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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Sep 07. 2017

영화 시인의 사랑

제주도 현택훈 시인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야기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다들 오전 시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오는 9월 14일에 개봉하는 영화 <시인의 사랑>과 영화의 모델이 된 인물인 현택훈 시인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제주도에 사는 시인과 그의 아내, 그리고 시인에 강렬한 영감을 주는 소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현택훈 시인에 대한 소개와 영화의 줄거리, 영화 관련 이야기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현택훈 시인

현택훈 시인은 2007년 <시와 정신>으로 등단한 시인으로 1974년 제주에서 출생하였습니다. 제주 4.3평화문학상 시 부문 당선자로 <고을동>이라는 시를 통해 처음 문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용신인문학상 수상을 수상한 후 <지구 레코드>, <남방 큰 돌고래>라는 시집을 출간하였습니다.

현택훈 시인은 40대 초반의 시인으로 시를 쓰며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진솔하게 이야기합니다. 시인은 감성을 지닌 채 살아가지만 현실에서는 무능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은 공장노동자, 학원강사,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 기간제 교사, 1인출판사, 영상업체 구성작가 등의 일을 하며 살아왔다고 하네요. 이는 전부 시를 쓰기 위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지인의 건물 한 켠을 빌려 올해 4월 1일에 '시옷서점'이라는 시집상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시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창작하는 곳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집 3권이 팔려야 1권을 살 수 있는 수익이 나오고 서점 내 시집이 전부 팔려야 손익분기점이 넘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상황이지만 시인이나 소설가에게는 집필실이 꼭 필요하기에 오픈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서점에는 손님이 하루에 한명 올까말까 했다지만 8월부터는 조금씩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판매수익은 시 전문 무크지 '시린 발'(발표 지면을 얻기 어려운 제주도의 지역 시인을 위한 비정기 간행물) 발간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서점이 있던 자리가 원래 풀밭이어서 곤충들이 많이 들어와서 여름동안 고생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시집 판매 외에도 한라산문학, 라음문학회등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곳. 인근 주민들은 필사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택훈 시인의 아내는 같은 시인인 김신숙 여사로 이들 부부는 낮시간에는 독서논술 등 다른 일을 하느라 시옷서점은 토요일에서 화요일,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운영됩니다. 현택훈 시인은 곧 건립되는 제주문화관이 제주도의 시인이나 소설가들에게 좋은 창작 공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줄거리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인 현택기. 그는 뛰어난 시적 감각이 있거나 생계를 꾸려갈 걸출한 능력은 없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야망이나 욕심이 없는 그는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아가지만 그의 곁에는 그런 남편을 구박하면서도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원하지만 택기가 그다지 생각이 없자 병원을 데려가는데 무정자증이라는 것을 알고 크게 낙심합니다.

머릿속에 시를 쓰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삶도 글도 진전없이 막혀있던 어느 날, 택기는 낯선 소년 세윤을 만나게 됩니다. 우연히 동네 도넛 가게에서 만난 소년 세윤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 택기는 세윤이 자신이찾던 뮤즈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이후 택기는 자주 세윤을 찾아 이야기하고 그의 거침없는 언변이 자신의 매마른 시상과 영감을 사정없이 자극하는 것을 느낍니다. 예고없이 찾아온 뮤즈를 보고 감정이 흔들리게 된 택기. 그런 남편의 변화를 눈치채고 그를 붙잡으려는 아내. 학교를 그만두고 이곳저곳 알바하며 방황하는 세윤. 그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요?

3. 영화 관련 이야기

<시인의 사랑>은 관광지로서의 제주도가 아닌 일상지로서의 제주도를 배경으로 촬영하였다고 합니다. 김양희 감독에겐 이번 작품이 장편데뷔작인데 영화 속 감정을 대변하는 시는 현택훈 시인의 것을 대부분 가져와서 사용했다고 하네요.

<시인의 사랑>의 김양희 감독이 취재차 그를 처음 보았을 때 덩치 큰 몸에 순하고 푸근한 인상의 소유자로 속에 약한 소년이 들어있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첫 만남 이후 보름만에 다시 본 자리에서 김양희 감독은 현택훈 시인에게 시나리오를 건냈는데 그것이 바로 <시인의 사랑>이라고 합니다.

양익준, 전혜진, 정가람 등 상당한 중량감이 있는 배우들이 주연으로 캐스팅되었습니다. 김양희 감독은 현택기 역의 배우 캐스팅에 난항을 겪다 10년 전 영상원 시절에 작업을 했던 인연이 있던 양익준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건내었고 당시 감독으로서 차기작 준비를 위해 일본에 있던 양익준 배우는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승낙하여 같이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배우 전혜진의 경우 운좋게도 김양희 감독의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출연을 결정하였고 영화 <4등>으로 인지도가 높았던 정가람은 오디션을 통해 김양희 감독의 눈에 들어 캐스팅이 확정되었습니다.

<시인의 사랑>은 지난 7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출품되어 관객과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CGV 아트하우스가 투자 배급을 결정하여 상영관 확보 등에 큰 도움이 되었고 화룡점정으로 토론토 영화제에 초청되어 최고의 분위기에서 개봉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토론토 영화제 초청은 <왕의 남자>, <가족의 탄생> 이후 오랜만이라고 하네요.) 9월 14일 개봉하고 15세관람가, 상영시간은 110분입니다. 실제 인물을 모티프로 만든 작품인만큼 영화 관계자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누군가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을 위해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아직 가장도 시인도 되지 못했던 한 남자는 소년을 만나고 시를 쓰고 그렇게 진짜 시인이 되어갈 것입니다.
비록 그의 삶이 몹시 쓸쓸해지더라도 말입니다.
그의 찬란한 불행은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에겐 따뜻한 위로가 될 것입니다.
- 영화 <시인의 사랑> 中
예부터 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 살았지
늘 물이 고여 있는 땅이라서 곤을동
안드렁물 용천수는 말 없이 흐르는데
사람들은 모두 별도천 따라 흘러가버렸네
별도봉 아래 산과 바다가 만나 모여 살던 사람들
원담에 붉은 핏물 그득한 그날 이후
이제 슬픈 옛날이 되었네
말방이집 있던 자리에는 말발자국 보일 것도 같은데
억새밭 흔드는 바람소리만 세월 속을 흘러 들려오네
귀기울이면 드릴 것만 같은 소리
원담 너머 테우에서 멜 후리는 소리
어허어야 뒤야로다
풀숲을 헤치면서 아이들 뛰어나올 것만 같은데
산 속에 숨었다가 돌아오지 못하는지
허물어진 돌담을 다시 쌓으면 돌아올까
송악은 여전히 푸르게 당집이 있던 곳으로 손을 뻗는데
목마른 계절은 바뀔 줄 모르고
이제 그 물마저 마르려고 하네
저녁밥 안칠 한 바가지 물은 어디에
까마귀만 후렴없는 선소리를 메기고 날아가네
늘 물이 고여 있는 땅이라서 곤을동
예부터 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 살았지
- 곤을동/현택훈

* 영화를 같이 볼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영화'를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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