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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Sep 25. 2017

영화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

자폐증 환자의 기적같은 실화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다들 오전 시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오는 9월 27일에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인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과 이야기의 실제 모델인 오웬 서스킨드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유독 지난 8월부터 국내에 다큐영화 열풍이 계속 부는 것 같습니다. <공범자들>, <김광석>, <저수지 게임>, <고양이 케디>부터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까지 실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다큐영화들이 개봉하고 있는데 영화를 좋아하는 팬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범죄물, 히어로물, 남성영화에 치우쳤던 국내 영화시장에 새로운 장르가 여럿 생겨서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으면 관객 입장에서도 나쁠게 없지요.

이번 시간에는 영화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에 대한 소개와 주인공 오웬 서스킨드와 그의 가족, 그리고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성장한 소년의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볼게요.

1.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

영화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은 자폐증을 앓는 환자 오웬의 소년시절부터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영화입니다. 세상과 소통하길 거부한 오웬, 가족이 모두 손 쓸 방법을 찾지 못할 때 그를 움직인 것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디즈니 애니메이션입니다. 부모와 형에게 늘 걱정꺼리였던 오웬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며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해갑니다. 영화는 자폐증 소년이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며 각각의 디즈니 캐릭터를 통해 성장하는 오웬의 상태를 표현합니다.

오웬이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가 말문을 닫은 것은 3살 때인데 어떤 이유나 사건없이 갑자기 입을 닫아 버립니다. 오웬의 가족들은 수많은 의사와의 상담과 다양한 치료를 받게 하였지만 그럼에도 오웬은 결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갖은 노력에도 차도가 없자 가족들이 치료에 대한 기대를 접었을 때 오웬이 처음으로 말문을 연 것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보면서였습니다. 아버지 론 서스킨드가 오웬의 방에 틀어놓은 만화영화를 보고 오웬이 작품 속 대사를 따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웬은 자폐증 현상이 찾아오기 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즐겼기에 론은 오웬이 좋아하는 영화를 자주 틀어주었습니다.)

오웬의 옹알대는 소리를 들은 론은 그 후 오웬의 방에 다양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틀어주었고 오웬은 계속 캐릭터들의 대사를 반복하며 조금씩이지만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후 론과 오웬은 '알라딘'에 대해 몇분이나마 대화를 할 정도로 진전을 이뤄냅니다.

이후 오웬은 <헤라클레스>를 보며 용기를 얻고, <정글북>을 보며 친구를 갈급하고, 피노키오를 보면서 올곧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현실을 잊고 환상의 세계에 살고 싶을 때는 <피터팬>을 보며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며 성장한 오웬은 힘겹지만 무사히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마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으로 해야할 것은 힘겹지만 도움없이 혼자 해결하는 것을 넘어 직장에 취업하여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하며 자폐증이 더 이상 자신을 지배하기 못할 정도로 강해집니다. 가족에게 걱정이있던 오웬이 독립하고 여자친구와 교제도 하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까지 영화는 90분이라는 상영시간동안 속도감있게 그려냅니다.

2. 오웬의 가족들, 아버지 론 서스킨드

오웬의 아버지인 론 서스킨드는 미국의 기자이자 작가로 월스트리트 저널의 국무 장관으로 일하며 기자로서 최고의 명예인 퓰리처상을 수상할 정도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온 사람입니다. 유태인 출신으로 뉴욕에서 태어나 버지니아 대학을 졸업하여 월스트리트에 단번에 취직할 정도로 유능한 그는 사회에 나온 후 실패없는 인생만을 살아왔습니다. 론의 아내는 미국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이자 민주당 대표인 마틴 J. 케니디의 손녀인 코넬리아로 그녀와의 결혼을 통해 론은 능력, 명예, 부까지 모두 거머쥔 명실상부한 성공자의 인생의 정점에 섭니다.

허나 완벽한 그에게도 한 가지 불행이 찾아왔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둘째 아들 오웬의 자폐증입니다. 오웬은 3살 때 갑자기 말문을 닫아버렸고 론은 여러 의사와 병원을 전전하며 아들을 치료하려 노력하였지만 허탕만 쳤습니다. 난생 처음 자신의 무력감을 맛볼 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며 옹알대는 오웬을 보며 기적을 느꼈고 이후 오웬과 지냈던 기록을 묶어 쓴 에세이 <Life, Animated>를 출간하게 됩니다.

