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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Sep 20. 2017

영화 고양이 케디

이스탄불에서 보는 고양이 다큐영화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다들 오전 출근 잘 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오는 9월 21일에 개봉예정인 다큐영화 <고양이 케디>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고양이 천국이라 불리는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촬영된 다큐영화로 마치 사람들처럼 무리지어 활동하는 고양이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인데요. 오늘은 촬영지였던 이스탄불과 고양이의 인연의 역사에 대한 소개와 영화 관련 이야기 중심으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게요.

1. 고양이들의 도시, 이스탄불

이스탄불은 터키의 수도이며 항구 도시라 그런지 오래 전부터 사람과 고양이들로 북적였다고 합니다. 오스만 제국 때 이스탄불이 무역의 중심도시가 되어 전 세계의 상선들이 항구로 몰려들었고 이 때 배에 쥐를 잡기 위해 타고 있던 고양이들이 땅에 내려와 정착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이스탄불 내 하수구가 생기자 쥐가 번성하였는데 고양이들을 대거 기르면서 그 수가 늘었다고 하네요. 현재 터키 이스탄불에는 무려 13만마리의 고양이가 산다고 합니다.

터키어로 고양이는 '케디'라고 합니다. 고양이, 캣, 네코 등 다른 나라의 단어와 비교할 때 터키인들의 고양이에 대한 친근감이 단어 뉘앙스에서부터 나타나는데요. 이스탄불의 고양이들은 집에서 기르는 애완묘 외에도 길거리에도 고양이가 많은데 우리나라처럼 골목에서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는 것이 아닌 당당하게 기를 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본 나라의 사슴공원처럼 생각하시면 좋을 듯 하네요.)

도시 내 사람들이 공동으로 고양이들을 오랫동안 돌봐왔기 때문인지 고양이들은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에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들중에 이스탄불을 가게 되는 분이 계시다면 카페나 거리에서 고양이들을 구경하고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스탄불 사람들은 고양이를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해꼬지로 오해받을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스탄불 외에도 터키의 왠만큼 큰 공원에는 고양이 사료나 물이 곳곳에 가득 있어 고양이가 굶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터키에서라면 다음 생은 고양이로 태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터키 외에도 아랍이나 이슬람권 나라들은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사우디 아라비아 등에서도 길고양이가 상점에 들어와 낮잠을 자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군요. 이 반대의 경우를 꼽자면 인도를 들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 고양이는 개나 원숭이, 심지어 쥐보다도 못한 존재로 여겨져서 몹시 천대받는다고 하는군요.

몽골에서도 고양이는 사람 목숨을 가져가는 존재로 여겨져서 싫어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몽골에서는 민관 모두 고양이를 멀리하였기에 여행을 가셔도 고양이를 찾아보기가 정말 힘듭니다. 몽골이 고양이를 박대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유목민족인 몽골은 다른 민족에 비해 식량저장의 필요성이 적어서 쥐를 잡는 고양이의 역할이 거의 필요없었다는 점이라고 하네요.

이스탄불 사람들은 고양이를 가리켜 이스탄불의 영혼이라고 당당히 부릅니다. 이스탄불의 찬란했던 시절과 쇠락했던 운명을 모두 함께 경험한 고양이들은 터키 사람에게 있어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이스탄불의 인기스타였던 길고양이 톰 빌리의 사진입니다. 사람들이 걷는 인도의 문턱에 한쪽 발을 기대고 차와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한가롭게 쳐다보던 빌리의 모습에 사람들이 환호하여 사진을 찍어두었는데요. 안타깝게도 톰 빌리는 작년 8월에 병으로 죽어 이스탄불 시에서는 그를 추억하기 위해 동상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스탄불 시민들은 도시 내 개발이 계속되어 고양이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 것에 사람들은 안타까워합니다. 이 때문인지 2012년에 터키 정부는 유기견, 유기묘를 이스탄불에서 격리하자는 법안을 추진했다가 대규모 시위 등 거센 역풍을 맞고 보류된 전적이 있습니다. 또, 이슬람 사원은 겨울 때 고양이를 위한 피난처를 제공할만큼 터키인의 고양이 사랑은 뜨겁습니다.

2. 영화 관련 이야기

영화 <케디>는 이스탄불 길거리 고양이 7마리의 일상을 다룬 다큐영화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조연 고양이 7명은 각각 이름이 있고 성격과 특징이 있습니다. 사기꾼 '사리', 젠틀맨 '두만', 보스 '감시즈', 헌터 '아슬란' 등이 그들입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이들의 일상과 영화 내 고양이를 돌보는 시민들의 인터뷰가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습니다.

영화 <케디>는 이스탄불 국제독립영화제에서 작년 12월에 발표한 후 올해 2월 미국에서 독립영화로 개봉하여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3위를 달성 후 두 달동안 24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합니다. 개봉 당시 뉴욕에 단 1개의 개봉관이라는 열악한 상황에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통해 첫주 4만달러의 수익을 거두는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미국 영화평점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98%, 영화전문지 인디와이어 선정 21세기 최고의 다큐멘터리 Top25에 랭킹될 정도로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만족도는 높습니다.

고양이의 관점으로 마을을 거닐며 사람들을 상대하고 다른 고양이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힐링이 되는 영화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고양이는 주인이 없는 길고양이들이고 그런 고양이들을 돌보는 사람들 또한 딱히 넉넉하거나 여유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고양이와 사람들이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고양이에 흠뻑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카메라가 훑고 지나가는 곳은 이스탄불의 어시장, 골목, 항구입니다. 카메라는 고양이들을 따라가며 가게와 집을 들락날락하는 모습, 새끼들과 함께 하는 모습,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촬영합니다. 화면를 보다보면 마치 이스탄불 여행다녀온 느낌이 듭니다.

터키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감독 제다 토룬은 '이 세상 모든 고양이를 위한 러브레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감독 스스로가 유년 시절 고양이와 애틋한 추억이 있어서 다소 자전적으로 풀어낸 부분도 있다고 합니다. 감독에게 있어서 이 작품이 첫 영화라고 하니 그의 첫 필모그래피를 고양이로 선택한 것에서 고양이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사람만큼이나 성격이 다양한 고양이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사람들이 주는 음식을 먹지만 활동은 독립적으로 합니다. 말만 못하고 두발로만 못걸을 뿐 거의 사람과 같이 행동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들어오고 싶을 때 들어오고 나갈 때 나가는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입니다. 굉장히 따뜻한 메세지와 행복한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영화로 영화를 보고나면 이스탄불을 가고싶은 충동이 듭니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로 올해 6월에 개봉한 국내 고양이 다큐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소소한 반향을 일으킨 것에 비해 '고양이 케디'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됩니다.  상영시간 79분, 전체 관람가 작품입니다.

3. 영화 속 대사/장면

다큐 내에 나오는 나래이션 대사 중 발췌할만한 글들을 공유합니다.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는 화사한 화면과 글, 그리고 고양이의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내세에 목마르기 싫으면 고양이의 것을 훔치지 마시오."

"고양이는 좋은 기운을 내뿜고 나쁜 기운을 흡수합니다."

"개는 사람을 신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양이는 사람을 신의 뜻의 중개인으로 생각합니다."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은 기도용 염주를 만지는 것과 같아요."

고양이가 발 밑에서 당신을 올려다보며 '야옹'한다면 그건 삶이 당신에게 미소짓는 것입니다.
- 영화 <고양이 케디> 中

* 영화를 같이 볼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영화'를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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