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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Jun 12. 2017

뮤지컬 컨택트

노래없는 뮤지컬! 발레리나 김주원의 환상적인 연기!

굿모닝입니다. 여러분.
오전 시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그동안 소개해드린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뮤지컬을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노래없는 뮤지컬을 들어보셨나요? 뮤지컬에 노래가 없다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생각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실제로 있습니다. 그것도 뮤지컬의 명가인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말이지요. 댄스 시어터라 불리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이 뮤지컬의 이름은 <컨택트>입니다. 오늘은 뮤지컬 <컨택트>에 대한 소개와 줄거리, 공연 관련 이야기에 대해 나눠보도록 할게요.

1. 뮤지컬 <컨택트>

뮤지컬 <컨택트>는 <크레이지 포 유>, <프로듀서스>로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안무가 수잔 스트로만의 첫 번째 연출작입니다. '컨택트'라는 용어 뜻 그대로 '접촉'을 소재로한 3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식 뮤지컬입니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계기는 예술감독 앙드레 비숍이 수잔 스트로만에게 자기만의 뮤지컬을 만들어볼 것을 제안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제안을 받은 후 수잔 스트로만은 과거 자신이 살던 마을의 바에서 만난, 록 음악에 맞춰 스윙을 추던 노란 원피스의 여인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2막 3장의 댄스 뮤지컬을 완성하였습니다.

1999년 9월 초연에 이어 3월 버몬트 극장에서 정식공연을 올린 <컨택트> 관객들과 평단의 높은 관심과 찬사를 받았고 2000년 토니상 뮤지컬 부문에서 남녀 조연상, 안무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였습니다. 이후 초연 이후 3년간 1174회의 공연을 올려 초연장소였던 링컨센터 개관 이래 최장공연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2. 줄거리 (뮤지컬 <컨택트>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swing> : 유희를 즐기는 귀족부부와 하인의 이야기(15분)

무대 앞에는18세기 프랑스 낭만파 화가 프라나고르의 '그네'비치되어 있습니다. 그네를 타고 있는 귀족 여자와 귀족 남자, 그리고 그네를 밀어주는 하인이 있습니다. 귀족 남자가 포도주를 가지러 자리를 비우자 부인과 하인은 그네 위에서 정사를 벌입니다.

귀족 남자가 돌아오자 둘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하는데 하인이 나중에 그만하자고 외치니 귀족 남자가 재킷을 하인에게 주고 그네를 밉니다. 즉, 남자 귀족과 남자 하인이 역할을 바꾸었던 역할놀이인 것입니다. 당시 귀족들이 권태를 느낄 때마다 역할바꾸기 놀이를 했다고 합니다.

2) <Did you move?> : 권위적인 남편과 레스토랑에 간 부인의 이야기 (30분)

남편에게 늘 무시당하는 아내가 있습니다. 폭군과 같은 남편의 모습에 아내는 늘 기가 죽어있습니다. 아내가 움직이려할 때마다 남편은 '움직이지 마'라고 호통칩니다. 남편에게 주눅들은 아내는 자유롭게 집을 나가 춤을 추는 상상을 하며 대리만족을 합니다.

그러다 남편이 돌아오자 무방비 상태에 있던 그녀는 모든 것을 들키고 맙니다. 부인의 행동에 남편은 이성을 잃고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데  궁지에 몰린 아내는 남편을 향해 권총을 쏩니다. 

아내의 행동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그러한 결정을 한 것에 이해해주는데 다시 또 나타나는 남편. 결국 총으로 쏘는 행동마저도 아내의 상상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던 것입니다. 다시 또 아내는 남편의 강압적인 삶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3) <contact> : 자살을 결심하는 남자가 우연히 꿈 속에서 노란 원피스를 입은 여인과 춤을 추는 이야기(45분)

성공한 광고인 마이클 와일리가 있습니다. 그는 광고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공로로 상을 받았지만 전혀 행복해하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의 손에는 상패 대신 술잔이 들려 있고 눈은 공허하게 허공을 보고 있습니다.

외로움과 고독으로 인해 찾아오는 자살충동을 못이긴 와일리는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지만 계속 실패합니다. 답답함을 참지 못한 와일리는 거리로 나서고 그곳에서 한 차례 무대가 열립니다. 와일리는 우연히 어떤 재즈바에 들어가고 거기서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을 보며 섞이지 못하고 겉돕니다.

그러던 그의 앞에 노란 드레스의 여인이 나타납니다. 그녀는 와일리를 향해 매혹적인 댄스를 선보이는데 와일리와 여인 모두 서로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그러나 노란 드레스의 여인에게는 이미 수많은 남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었고 춤으로 그녀를 유혹하려 하지만 와일리는 전혀 춤을 출 줄 모릅니다. 와일리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없는 실력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춤을 추게 되고 행복에 젖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그는 자기 방에서 깨어납니다.

자살 충동을 못이겨 목을 매단 순간 보았던 환영이 바로 댄스바에서의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혼란에 빠진 그에게 아래층의 아가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불평하러 왔는데 그 아가씨가 드레스의 여인인 것을 보고 와일리는 다시 희망을 갖게 됩니다.

3. 공연 이야기

뮤지컬 <컨택트>는 한국에서는 2010년 1월에 초연을 가졌습니다. 작품 내용은 접촉, 움직임, 만남이라는 세개의 에피소드의 주제를 잘 다루고 있습니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많이 생소하고 어색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세가지 이야기 모두 서로 시대적인 배경과 설정이 다르고 첫번째 극에서 성행위를 직접 묘사하는 장면이 국내 정서상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진 않습니다. 허나 재밌는 역발상으로 시선을 끄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면도 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인 대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이러한 감정이입이 더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말 대신 춤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고 그 때문에 집중해야하는 요소가 줄어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극중 캐릭터가 환상에 빠질 때 관객도 같이 환상에 빠지고 환상에서 깰 때 같이 깨어나 현실의 씁쓸함에 취합니다. 

작품의 단점을 꼽자면 배우들이 본래 뮤지컬 전문 배우가 아니라서 그런지 대사 처리가 왠지 부실해보였습니다. 또한 세번째 에피소드에 비해 첫번째, 두번째 에피소드의 퀄리티가 너무 낮아 초반에 김이 빠지는 느낌이 많이 있었습니다. 국내 최고의 뮤지컬 안무가(이란영)와 발레리나(김주원)가 2, 3막에 출연시켜 처음에 기대치를 충족시켜줘야하는 관객의 욕구에 부응하지 못한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뮤지컬 스토리는 다소 지루하고 빈약합니다. 과장 조금 보태면 클리셰 덩어리에 왠만한 사람도 가볍게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신 뮤지컬 <컨택트>는 춤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는 무대였습니다. 한국공연 연출 및 안무를 맡은 사람은 컨택트 오리지널 캐스트 팀의 일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원작의 완성도를 그대로 살린 춤사위가 너무 매혹적이었습니다. 댄스 시어터(노래가 없고 춤이 중심이 되는 뮤지컬)라 불리는 이 작품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실황극으로서 갖추어야 할 유쾌함과 대중성을 겸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의 노란 드레스 여인으로 분하였던 김주원씨는 원래 국립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나로 배우나 가수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표정, 몸짓이 매혹적이라서 다른 배우보다 훨씬 눈에 띄고 연기에 몰입하여 감상하기에 좋았습니다. 이 덕분인지 김주원 씨는 이듬해 더 뮤지컬 어워드의 여우신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너무 늦었어요. 그래서 낭비할 시간이 없어요.
- 마이클 와일리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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