이 책은 2014년 4월 1일 출간 후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뉴욕타임즈에 대대적으로 소개되었습니다. 3살 때 자폐증 진단을 받은 오웬과 자신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맡아서 대화를 시작하였고 이 대화를 수년간 계속한 기록들은 책으로 내기 앞서 디즈니에게 출간에 대한 허락을 구하였고 디즈니는 론에게 어떤 저작권도 요구하지 않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론이 오웬에게 했던 치료방법의 핵심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역할극을 통해 스스로 말하는 단계에 안착시키고 점차적으로 스스로의 의지를 갖고 다른 사람과 대화와 행동을 통해 연결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오웬의 유일한 관심사였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내면의 세계에 머무르려던 아들을 세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론 뿐이 아니라 론의 아내, 장남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역할을 맡아 대화와 장면을 암기하고 지속적으로 오웬과 대화를 시작하며 인간관계를 넓혀갔습니다.

오웬 가족의 이야기는 ABC뉴스, 뉴욕타임즈, NBC 뉴스 등에 소개되었고 MIT, 예일, 캠브리지 대학에서 신경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논문의 참고자료이자 방법론(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친화적인 소재를 활용한 치료모델)으로 인용되었습니다. 이에 더해 2014년부터 애플은 자사의 음성인식 프로그램인 시리에 자폐증을 가진 사람의 치료를 위한 프로그래밍 기능 탑재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3. 영화 관련 이야기

론 서스킨드가 발행한 책 내용은 오웬의 과거의 이야기만 기재되어 있었으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오웬의 현재의 근황도 같이 수록되었습니다. 현재 오웬은 대학 졸업 후 직장을 구하여 독립한 상태로 잘 지내고 있다는 인터뷰가 곁들여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로저 로스 윌리엄스는 2010년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거머쥔 천재감독으로 오웬의 아버지인 론 서스킨드와는 오랜 지인 사이라고 합니다. 영화 제작이 결정되기 전부터 이미 오웬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 열심히 제작과 연출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외부에 공개된 전문가와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았고 선댄스영화제 감독상, 크리틱스 초이스, 미국감독조합상, 시카고비평가협회상, 런던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며 올해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액자식 구성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오웬이 직접 쓴 소설을 로저 로스 윌리엄스 감독이 제작한 '길 잃은 들러리들의 땅'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영화 내에 담아 놓았습니다. 오웬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디즈니의 서브캐릭터가 출연하는 흑백톤의 애니인데 동심을 자극하기에 참 좋은 작품입니다. 이외에도 영화에는 디즈니의 유명캐릭터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덤보, 밤비 등의 디즈니 초기작과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신데렐라가 등장합니다. 흑백과 컬러를 이용하여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오웬에게 어떻게 마법처럼 작용하는지를 흥미롭게 연출됩니다.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오웬의 가족이 오웬이 올바로 성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장면들이었습니다. 가족 모두가 오웬을 아끼고 포기하지 않으며 론이 아들을 위해 애니 속 등장인물처럼 연기하며 그와 계속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덧붙여 미국 정부의 장애아동에 대한 지원과 정책이 휼륭하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억지 감동을 위한 연출이나 허구의 내용같은 것은 없습니다. 오웬이 훌륭히 성장하여 자폐증 학회에서 직접 쓴 연고로 연설하는 등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이지만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피터팬의 대사를 오웬이 따라하기도 하는 등 아직 내면의 세계를 완전히 떨치지 않은 모습도 보입니다. 영화는 결코 오웬의 앞날이 순탄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지 않습니다. 영화 속 가족들의 이야기와 오웬의 인관관계 등을 보면 오웬은 아직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웬의 어눌하고 느린 말투, 땅을 보고 걷는 걸음걸이는 그가 아직 완치되지 않았음을 확연히 보여줍니다.)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은 9월 27일 개봉하며 상영시간 92분, 전체관람가입니다. 신파적인 요소는 전혀 없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보시길 바합니다. 국내에서는 올해 CGV 스크린문학전에서 5월부터 6월까지 제한적으로 상영하였는데 시사회를 미리 보고 온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하나같이 호평이네요.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관람 바랍니다.

노트르담의 꼽추의 주인공 콰지모도는 길고 힘든 여정 후에 사회의 따뜻한 환영을 보아요. 저도 똑같이 이전에는 제 종탑에서 세상을 구경했지만 지금은 극복했어요. 이젠 거울을 보면 자랑스러운 제가 보여요.
- 오웬 서스킨드 / 영화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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