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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Aug 10. 2017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원작소설과 작가 김영하, 영화 관련 이야기

안녕하세요? 여러분.
소모임입니다.
다들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 8월은 여러모로 행복한 일이 많은 달 같습니다. 여름휴가와 함께 8월15일에는 광복절이 있어 휴가를 미처 못간 분들도 잠시나마 단비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다들 무더위와 잦은 비로 고생이 많으실텐데 좋은 면도 같이 생각하셔서 올 여름 무사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오는 9월에 개봉예정인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과 그 원작소설인 김영하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영상화된 적이 없는 김영하 작가의 소설이 영화화되어서 제작발표 때부터 매우 반가웠는데요. 캐스팅도 화제가 되었는데 배우 설경구, 김남길, 설현, 오달수 등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이 한번에 등장해서 더 기대가 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에 대한 줄거리, 그리고 작가 김영하와 책과 영화 관련 이야기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줄거리

70세의 노인 김병수는 30년동안 살인을 해오다 지금은 은퇴하여 딸인 은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살인마인 김병수에게도 딸인 은희는 목숨보다 귀한 존재로 행여나 누구에게 해꼬지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살아갑니다.

그런 그에게 한 가지 불행이 닥치는데 그것은 바로 알츠하이머라는 기억이 감퇴하는 병에 걸린 것입니다. 자꾸 기억을 잃어가는 것에 초조함과 두려움을 느끼는 병수에게 가장 큰 소원은 부디 자신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아무 일 없는 것 뿐입니다. 허나 그의 바램과 달리 그가 사는 동네에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병수는 극도의 불안감을 갖고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수는 운전을 하다 접촉사고를 겪고 태주라는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젊은 날의 자신을 연상시키는 불길한 눈빛을 감지한 병수는 태주가 자신과 같은 살인자임을 알게 됩니다.

불길한 예감은 더욱 더 커지고 태주는 병수의 딸인 은희의 주변을 맴돌며 계속 병수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정체를 들킨 것인지, 자신의 딸을 죽이려는 것인지 병수는 극한 고민을 하고 태주를 막을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병수는 경찰에 태주를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신고를 해보지만 어떤 증거도 없는 그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결국 병수는 태주를 막는 법은 자신이 직접 그를 죽이는 것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리지만 문제는 그의 기억력 감퇴입니다. 태주를 죽이기 위해서는 그의 행적을 알아야 하는데 자꾸 끊기는 기억은 태주에 대한 추적을 어렵게 만듭니다.

병수는 태주의 행적을 쫓으며 그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하고 기억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병수의 기억감퇴는 더 심해져가고 과거 병수가 살인범이었을 때의 습관들이 살아나며 점점 큰 혼돈에 빠져드는데...

2. 작가 김영하

김영하 작가는 상당히 점잖은 이미지로 유명한데 어린 시절 행적을 보면 남들이 좀처럼 체험할 수 없는 매우 특이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1살에 우연히 연탄 가스를 마시다 중독되어 그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었다던가, 주변 친구들을 거짓말과 허구의 이야기로 속여먹는 등 결코 모범생같은 삶을 살지 않았습니다.

김영하 작가는 27살의 나이에 <거울에 대한 명상>이라는 작품으로 등단한 김영하 작가는 첫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문학동네 작가상을, 2012년에는 <옥수수와 나>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합니다.

모 일간지 인터뷰에 의하면 김영하 작가는 한 때 가톨릭 사제가 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으나 성인이 된 후에는 종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대학원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사회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미술, 문화, 와인 등에 조예가 깊었던 김영하 작가는 직접 유럽 기행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하고 직업과 집까지 모두 내던지고 시칠리아로 이민을 가서 거주하는 등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못내는 과감한 인생행보를 걷습니다.

작가 생활 초반에는 주로 문학동네를 통해 장편 및 단편집을 부지런히 투고하고 조선일보를 통해 퀴즈쇼라는 소설을 연재하기도 하였으나 어느 순간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정착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한동안 작품이 뜸하다가 2010년에 단편집을 냈는데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였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합니다.

국내 작가 중에는 이례적으로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소설문학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번역출간된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김영하  작가 본인이 위대한 개츠비 등 해외원서를 다수 번역한 경험이 있고 미국과 시칠리아 등 현지에서 장기간 거주한 경험과 출판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집필할 때 해외출간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등 여러 노력이 겹쳐 이뤄낸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김영하 작가는 뉴욕타임즈에 칼럼을 기고하고 테드에 출연하는 등 국내는 물론 아시아 작가들 중 독보적으로 해외활동을 많이하는 작가입니다.)

3. 영화 관련 이야기

그동안 원작이 있는 영화를 추천드리면서 영화를 보기전에 꼭 원작을 보고 비교관람해보시라는 말씀을 많이 드렸는데요. <살인자의 추억법>에 한해서는 예외로 두어야할 것 같습니다. <살인자의 기억법> 자체가 내용과 설정이 굉장히 심플한데 결말까지 안 상태에서 보게 된다면 작품 특유의 스릴감과 반전의 충격을 느끼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작인 책의 분량 역시 장편소설인 점에 비해 176페이지라는 짧은 책입니다. 이 소설의 가장 강력한 점은 주인공 병수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는 이야기로 병수의 눈과 귀, 생각으로 이어진 세계과 실제 사람들이 사는 외부세계와 어떻게 이어지고 왜곡되는지를 독자 스스로 판단하는 점입니다. 이러한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김영하 작가는 군더더기 사족이나 너무 다양한 에피소드, 캐릭터들을 최소화 및 단순화하였고 그덕에 원작은 짧은 분량이지만 굉장히 강렬한 스릴과 여운을 줍니다.

김윤진 주연의 반전스릴러 <세븐데이즈>를 만든 원신연 감독이기에 이 영화를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습니다. 원작팬들을 포함하여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결말이 알려진 현실에서 어떻게 원작과 차별화하면서 어떻게 탄탄한 원작을 영상으로 살려낼지가 관건입니다. 오랜 부진을 겪고 있는 설경구가 이 작품을 통해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CF스타 이미지로 고정된 설현이 배우로 인정발 수 있는 계기가 될지, 모두 이 작품의 성패에 달려 있습니다. 오는 9월 개봉하면 꼭 관람해보시길 바랍니다.

인간은 시간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치매에 걸린 인간은 벽이 좁혀지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숨이 막힌다.
- 본문 중 / <살인자의 기억법>
성숙한 남성이 보기에, 인생은 어떤 심오한 계획도 감추고 있지 않고 어떤 믿음직한 약속도 해주지 않는다. 인생은 우리에게 그저 섬뜩하거나 짖궂은 농담을 던질 뿐이다.
- 본문 중 / <살인자의 기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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