의 마음을 크게 움직여 그들로 하여금 커닝햄을 따르게 만듭니다.

한편, 프라이스는 올랜도를 목표로 떠났지만 꿈속에서 계시를 받고 반군 지도자를 개종하려 합니다. 하지만 반군들에게 잡혀 고문을 당하는 처지가 됩니다. 마을 사람들이 커닝햄을 따르게 되자 반군들은 커닝햄과 마을 사람들을 죽이려 합니다.

이에 커닝햄은 프라이스를 찾아 감독관이 올 때까지 같이 버티자고 제안합니다. 잘 되면 커닝햄은 선교 실적으로 훈장을 받고 프라이스는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으니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논리로 말이지요.

허나 일은 커닝햄의 바라는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감독관들은 커닝햄이 사기를 쳐서 마을 사람들에게 전도 아닌 전도를 한 것을 알아차렸고 마을 사람들 또한 커닝햄의 거짓말을 알아차리고 그를 외면합니다.

커닝햄은 일이 수포로 돌아가자 떠날 준비를 하지만 '종교의 본질은 경전이 아닌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는 프라이스의 말에 힘을 얻고 마을로 돌아와 반군을 물리치고 마을 사람들을 구합니다. 두 사람은 파문되어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마을을 천국으로 만들자는 기치 아래 몰몬경을 버리고 커닝햄의 이야기를 기록한 아널드경을 만들어 읽으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3. 국내 공연 관련 이야기

줄거리를 읽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사실 몰몬교는 커녕 종교와도 거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기독교가 득세한 국내에서는 '몰몬교'라는 이름만 나와도 금기시하는 경향이 강하기에 국내 라이센스 공연 및 내한공연은 꿈도 못꾸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내용 역시 국내 뮤지컬 관객층에서 낯설어하는 동성애 및 선교에 관련된 이야기이고 뮤지컬 넘버 역시 힙합 계통이라 여러모로 국내 흥행과는 거리가 먼 요소가 많습니다. 때문에 국내 공연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입니다. 

닫을 문이 없을 때는 입을 닫아라.
- 자마이카 속담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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