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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Aug 07. 2017

영화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

팔레스타인 난민 소년의 오디션 도전기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지난 밤 행복한 꿈 꾸셨나요?


오늘은 오는 8월 17일에 개봉하는 영화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과 영화의 실제 모델인 '무함마드 아사프'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7~8월이 되면 영화관에 성수기가 찾아오는데 이 시즌에는 블록버스터 작품이 대거 등장하여 중/소형 작품이 개봉관을 잡기 힘든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에 중/소형 작품들은 개봉시기를 늦추는데 또 이 틈새를 노려 상영관을 잡고 개봉하는 영화들이 있으니 바로 비할리우드 나라의 작은 영화들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 역시 바로 그런 케이스로 보면 되는데요. 팔레스타인과 아르헨티나 합작 영화로 2015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돈도 악기도 없이 목소리만으로 오디션에 도전한 팔레스타인 난민 소년 '무함마드 아사프'의 이야기입니다.

1. 무함마드 아사프

무하마드 아사프는 2013년 중동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랍 아이돌'에 출연해 팔레스타인 최초로 우승을 거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의 가수입니다. 아사프는 '아랍 아이돌'에 출연하기 전부터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곡해석력, 한계없이 치솟는 고음으로 데뷔 전부터 프로 가수가 되기위한 모든 소질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다만 팔레스타인 난민이라는 그의 출신이 그가 가수가 되는 길을 막고 있었는데 그는 중동 최고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랍 아이돌>에 출연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모험을 합니다.

무사히 국경을 넘고 오디션에 참여한 아사프는 우승하여 탄압을 받는 팔레스타인을 전세계에 알리고 세계적인 가수로 우뚝 섭니다. 아사프의 우승이 특별한 것은 그가 대치하는 팔레스타인의 두 진영 모두에게 지지를 받는 통합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수상 소감은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60년 넘게 고통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승리를 바친다."였습니다.

팔레스타인 뿐 아니라 중동 전체에 아사프가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잘생긴 외모와 높게 치솟는 목소리 덕분입니다. 팔레스타인에서 온 로켓이라고 불릴만큼 그의 음역대는 높아서 다른 경쟁자들과의 대결에서도 평단과 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오디션에 참여할 때 아사프는 팔레스타인을 상징하는 격자무늬 두건 '케피예'를 쓰고 참여하였고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들의 국민적인 성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훗날 아사프는 한 가지 논란이 될만한 언행을 하는데 그것은 "전통을 지키자는 취지로 여동생이 대중 앞에서 노래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해버린 것입니다. 이는 전통을 수호하는 무력단체인 하마스 진영과 달리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팔레스타인의 자치정부에 대한 배신행위로 많은 비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2. 영화 줄거리

무함마드 아사프는 팔레스타인 가자 난민지구에서 활동하는 빈곤층 소년으로 동네를 오가며 결혼식과 지역행사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네가수입니다. 그의 꿈은 사랑하는 누나와 함께 최고의 중동 최고의 무대인 이집트 카이로의 오페라 하우스에 서는 것이지만 현실은 간단한 악기 하나 살만한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사프는 친구로부터 중동 최고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랍 아이돌'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다는 것을 듣게 됩니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 그는 이집트로 가려 하지만 적국인 이스라엘의 국경 봉쇄로 인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오디션 장소에 갈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결국 아사프는 그동안 모은 돈을 모아 국경수비대에 뒷돈을 주며 간신히 카이로의 오디션장에 도착하지만 이미 오디션의 접수는 끝이 난 상태입니다. 굳게 닫힌 문을 뒤로 하고 오디션이 열리는 호텔담을 넘고 몰래 잠입한 아사프는 어떻게든 추가로 접수하려고 애써보지만 규정을 이유로 끝내 접수를 하지 못하고 맙니다.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아사프는 복도에서 절실하게 노래를 부르고 이를 들은 자신과 같은 고향출신의 지원자의 양보로 오디션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나는 예선에서 떨어지겠지만 너라면 결승까지 갈 수 있을거야."라는 지원자의 말을 듣고 아사프는 꼭 우승을 거두겠다고 다짐합니다.

드디어 시작된 오디션의 첫 무대. 아사프는 첫 무대부터 자신의 실력과 존재감을 강하게 나타내고 이는 심사위원은 물론 관중들과 이 방송을 시청하던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사람들에게까지 환호하게 만듭니다. 아사프는 거침없이 예선, 본선을 넘어 결승까지 나아가고 마지막 무대는 팔레스타인의 전통음악인 '케피예를 들어올려라'를 부르며 결국 우승을 거둡니다.

아사프의 우승 소식이 전해지자 가자지구에서 대치하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무장단체인 하마스 모두 공식성명을 통해 아사프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이는 반세기가 넘도록 가자 지구를 둘러싸고 물과 불처럼 싸우던 팔레스타인 양 진영에 대한 통합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비단 한 명의 영광이 아닌 민족적인 큰 경사가 됩니다.

3. 영화 관련 이야기

<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은 본래 해외에서 2015년에 개봉한 작품이지만 국내 관객들에게는 생소한 아르헨티나, 팔레스타인 합작 영화인지라 개봉검토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상영된 후 국내 영화 관계자들에 의해 재조명되어 오는 8월에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제목의 미국식 제목은 <The Idol>이지만 영화의 주제를 상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국내에서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이라고 새로 네이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팔레스타인 영화인데요. 감독인 하니 아부 아사드는 <천국을 향하여>, <오마르> 등 팔레스타인의 사회상을 다룬 작품을 만든 경력이 있는 베테랑으로 아카데미상 2회 노미네이트와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세계적인 거장입니다. 그는 이번 영화의 실화로서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연기 경험이 없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배우로 캐스팅하고 이스라엘과의 분쟁지역인 가자지구에서 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치안이 불안정한 지역에서의 촬영인지라 많은 주변의 우려가 있었지만 감독은 이 장소를 고수하였고 그 결과 고증을 잘 반영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상영시간은 98분으로 짧은 영화에 속하지만 스피디한 전개와 연출로 보고난 후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반기에 개봉했던 영화 <라이언>과 같은 종류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꼐 추천드립니다.

혁명은 총을 든 사람만의 것이 아닙니다. 붓을 든 화가, 메스를 든 외과의사, 도끼를 든 농부의 것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위해 투쟁합니다. 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표해 나의 음악과 메시지를 통해 싸웁니다.
- 무하마드 아사프

* 영화를 같이 볼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영화'를 검색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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