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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Jul 07. 2017

뮤지컬 아리랑

12권의 대하소설을 2시간40분 뮤지컬로 옮기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지난 밤 행복한 꿈꾸셨나요?


오늘은 오랜만에 국내 순수창작 뮤지컬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해드릴 공연은 뮤지컬 <아리랑>입니다. 한국의 대문호인 조정래 작가의 12권 대하장편소설을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공연 이전부터 이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를 공연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굉장히 말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뮤지컬<아리랑>에 대한 소개와 줄거리, 공연관련 이야기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게요.

1. 뮤지컬 아리랑

뮤지컬 <아리랑>은 2015년에 초연된 작품으로 작품 기획과 제작에만 3년의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많은 공이 들어간 작품입니다. 이 공연을 기획한 신시컴퍼니는 뮤지컬 <영웅>을 제작한 기획사로 조정래 작가의 자문과 고선웅 연출가의 노력이 더해져 작품을 온전히 제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뮤지컬 <아리랑>은 동학혁명 10년 후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일제 침략부터 해방기까지의 40년의 방대한 스토리를 2시간 40분 뮤지컬로 이야기합니다. 진도아리랑과 신아리랑이 뮤지컬 넘버로 사용되고 뮤지컬 넘버에는 해금과 북 등 전통악기에 바이올린, 첼로, 오보에 등의 서양악기가 더해져 입체적인 조화를 이룹니다. 

2. 줄거리

마을에서 제일가는 인물로 소문한 선비 송수익은 여인 차옥비를 사랑하지만 이를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만 둡니다. 이에 반해 차옥비의 오라비인 차득보는 방수국이라는 여인과 당당히 공개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일제의 침략이 시작되고 차옥비의 부모는 일본 경찰들에 의해 총살당하고 맙니다.  송수익의 집에서 노비생활을 하던 아버지가 의병에게 죽임을 당하자 아들 양치성은 친일파가 되어 조선에 대한 복수를 다짐합니다. 이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송수익은 의병에 지원하여 독립전쟁에 참전합니다. 

그 사이 방수국이 친일파인 백남일에게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차득보는 백남일을 구타하고 이로 인해 일본경찰들에게 체포됩니다. 일본군 장교 고모다는 차옥비를 눈여겨보고 일본경찰에 구금된 그의 오라비를 석방해주는 조건으로 그녀를 첩으로 거둡니다.

해방된 차득보는 방대근과 함께 수국과 옥비의 복수를 준비하고 송수익은 일본 토벌대에 밀려 의병을 해산하고 만주로 돌아옵니다. 한편 양치성은 마을로 돌아와 방대근의 가족들을 살해하고 수국과 결혼하고 이를 알게 된 차득보와 방대근의 계획은 어그러지는데...

3. 공연 이야기

2015년의 초연 작품의 경우, 여러 부분에서 부실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뮤지컬 1막과 2막이 각각 시작될 때 등장인물 소개 배경소개 등이 영상을 통해 간단히 나오는 등 일반인 관객이 보기에도 장면과 장면, 이야기와 이야기의 연결 등이 부실하게 느껴졌는데 이는 장대한 원작소설의 설명에 연연하다 내러티브를 놓친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하소설을 극화하였기 때문에 이야기가 굉장히 빨리 전개되는데 당장 장면전환만 해도 30회가 넘게 나옵니다. 이런 장면전환을 최대한 부드럽고 신속하게 넘기기 위해 고선웅 연출가는 LED 조명을 이용하여 과거와 현재의 시점이동을 위한 연출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주인공인 독립운동가 송수익 역할에 안재욱, 서범석이 친일파 양치성 역할에 김우형, 카이가 차옥비, 방수국 역할에 김성녀, 윤공주, 임혜영 등이 캐스팅되었습니다.
특히 여배우들의 열연이 빛나는 무대로 감골댁 역할의 김성녀 배우와 방수국 역할의 윤공주 배우의 호연이 눈에 띄었습니다. 송수익의 연인인 차옥비 역의 이소연 배우는 본래 국악 전공 출신의 능력을 십분 살려 뮤지컬 넘버를 잘 소화해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남자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개성없이 밋밋하게 그려지는데 이는 역사소설을 뮤지컬로 만들기 힘들다는 한계 때문인지 스토리의 큰 줄기를 담당하는 부분은 전부 남성배우들의 역할로 맡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남성배우들은 이야기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을 어필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뮤지컬 아리랑은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소화하기 위해 뮤지컬 넘버도 십분 활동하는데 넘버의 수가 1막 22개, 2막 16개인 38개나 됩니다. 넘버 하나하나가 대부분 앙상블로 이루어진 음악인데 19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통해 판소리의 멋스러움을 잘 살린 것이 일품입니다. 대사와 뮤지컬 넘버 모두 전라도 사투리로 만들어졌지만 국악과 서양악의 하모니를 통해 조금도 거북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음악의 무게감과 판소리의 멋스러움은 연출자 고선웅이 빚어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아리랑>은 비록 원작에 버금가는 작품이라 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극화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오는 7월 25일부터 9월 3일까지 뮤지컬 <아리랑>의 재연 공연이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되는데 꼭 관람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꽃이 진다고 꽃이 아니겄소. 꽃을 꺾는다고 꽃이 아니겄소.
- 차옥비/아리랑 中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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