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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Jun 27. 2017

제주 이중섭 거리 방문 후기

서귀포에 갈만한 곳으로 첫손에 꼽히는 '이중섭 거리'를 다녀왔습니다. 이중섭 작가의 이름의 초성인 'ㅈㅜㅇㅅㅓㅂ'이라는 아치돔 형태의 팻말이 보이는 이중섭 거리에 도착하고나면 제일 먼저 보이는 곳이 유토피아 커뮤니티 센터라는 곳입니다. 미술작품들이 전시된 곳이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모르는 분들이 많아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거리에 들어서면 예쁜 카페와 공방으로 눈에 가득차는데요. 작은 다방부터 대형 찻집들이 많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유토피아 카페입니다. 거리 중간에 위치하였는데 동서양의 미가 느껴져서 좋았어요. 유토피아 카페 말고도 핑크빛으로 단장된 '빌라 데 아토' 등 아기자기한 카페가 많아 어디를 간다 하더라도 실망할리는 없을 겁니다.

이중섭 거리에 있는 공방을 가보면 가게 앞에 여러 소품들이 비치되어 있는데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보더라도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눈만족을 위한 장식품이 아닌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그릇, 악세사리 등을 팔고 있더군요. 다른 프리마켓과 달리 가게 주인이 바로 공방장인이라 파는 상품들도 공장에서 나온 기성품의 느낌이 아닌 직접 손으로 만든 수제용품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주인이 영업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살 사람은 사고 갈 사람은 가라는듯한 편한 분위기가 맘에 들었습니다.

방문한 날이 주말인지라 프리마켓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트멍공방, 숨비, 짜루범방이라는 프리마켓이 인상적이었는데 서울에서 보기 힘든 개성있는 소품들이 많아서 악세사리 같은 것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꼭 거쳐가야할 명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소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이름이 '이중섭 거리'이니만큼 실제로 활동하는 거리의 화가들도 꽤 있습니다. 주로 캐리커쳐를 그리는 화가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관광지이니만큼 고객 수요에 맞는 작품들을 작업하는 것 같습니다. 동판화체험 등 단순히 사는 것말고 직접 체험해보는 공간도 많으니 여행가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중섭식당이라는 식당도 있습니다. 헌데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그다지 추천하진 않습니다. 제주도는 안그래도 바가지가 너무 심해 물건을 구입하는데 거부감이 있거든요. 중섭식당에 이어 중섭공방도 있습니다. 팔찌, 액자, 그림, 가방 등 구매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중섭공방, 정섭찻집, 중섭식당 등 중섭+뭐든으로 구성된 상점이 참 많습니다.

카페와 공방을 지나쳐 거리의 중앙부에 도달하니 이중섭 작가의 생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중섭 작가와 아내, 두 아들이 함께 살았던 곳이라고 하네요. 집은 허름하였지만 집 주변은 경관이 잘 꾸며져 있었고 산책하기 좋았습니다. 현재는 이중섭 작가의 가족이 아닌 이중섭 작가가 머물 당시의 집주인의 며느리가(이제는 할머니가 되셨데요.) 아직 이곳에 산다고 합니다. 집을 보니 지붕이 짚으로 엮인 초가집처럼 생겼는데 서울에 사는 현대인이 지금 살라고 하면 많이 힘들 것 같아요. 방이 하나 뿐인데 4평 남짓한 곳에서 4명이 같이 지냈다니 생각만해도 막막하네요. 이중섭 작가가 이곳에서 살았던 기간은 1년 남짓이라고 합니다. 그후 이중섭 작가의 아내와 자식은 일본으로 건너갔고 이중섭 작가 본인은 부산에서 노동을 하며 삶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이중섭 작가 생가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중섭미술관으로 이동하였습니다. 2층으로 구성된 크지 않은 건물인데 1층에서는 이중섭 작가의 작품을 상시전시하고 2층에는 기획전 형태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2층에 가보니 이중섭거리에서 누워자던 개를 그린 그림도 있더군요.) 작가의 명성에 비해 그다지 볼거리가 많진 않습니다. 어른 기준 입장료가 1천원인데 그만큼 동네미술관처럼 심플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입니다. 박물관 내에서는 촬영이 불가능합니다.) 

위작이 많은 이중섭 작가인만큼 이 안에 있는 작품들 중 적지않은 수가 가짜라는 생각을 하니 작품 관람에 대해 큰 집착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담배 은박지에 그린 그림들은 마음 어딘가를 울리는 듯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였습니다. 캔버스와 물감을 구하기 힘들었던 당시 이중섭의 작품이라 그런지 채색이 안된 스케치 형태의 그림이 많았습니다.

미술관에는 이중섭이 그린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생전 이중섭 화백이 일본인 부인과 주고받은 편지와 이중섭 화가가 사용하던 팔레트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릴적 이야기와 시들을 읽노라면 옛 향수에 빠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술관을 나와서 바로 몇 계단 내려가면 이중섭공원이 있습니다. 낮은 돌담으로 그 경계를 세워놓았는데 전체적으로 돌담이 낮은 제주의 풍경과 일치했습니다. 길을 따라가면 작가의 산책길이라는 곳이 있는데 길바닥에 페인팅으로 귀여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거리를 걷다보면 거대 조각상과 악세사리도 볼 수 있습니다. 가로등과 벽면마저 귀여운 그림의 동상과 벽화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중섭 거리는 올레길의 6번째 코스라고 합니다. 알고 보니 임산부 태교여행 필수코스라고 하네요. 평일에 방문하면 사람이 거의 없지만 주말이 되면 관광객들 때문에 발디딜 곳없이 꽉 찬다고 합니다. 특히 주말에는 아트마켓이 열려서 쇼핑할 거리가 특히 더 많아진다고 합니다. 흑돼지 고로케 등 지역특산물과 결합한 간식을 파는 가게가 많이 있으니 식사를 그곳에서 하실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거에요.

이중섭 거리를 걷다보면 벽면과 바닥에 이중섭이 그린 그림이 있습니다. 주로 채색이 안된 스케치로된 그림들이다. 이중섭이 극도로 가난한 삶을 살 때 그린 은박에 그렸던 그림들을 본뜬 것들인데요. 벽면에 있는 이중섭 작가의 초상화 역시 은박을 연상시키는 돌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P.S 1 : 이중섭 작가는 제주도에 지낼 때 경제적 어려움에 음식을 살 돈이 없어서 게를 많이 잡아먹었다고 합니다. 본인이 생각해도 많이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게에게 미안해 게 그림을 많이 그렸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중섭거리를 걷다보면 보도블럭 바닥에 그려진 게 그림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P.S 2 : 자동차 렌트하고 오시는 분들은 이중섭거리 주차장이 매우 협소한 것 미리 참고하셔서 오시기 바랍니다.

소의 말 (이중섭)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 나려 이제 여기에
고웁게 나려

두북 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 눈 열고

가슴 훤히
헤친다

* 명소 답사, 국내여행을 함께하고 싶으신 분들은 소모임 어플에서 '명소'를 검색해보세요.   

P.S : 가입하고 싶은 모임이나 원하시는 분야가 있으신 분은 댓글 또는 쪽지로 문의주세요. 확인 후 연결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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