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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Feb 02. 2017

빨래

뮤지컬덕후들이 제일 좋아하는 작품! 매년 이어지는 대학로 스테디셀러 공연

안녕하세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하루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평소와는 좀 다른 말로 포스팅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관성'이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성에 찌든다', '관성적이다' 등 안좋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관성은 나쁘기만 한 말은 아니에요. 우리가 살면서 학습해온 노하우의 습관화 또는 버릇의 다른 표현이 관성이거든요. 관성 덕분에 우리는 기존에 증명된 법칙과 기술에 대해 그때마다 논쟁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관성적이다'라는 말은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는 것은 기존대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에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보라는 중의적 의미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매일 쓰는 블로그 포스팅, 유지할 것은 '관성'대로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은 '관성적이지 않게' 발전시키겠다는 자세로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오랜만에 순수창작공연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제가 이번에 소개해드릴 공연은 대학로에서 만들어진 국내 순수창작뮤지컬 <빨래>입니다. 상당히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이고, 실제 관람하진 않으셨어도 그 명성(?)은 한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작품일텐데요. 오늘은 뮤지컬 <빨래>의 역사(?)와 줄거리, 그리고 어떻게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2005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재연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빨래>는 2000년대 서울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변두리 소시민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씨에이치수박 제작의 한국 창작 뮤지컬입니다. 초연 당시 추민주가 대본과 연출을, 민찬흥이 작곡을 맡았고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 작사상 및 극본상,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작사/작곡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작품이었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아 2005년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 상업작품으로 정식 초연했습니다. 이후 대학로, 두산아트센터, 아트원씨어터를 거쳐 공연이 점점 보완되었고 현재는 동양예술극장에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빨래>는 2015년에 10주년을 맞이했고 3,000회 공연, 관객 5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10주년 특별공연인 2015년 6월을 기준으로 22명의 솔롱고, 20명의 나영을 비롯해 123명의 배우가 뮤지컬 <빨래>를 거쳐갔다고 합니다. 2005년 초연 당시 1시간 30분이었던 공연 길이는 2015년 기준으로 2시간 40분으로 늘어났고, 삽입곡도 7곡에서 18곡으로 증가했습니다.

<빨래>의 줄거리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작품의 주제가 현실적인 소시민들의 삶이기에 <빨래>에서는 단 하나의 비중있는 주인공 중심이 아닌 8명의 등장인물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립니다.

서울의 작은 동네로 이사온 27살 나영은 고향 강원도를 떠나 야간대학을 중퇴하고 서울의 한 서점에서 근무하며 근근히 살고 있습니다. 나영은 빨래를 널러 올라간 옥상에서 몽골에서 유학온 5년차 유학생인 솔롱고를 만납니다.  어색한 첫 인사로 시작된 둘의 만남은 바람에 날려 넘어간 빨래로 인해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의 순수한 모습을 발견하며 친해집니다.

나영과 희정엄마가 살고 있는 집의 주인 욕쟁이 할매. 세탁기 살 돈이 아까워 찬물에 빨래하고 박스를 주워 나르며 억척스럽게 살지만 오늘도 빨래줄에 나부끼는 아픈 딸 '정둘이'를 보며 한숨을 쉬며 눈물을 참습니다.

한 눈에 나영의 속옷 사이즈를 정확히 알아맞히는 이웃집 여자. 동대문에서 속옷장사를 하는 '돌아온 싱글' 희정엄마. 애인 구씨와의 매일 같은 싸움에 몸서리를 치지만, 오늘도 '구씨'의 속옷을 빨래하며 고민을 털어버립니다.

오늘도 사장 눈치보는 직장인, 외상값 손님에 속 썩는 슈퍼아저씨.
순대 속처럼 메어터지는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아줌마.
오늘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정겨운 인생살이가 빨래와 함께 그려집니다.

뮤지컬 <빨래>가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대학로 토박이 출신 저예산 뮤지컬이라는 출신적 한계(?)에 비해 전설적인 캐스팅 때문인데요. 무려 만능엔터테이너 임창정과 지금은 확고히 한국 최고의 뮤지컬배우로 불리는 홍광호가 남주인공 '솔롱고'에 캐스팅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둘의 이름값만으로도 기존의 소극장 공연으로는 관객을 채우지 못했기에 대형극장인 연강홀에서 2009년 공연이 진행되었고 관객과 배우, 제작진 모두에게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었었죠. 홍광호는 영국 진출 후 초대형배우가 되어 다시 <빨래>에서 보기 어려울 것이라 모두가 예상했는데 2016년 3월에 복귀하여 '빨래'팬들에게 감동과 기쁨의 선물을 주는 진풍경을 연출하였습니다. (홍광호 배우 개인에게도 '빨래'는 애착이 있는 작품이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또 <빨래>와 인연이 깊은 유명한 분이 계시죠. 배우 김희원 님은 초기부터 <빨래>의 예술감독, 엔젤투자자 역할을 했고, 소극장에서 중극장으로 옮기는데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합니다.

추민주 연출가님이 기존의 스토리와 무대에서 다루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 글을 엮어 소설을 내실 예정이라고 하고, 2020년까지 영화 개봉을 목표로 준비하고 계신다네요. 왠지 영화로 나오면 강풀 원작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같은 느낌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렇게 오늘도 포스팅이 끝났네요. <빨래>는 뮤지컬 매니아 세계에서도 첫 번째로 꼽히는 다수의 팬들을 보유한 작품으로 10번 관람한 정도로는 마니아그룹에 끼지 못하며 80번, 심지어 100번 본 관객이 있을 정도하고 합니다. 큰 인기에 힘입어 매년 쉬지않고 공연을 하고 있어서 관람을 원하시는 분들이 편하게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아직 관람하지 않으셨다면 예매일정 확인하셔서 꼭 보시길 바랍니다. 현재는 대구에서 지방공연 중인데 다음 달이나 올해 상반기 내에 서울에서 재연하게 될 것 같아요. 끝으로 뮤지컬 <빨래>의 넘버 중 나영이 부르는 예쁜 구절을 소개하며 저는 이만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또 좋은 공연과 함께 찾아올게요. 다들 행복하세요.

빨래를 하면서 얼룩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시간이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슬픈 니 눈물도 마를거야.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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