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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Aug 24. 2017

라이프 사진전 후기

사진으로 보는 50년 세계사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다들 오전 시간 잘 보내고 계신가요?


날이 쨍쨍히 맑다가 오후가 되자 기습적으로 폭우가 내리는 상황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데요. 우산없이 외출하셨다가 봉변을 당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었다 하여도 아직은 여름이니 다들 이번 달까지는 슬기롭게 건강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시간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라이프 사진전시회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세기 최고의 사진잡지로 유명했던 매거진 <라이프>의 유명한 사진들을 전시회 형식으로 볼 수 있는데요. 오늘은 라이프 사진전에 대한 소개와 매거진 라이프에 대한 설명, 그리고 전시회 후기 위주로 포스팅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게요.

1. 라이프 매거진

라이프 매거진의 전성기를 이끈 사람은 창업주 헨리 루스입니다. 그는 이미 주간지 타임과 경제지 포춘을 창간하여 미국 뉴스의 대부의 위치를 점하였지만 포토 잡지인 라이프를 인수하여 매거진 영역에서도 돋보이는 업적을 남겼습니다. 헨리 루스는 라이프를 창간하며 '인생을 보기 위해, 세상을 보기 위해'라는 슬로건으로 전문사진잡지로 운영하였고 그 결과 라이프는 20세기 역사를 조명하는데 있어 필수불가결인 잡지가 되었습니다.

라이프의 구성 방식은 당시 기준으로 매우 독특하였는데 하나의 주제를 여러장의 사진 나열을 통해 이야기로 엮어가는 포토스토리 방식으로 연재되었습니다. 기존의 뉴스를 위시한 잡지들은 소수의 사진과 많은 분량의 기사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라이프는 다량의 이미지를 통해 독자가 스토리를 짐작하게끔 만들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었습니다. 로버트 카파, 유진 스미스, 필립 할스만, 알프레드 아이젠슈타트 등 당대 최고 사진작가들이 바로 이러한 라이프의 연재방식을 통해 스타작가로 발돋움하였습니다.

다른 잡지와 달리 라이프는 창간 당시에 46만부, 3개월 후 100만부, 3년후 200만부를 발간하며 세계 역사상 유례없이 큰 속도로 성장하는 기록을 보여주었습니다. 어찌나 라이프지의 명성이 컸던지 처칠, 트루먼, 맥아더가 자신의 사진과 함께 회고록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허나 영원한 것은 없는 법.1936년 창간된 매거진 라이프는 1972년에 폐간되었고 2007년에는 웹사이트를 제외하고 모든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아직까지 그 명성을 떨치고 있는 타임지 등의 매거진이 사진전문잡지인 라이프의 영역을 차례로 잠식하였고 인터넷과 텔레비전 등의 매체의 발전으로 라이프는 쇠퇴를 거듭하다 결국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2. 라이프 사진전

주간 판매부수 1,350만부, 전속 사진작가 500명, 누적 오리지널 필름 1,000만장의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공히 세계최고의 잡지인 '라이프'의 사진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들을 전시한 것이 <라이프 사진전>입니다. 예술의 전장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국내에서 열리는 네 번째 전시회로 총 130여점의 사진들이 전시됩니다. 이 중 120점이 국내에서는 최초로 전시되는 사진들입니다.

<라이프 사진전>이 특별한 이유는 모든 사진전시회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전시회이기 때문입니다. 포토 저널리즘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잡지인 라이프의 역사가 유구한만큼 사진전시회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프 사진전>
기간 : 7월 7일 ~ 10월 8일(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휴관)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시간 : 11:00~20:00
비용 : 1.3만원(성인기준)
* 롯데카드로 결제시 20%할인이 됩니다.

* 전시 구성

I. 기억해야 할 얼굴
: 한 명의 인간으로 마주하는 시대정신. 눈부신 삶을 살았던 20세기의 얼굴들.
II. 시대의 단상
: 살육이 난무했던 엄혹한 시절, 역사에 각인될 기념비적인 순간
III. 변화
: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낸 인물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위대한 발자취
IV. 아름다운 시절
: 평범한 이웃을 향한 긍정적 시선들, 경박하지도 심오하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삶의 기록

3. 후기

이번 라이프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작품은 이번 전시회 포스터로 사용된 데니스 스톡의 초상입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사진 속 인물이 들여다보는 세상은 어떤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데니스 스톡을 얘기하면 꼭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요절한 미국의 배우 '제임스 딘'입니다. 데니스 스톡은 제임스 딘의 전속 작가로서 그의 남성미와 매력을 필름상으로 잘 표현해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첫 번째 섹션을 지나가다 외국인 사진들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1948년에 촬영된 김구 선생의 사진이었는데요. 익히 우리 눈에 새겨진 특유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때가 안두희에게 암살당하기 3년전이라고 하네요.

