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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Jul 11. 2017

영화 스윙키즈 원작, 뮤지컬 로기수

<타짜>,<써니>의 강형철 감독과 엑소 도경수의 콜라보 프로젝트

굿 애프터눈입니다. 여러분.
다들 오후 시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올 하반기에 촬영이 시작될 영화 <스윙키즈>의 원작이 되는 뮤지컬 <로기수>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창작뮤지컬이 영화로 제작되는 경우는 정말 드문데요. 이번 시간에는 뮤지컬 <로기수>에 대한 소개와 줄거리, 공연관련 이야기 및 추후 제작될 영화 관련 이야기까지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뮤지컬 <로기수>

뮤지컬 <로기수>는 국내 순수창작뮤지컬로 2015년 3월부터 5월까지 대학로에서 초연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뮤지컬이 만들어진 계기가 매우 신선한데 한국전쟁 당시 독일의 사진작가 베르너 비숍이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북한군 포로를 촬영한 적이 있는데 이들이 가면을 쓴 채로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기이하게 여겨 사진을 기사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 그 속 사연이 무엇일까 상상하던 김신후 작가는 본인의 분야인 뮤지컬에 자신의 추론을 담은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춤에 빠진 북한군 포로 소년 로기수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합니다. 사실 기이한 사진을 보고 작품을 쓴 예가 아주 처음인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그 유명한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미스 사이공'이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으로 보내진 혼혈아이의 사진을 보고 기획된 것이니까요.

<로기수>의 줄거리만큼 중요한 안무는 탭댄스 안무가인 박용갑 댄서가 담당하였고, 50년대 미국 팝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넘버는 작곡가 신은경이 담당하였습니다. 현장감을 중시하는 공연이니만큼 음악 역시 제작사에서 여타 공연보다 신경을 많이 썼는데 대학로 중소형 극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MR 재생이 아닌 라이브 밴드의 연주로 진행하였습니다.

작품의 메인 타이틀롤인 '로기수' 역에는 김대현, 윤나무, 유일이 맡았고 또 하나의 큰 축인 로기수의 형인 '로기진' 역에는 김종구, 홍우진이 캐스팅되었습니다.

2. 줄거리(스포 포함)

1952년 거제 포로수용소는 미군에 의해 북한과 중공군 포로들이 같이 수용된 감옥입니다. 이 안에서는 포로의 송환 문제를 둘러싸고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친북한세력과 송환을 거부하는 반북한세력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수용소의 책임자인 미군은 두 세력간의 다툼에는 일체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포로들에게 팝송, 악기, 댄스, 게임등 의 미국 문화를 전파하는데에 적극적입니다.

한편 전쟁에서 패해 부모를 잃고 포로가 된 북한군 로기진, 로기수 형제는 같은 뱃속에서 나온 사이지만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일 미군에 대한 복수만 생각하던 로기진은 6.25 전쟁 당시 전장의 악마라 불리운 군인으로 북으로 돌아가 원한을 갚기만을 학수고대합니다. 그의 동생 로기수는 복수는 커녕 군인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생각없는 열일곱살 소년으로 고향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기만을 바랍니다. 혹시라도 기수가 말썽을 부릴까 걱정되는 기진은 동생 기수에게 북한에 돌아갈 때까지 얌전히 있기를 신신당부합니다.

어느 날 로기수는 전우를 따라 미군부대 창고에 가던 중 우연히 미국 군인들의 탭댄스를 보게 됩니다. 아무 생각없이 살던 기수는 현란하고 박진감 넘치는 탭댄스를 보고 댄서가 되어야겠다 결심하고 어떻게든 탭댄스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운이 좋은 것인지 일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풀리기 시작합니다. 적십자사에서 포로수용소 방문 소식을 들은 수용소장 돗드는 본인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기수를 포함한 탭댄스를 배울 군인 다섯명을 색출하여 무대에 올리려고 합니다. 이 때 기수는 운좋게 다섯명의 군인에 들어가게 되고 열성적으로 춤을 배우려 노력합니다. 이를 좋게 본 돗드는 탭댄스에 빠진 로기수에게 좋은 강사를 붙여 춤을 배우게 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춤에 빠진 조선군 소년병사를 남,북한 모두에 보여주어 미군의 정치적, 문화적 우위를 다지려 합니다.

한편 기진은 이를 모르고 부대 내에 미군의 앞잡이가 되어 춤사위를 하는 반동분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인민군을 선동하여 반란자 색출에 열을 올립니다. 그러다 댄서 명단에 자신의 동생이 있는 것을 보고 난처한 처지에 몰리게 됩니다.

수많은 연습끝에 상상한 수준의 댄스실력을 갖춘 로기수는 무대에 오르려하고 이 소식은 수용소 내의 군인들에게 전해집니다. 이 소식은 친북 인민군들의 분노의 불씨를 지피고 이 분노는 기수는 물론 그의 형 기진과 동료들까지 위험에 빠지게 합니다. 무대에 오른 로기수의 열정적인 춤은 과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요?

* 결말(스포포함)

결국 기수는 무대에 오르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포로번호 명패를 던지고 얼굴에 복면을 쓴채 춤을 춥니다. 이 때 친북 인민군들은 기진을 인질로 잡은 후 기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무대에 올라 인민군들의 표적이 되어 죽을지, 아니면 무대에서 미군장교를 죽이고 체포될지 선택하라고 말이지요.

기수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죽을 운명이지만 최소한 자신의 형을 살리고 싶으면 자신의 말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인민군. 그런 인민군을 무시하고 기수는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이에 격분한 인민군들은 기진을 죽이려 하나 기진의 재치로 위험을 벗어나고 인질극 소동은 끝이 납니다. 허나 군중 속 인민군들이 기수를 저격하려하자 그를 구하기 위해 기진은 희생되고 기수는 석방되어 남은 생을 댄서로 살게 됩니다.

