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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Jul 04. 2017

레이디 맥베스

러시아 대문호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을 영상화하다 

굿모닝입니다. 여러분.
다들 지난 밤 행복한 꿈 꾸셨나요?


오늘은 오는 8월 3일에 개봉하는 영국 영화인 레이디 맥베스와 그 원작소설인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맥베스'라는 이름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러시아의 대문호인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줄거리와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에 대한 소개, 영화 관련 이야기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게요.

1.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사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은 국내에 맞게 의역된 제목으로 본래 제목은 러시아의 지방 이름인 '무첸크스'가 포함된 <무첸스크 군의 맥베스 부인>입니다. 사랑을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살인을 저지르고 마지막에는 연적과 함께 목숨을 끊은 여인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작가인 니콜라이 레스코프가 형재판소의 기록원으로 근무할 때 접한 충격적인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쓴 글입니다. 

니콜라이 레스코프가 기록원 재직 시절 어느 며느리가 70대의 시아버지를 끓는 납을 얼굴에 부어 살해하였다는 사건을 듣게 되었는데, 체포 후 그녀의 얼굴이 대중에 공개되자 살인마로 생각했던 여인의 얼굴이 몹시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많은 수의 사람들이 놀랐다고 합니다. 이 사건에 영감을 받은 니콜라이가 쓴 소설이 바로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입니다.

이 작품은 오페라, 연극, 무용,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재창작되어왔습니다.  1932년에  유명한 작곡가 쇼스타코비치가 '레이디 맥베스'라는 제목으로 작곡하여 1934년에 말리 극장을 시작으로 유럽 곳곳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2. 줄거리

부자가 되기 위해 나이많은 부잣집 남자와 결혼한 가난한 농부의 딸 카테리나는 남편 보리스가 떠나면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집에만 있는 신세입니다. 아직 스물네살 밖에 되지 않은 카테리나는 사랑 한번 해본적이 없는 순진한 소녀로 남편의 잦은 출타에 늘 집에만 있으며 외로워합니다. 남편인 보리스는 잠깐씩 집에 돌아올 때도 카테리나를 위로해주긴 커녕 무시하기 일쑤이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아버지인 지노비는 카테리나가 정숙하지 못한다고 잔소리만 늘어놓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세르게이라는 하인이 자신의 시중을 들게 되고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됩니다. 세르게이를 향한 카테리나의 사랑은 점점 깊어지고 자신의 사랑에 방해가 되는 시아버지와 남편을 차례로 죽이기로 합니다. 
카테리나는 보리스를 죽이기 위해 손수 음식을 만드는데 독버섯에 향신료를 뿌려 먹게하여 즉사시킵니다. 보리스를 죽인 후 카테리나는 세르게이와 힘을 합쳐 지노비를 목졸라 죽이고 그들의 시체를 유폐합니다.

이제 카테리나를 간섭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녀는 다른 하인과 주변 사람들의 미심쩍은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르게이와 사랑을 나눕니다. 그러던 중 죽은 남편의 재산 상속권이 자신이 아닌 어린 조카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카테리나는 죄없는 어린 조카마저 죽이고 맙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어느 날 보리스의 시체가 어떤 농부에 의해 발견되고 경찰들은 카테리나의 저택에 들이닥칩니다. 세르게이와의 결혼을 준비하던 카테리나는 경찰에 체포되고 결국 세르게이와의 불륜사실과 세 남자의 살인이 밝혀지자 카테리나와 세르게이는 감옥에 갇히고 맙니다.

카테리나를 포함한 죄수들은 시베리아의 감옥으로 행진하며 감옥에 갇힐 날을 기다리는 신세입니다. 카테리나가 아닌 카테리나가 가진 재산을 사랑하였던 세르게이는 미모의 여자인 소네트카에게 흑심을 품게 됩니다. 세르게이가 자신이 아닌 다른 상대와 바람을 피고 카테리나는 이에 분노합니다.  카테리나는 행군 중 세르게이의 애인과 함께 볼가 강으로 뛰어들어 목숨을 끊고 이야기는 끝납니다.

3.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

니콜라이 레스코프는 러시아의 작가로 열다섯살에 고아가 되어 학교를 중퇴한 후 지방관청의 서기관으로 근무하였습니다. 이후 숙부가 경영하는 상회의 영업직원으로 일하며 러시아의 생생한 현실과 민중의 삶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나이 25살 때 약 3년간 러시아의 부호들의 영지를 조사하는 일을 맡게 되었는데 이 때 러시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여러 경험을 하였고 이 경험들이 그가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니콜라이 레스코프는 이 기간동안 러시아 민중들의 다양한 삶을 그려내며 1863년 첫 단편소설 '시향소'를 발간한 후 1872년에 '성직자'라는 그의 대표작 '성직자들"을 출간함을으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작가로 자리매김합니다. 이후 전업작가로 전향한 레스코프는 '봉인된 천사', '마법에 걸린 순례자',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등으로 현재의 명성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레스코프는 1895년 6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톨스토이, 도프도예프스키와 동급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뛰어난 작가입니다. 멀리 갈 필요없이 톨스토이가 직접 니콜라이 레스코프를 가리켜 미래의 작가라고 극찬하였고 러시아 문학을 알고 싶다면 레스코프의 소설을 읽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러시아 문학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작가입니다. 막심 고리키 등 내로라 하는 작가들도 모두 그의 영향을 받았다 이야기할 정도로 러시아 문학에 있어 니콜라이 레스코프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4. 영화 관련 이야기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은 워낙 유명한 작품인지라 뮤지컬, 오페라, 연극 등으로 수차례 제작되었습니다. 2016년에는 영국영화로 제작되었는데 본작의 배경이 러시아임에도 불구하고 영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덕분에 캐릭터들의 이름도 전부 영국식으로 바뀝니다. 카테리나가 캐서린으로, 세르게이가 세바스찬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레이디 맥베스>는 작년 토론토 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미국 선댄스 영화제 등에 출품된 작품으로 감독인 윌리엄 올드로이드의 첫 작품이었는데 놀라울 만큼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보여주어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감독은 원작의 배경인 19세기보다 한 세기 전인 18세기 영국의 외딴 시골 성을 배경으로 카테리나가 흡사 감금된 것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을 그립니다. 오직 후손을 낳는 것과 남편에게 복종할 것을 강요하는 시아버지, 상하관계를 강조하는 남편의 모습은 카테리나가 서서히 미쳐가는 이야기에 당위성을 제공합니다. 이후 원작의 스토리대로 카테리나는 잔인한 학살을 진행하지만 익히 알려진 원작의 결말과는 다른 엔딩을 보여줍니다.

감독은 당시 여성들은 가부장적인 폭력이 가미된 문화에 침묵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카테리나는 독립을 위해 살인도 불사하며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나간다는 점을 그리고 싶어 이 작품을 영화화하였다고 합니다. 원작과 다른 영화의 결말은 8월 3일 개봉 때 꼭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생활이 어떻게 지루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혹시나 남들처럼 당신에게 애인이 있다고 해도 그를 만나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 같군요. 아기만 해도 그렇죠. 마님, 아기는 그냥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이런 노랫말도 있지요. '사랑하는 이가 없으면 슬픔과 애수에 사로잡힌다'고. 바로 그 애수가 제 마음에도 너무나 커서 날카로운 칼로 그것을 베어내어 당신 발 앞에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면 제 마음이 백배는 더 편해질 겁니다.
- 세르게이 /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본문 中

* 영화를 같이 볼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영화'를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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