아마도 첫 번째 섹션은 세계2차대전 말기의 사진들인 것 같습니다. 김구 주석 사진 외에도 인천상륙작전 당시 배의 갑판에 서 있는 맥아더 장군의 사진을 볼 수 있었고 사진작가 알프레드 아이젠슈타트의 '수병의 키스'도 한눈에 보았습니다. 1945년 8월 14일, 일본천황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는 순간 미국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흥에 겨워하며 연인끼리 키스를 하는 이 사진을 보니 일본의 패전을 기뻐한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사진을 가리켜 사람들은 '천국에 간다해도 이 사진만큼은 기억하고 있을 거라는'평을 남겼습니다.

두 번째 섹션의 작품들은 암울한 시대를 다룬만큼 굉장히 가슴 아픈 사건들의 사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안드레아 도리아 호 침몰 사건(1706명의 탑승객 중 46명 사망), 인종 차별 금지 시위를 하는 흑인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백인경찰의 사진, 이외에도 흥남철수작전(6.25 전쟁 당시 북한 피난민을 거제도까지 대피시킨 작전) 당시 사진도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님이 이때 무사히 탈출하셨다고 하죠.)

이외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식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국내 최초로 미국진출한 걸그룹 김 시스터즈의 사진도 볼 수 있었는데 요즘 세대 분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김 시스터즈는 1950년대 라스베이거스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네요.

세 번째 섹션에서는 마틴 루터 킹 목사, 마하트마 간디, 노벨상 수상을 거부한 장 폴 사르트르, 영국여왕 훈장상을 거부한 존 레논, 암살 당시의 존 F. 케네디 대통령, 아카데미상을 거부한 배우 마론 브란도의 사진 등 20세기를 뒤흔들었던 사건, 사고의 주인공들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전설적인 여배우인 그레이스 켈리와 오드리 헵번의 사진과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의 큰 손, 무하마드 알리의 인터뷰 사진 등을 보았고 역사의 흐름을 짐작하게 해주는 사진들의 나열이 매혹적이었습니다.

라이프 사진전의 특징인 사진 자체의 작품성도 뛰어나지만 그 당사자들의 인터뷰와 작가의 촌철살인 코멘트가 화룡점정을 이룬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시회에는 유명인들의 사진과 함께 그를 대표하는 명언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가장 인상깊게 본 내용은 '틀린 음은 없다, 틀린 장소가 있을 뿐이다. 내가 연주한 음악이 틀렸는지 맞았는지는 다음 음이 결정한다'라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명언이었습니다.

네 번째 섹션에는 옥수수 개량법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노먼 볼로그 박사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시대의 사진들의 경우 충격적인 사건, 사고보다는 밝은 내용과 분위기의 사진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는 전후 시간이 지나 우리가 사는 세계 자체가 보다 문명화하며 발전한 것과 함께 전시회의 구성 자체가 묘하게 기승전결 구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전시회 작품을 전부 다 둘러보는 동안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습니다. 사진들 위에 럭비공처럼 생긴 모형이 있어 신경쓰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제플린 와이어리스라는 스피커라고 하더군요. 이 스피커는 단조롭고 무미건조해질 수 있는 사진전의 분위기를 촉촉히 적셔주는 역할을 위해 비치되었고 각 섹션의 주제와 분위기에 맞게 음악도 다르게 출력됩니다. 전시회를 가신 분들은 저처럼 모형이라 생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사진의 작품성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역사공부 용도로 보고와도 괜찮은 전시회입니다. 내부 사진촬영은 금지이니 관람하시는데 열중하시길 바랍니다. 오디오 가이드는 현장에서 대여시 3천원이지만, 가이드온이라는 어플을 통해 다운 후 들으면 2천원에 청취가 가능합니다. (차액인 1천원은 기기 대여료인가 보내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관람하러 오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특히 휴가철인 이번달 주말은 최소 30분 이상은 대기하실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작품을 전부 보는데는 1시간 30분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스케쥴 관리 철저히 하셔서 만족스런 관람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불행하면 인생이 널 비웃을 것이고, 행복하면 인생이 네게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면, 인생은 네게 경의를 표하리라.
- 찰리 채플린

* 전시회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전시회'를 검색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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