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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Feb 04. 2017

모비딕

고전 <모비딕>과 배우+노래+악기연주의 결합! 대학로 액터 뮤지션 뮤지컬

안녕하세요? 여러분.
소모임입니다.
다들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출근길을 나오다보니 날씨가 한결 추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1월까지는 추웠다 따뜻해졌다를 반복했는데 입춘을 맞이한 앞으로는 계속 따뜻해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다들 날이 또 풀리겠지 생각하지 마시고 옷은 꼭 따뜻이 입고 외출하시길 바라면서 오늘 포스팅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공연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 <모비딕>입니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원작으로 소극장 규모의 2011년 공연을 거쳐 2012년 중극장용으로 개수해 공연을 마친 액터-뮤지션 뮤지컬입니다. 초연 당시 유료 관객 점유율 90%의 기록을 세웠으며 이후 재연에서도 강화된 드라마와 완성도로 초연 팬들에 더해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으며 선전했습니다.

방대한 원작의 묘미를 살리면서도 몰입감 있게 압축하기 위해 소극장-중극장이라는 스케일에 맞춰 어려번 수정과 보완을 거쳐 뮤지컬 <모비딕>은 매회차 새로운 느낌의 공연을 보여줍니다. 대작이라는 느낌의 제목과는 달리 출연 배우는 단 일곱 명이며 인물 면에서 원작에 없는 요소인 바다의 화신 네레이드가 추가되어 극의 긴장감과 자연스러움을 더하였어요.

단촐한 소극장 공연이었던 초연부터 공들인 음악으로 큰 호평을 받았고, 중극장 규모로 확대된 재연에서는 경사진 바닥과 난간, 돛대와 보트 등을 이용해 난파선의 정취를 표현한 무대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출로 항해의 느낌을 절절하게 살려내어 관객들에게 '인생작품'이라는 절찬까지 받기도 했죠. 조명과 연주, 노래와 연기만으로 바다를 항해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하는 전체적 구성이 기존의 창작 뮤지컬 수준에서 한 걸음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자, 그럼 자랑은 이쯤하고 내용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줄거리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몇 차례의 상선 항해를 거친 청년 이스마엘은 고래잡이배의 선원이 되어 다시 바다로 나가겠다는 열망을 품고 포경업으로 한 때 영화를 누리던 항구도시 낸터켓으로 향합니다. 그곳 여인숙에서 원주민 출신의 작살잡이 퀘케그와 만나 우정을 쌓게 된 이스마엘은 그와 함께 낸터켓 최고의 고래잡이배 '피쿼드'호에 승선하게 됩니다. 

하지만 피쿼드 호의 선장 에이헙은 단순히 고래잡이를 목적으로 항해를 나선 것이 아니라 과거 자신의 왼쪽 다리를 뺏어간 거대한 흰 고래 '모비딕'에 대한 복수를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항해가 계속될수록 모비딕을 향한 선장의 광기 어린 집념은 선원들을 불안과 갈등에 빠뜨리게 됩니다.

풍랑 속에서 위험에 빠진 이스마엘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던 퀴퀘그는 그 때의 상처가 파상풍으로 덧나 죽게됩니다. 마침내 피쿼드 호는 모비딕을 따라잡고 사흘 간의 격렬한 추적 끝에 선장 이하 모든 선원들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유일하게 이스마엘만이 살아남아 구조되고, 낸터켓으로 돌아와 고래잡이배의 추억을 회고하며 이야기는 끝납니다.

뮤지컬 <모비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설명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 여러 해 전부터 시도되어 온 장르로서 일반적으로 노래 및 연기를 담당하는 배우가 악기를 들고 직접 오케스트라까지 소화하는 장르입니다. 
배우에게 다재다능을 요구하는 특성상 규모는 주로 중소형 작품에 한정되며, 노래와 무용, 오케스트라가 거의 분리된 형식을 취하는 대형 뮤지컬과는 스타일 면에서 반대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에서는 배우들이 단지 노래에 참여하지 않을 때 연주하는 형식을 넘어서 악기 자체를 소품으로 활용하거나 연주를 연기적 표현의 수단으로 직접 활용하기도 합니다.
모비딕 역시 출연 배우 일곱 명이 드럼 세션을 제외한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 피아노 등을 무대 위에서 연주하며 오케스트라를 구성합니다. 극진행을 위해 악기를 다루어야한다는 특수한 조건이 붙기에 캐스팅 된 출연진들은 연극이나 뮤지컬 배우가 아닌 뮤지션 출신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뮤지컬 스타분들은 <모비딕>에는 출연하지 못했습니다. 뮤지컬 스타 홍광호님도 모비딕에 욕심이 갔지만 극중 피아노 연주를 소화해야하는 부분 때문에 끝내 출연이 불발되었죠.

배우가 노래, 연기, 연주를 소화한다는 점.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액터-뮤지션의 형식미를 온전히 구현했다는 점에서 뮤지컬 <모비딕>은 전문가와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라는 차원을 넘어서 완성도 있는 음악과 무대미술을 구현했고 뮤지컬 매니아들의 호평 또한 거머쥔 기념비적인 작품이에요.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작품에 참여하면서 호흡을 맞추고 배역에 몰입해 온 배우들의 열연도 감동적입니다. 

2011, 2012년 두 차례 공연이 있고 아직까지는 재공연 일정이 없지만 워낙에 호평받은 작품이고 배우들의 애착도 큰만큼 조만간 재공연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모비딕> 포스트 보신 분들은 나중에 공연이 오픈되면 꼭 관람하셔서 글로 본 감동을 몸으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전 오늘 이만 인사드리고 다음에 또 좋은 공연과 함께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즐거움에 찬 얼굴은 한 접시의 물로도 연회를 만들 수 있다.
- 허버트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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