3. 공연 관련 이야기

뮤지컬 <로기수>에한 평가는 전체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이 대다수이지만 극진행에 있어 불필요한 부분이 다소 있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거제 포로수용소의 소개와 설명을 지나치게 상세히 하여 몰입감이 떨어졌다는 것과 마지막 탭댄스 연출에서 무리한 감동을 주기 위해 기계를 통한 지나치게 인위적인 공중도약 등의 연출은 과유불급이었다는 평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배우들의 다소 어색한 북한 사투리가 부자연스러웠다는 의견과 인터미션을 제외하고도 2시간 40분이나 되는 긴 공연 시간이 부담되었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학로 중소형 규모의 공연이어서 뮤지컬을 보러간 관객들이 대형 라이센스 공연에 비해 별 기대감 없이 보았는데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와 흥미로 인해 상당히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린 이가 대다수입니다.

이는 배우들이 얼마나 탭댄스를 연습했을지 공연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전문댄서가 아닌 배우들이 댄서처럼 보이기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하는데 일반관람객의 눈으로 보아도 그들이 탭댄스 연기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포로수용소에서 춤이라는 소재는 탄광촌에서 발레를 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연상케하지만 <로기수>는 엄연히 <로기수>만의 매력을 뽐냅니다. 

국내창작뮤지컬 중 중소형 규모의 작품 중 이 정도로 높은 호평과 인기를 거둔 작품은 드뭅니다. 검증된 시나리오, 유명배우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대학로를 평정하고 영화 리메이크라는 목표까지 달성하게 된 작품에 응원을 보냅니다. 댄스를 위시한 쇼뮤지컬처럼 보이지만 이야기 구성과 조명, 무대구성 등 연출의 묘미도 충분히 살렸습니다. 이러한 성공적인 초연에 힘입어 2016년 봄에 재연이 이루어졌고 이제는 충무로의 스테디공연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4. 뮤지컬 <로기수>의 배경이 된 실제 있었던 사건

1) 거제도 포로수용소 사건(돗드 준장 피납사건)

거제포로수용소는 6.25 전쟁 중 유엔군과 한국군이 사로잡은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들을 집단 수용했던 곳입니다. 1950년 11월에 설치되었던 거제포로수용소는 지금은 철거되어 그 자리에는 유적공원이 세워져 있습니다.

당시 수용소에는 공산포로와 반공포로 두 진영으로 나뉘어 험한 대치를 이루고 있었는데 공산포로 측은 당시 수용소의 소장이었던 돗드 준장을 납치하여 포로 대우개선, 일방적 포로송환 중지 등을 요구하며 유엔군과 대치하였습니다. 이에 더해 반공포로를 자체 인민재판에 회부하였고 105명의 포로를 참살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유엔 측 협상당사자인 콜슨 준장이 이들의 요구를 일부 받아드림으로 일단락되었고 돗드 준장은 석방되었습니다. 이후 후임 유엔군 사령관으로 임명된 클라크는 협박에 의해 이루어진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선언한 뒤 공산포로를 분리 수감하였고 저장하는 공산 포로를 토벌하는 것으로 사건은 완전히 종결되었습니다.

2) 이학구

이학구는 북한의 군인으로 6.25 전쟁 당시 참전했다가 인천상륙작전 이후 미군에 투항하여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습니다. 이후 거제도 포로수용소 사건이 발생할 당시 이학구는 공산포로 편에 서서 조직을 지휘하였고 그들의 대리자로 협상에 참여하였습니다.

이후 거제도 포로수용소 사건이 종결되고 이학구는 북한에 포로로 잡힌 윌리엄 딘 소장과 전쟁 포로 교환에 의해 북송되었으나 1963년에 자살하였습니다.

5. 영화 관련 이야기

뮤지컬 <로기수>가 최근 국내매체에 조명받게 된 것은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강형철 감독의 신작인 <스윙키즈>로 리메이크된다는 뉴스 때문입니다. 캐스팅된 배우들 덕분에 더 큰 유명세을 치르게 되었는데 로기수 역할에 엑소 도경수가, 로기진 역할에 배우 오정세가 캐스팅되었고 원작에는 없는 여주인공 역할을 배우 박혜수가 맡게 되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작품 전체를 이끌어 나가면서 고난이도 탭댄스를 구사해야 하는 로기수 역의 도경수와 원작과 차별화된 연출을 책임져야할 강형철 감독의 부담이 막중합니다. 배우 박혜수는 자신을 스타덤에 올린 JTBC 드라마 <청춘시대 2>를 포기하고 선택한 작품이기에 이 작품의 흥행이 저조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배우들과 감독 모두에게 있어 미래를 결정할 작품으로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큰 비중이 없는 여성 역할을 감독은 어떻게 부여할 것인지도 궁금한데요. 여타 감독이라면 전형적인 스토리의 연출물을 내놓겠지만 명성 높은 강형철 감독인만큼 무언가 특별한 것을 내놓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내 창작뮤지컬이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한 예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공유, 임수정의 <김종욱 찾기>, 올 하반기 개봉예정인 마동석, 이동휘 주연의 <형제는 용감했다> 등 손에 꼽을만한데 <로기수>를 영화화한 <스윙키즈>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 기대됩니다.

꿈을 버리면 너도 없다. 살아남자. 같이 춤출 수 있게.
- 로기수/뮤지컬 <로기수> 中

* 뮤ㅈ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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