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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Feb 06. 2017

로빈훗

독일 뮤지컬 <로빈훗>의 국내 라이센싱! 엄기준, 유준상, 양요섭 출연!

굿 애프터눈입니다. 여러분.
다들 점심 맛있게 드렸나요?

어느새 2월이 넘어가고 있는데 올 한해의 시작, 즐거운 일 많았는지 궁금합니다. 작년은 좋았던 기억보다 안좋았던 기억들이 많이 떠오르는 것은 비단 저만의 기분탓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한껏 엉킨 실타래가 올바른 방향으로 풀리려면 얼마나 기다려야할지 모르겠네요.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될 것은 알지만 그래도 진전이 있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요? 좋은 공연 소개하기엔 시국이 너무 험해서 두서없이 푸념을 늘어놓아봤습니다.

그럼 이번에도 좋은 공연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제가 이번에 소개해드릴 공연은 독일에서 만들어져 국내에서 라이센싱 공연으로 진행된 뮤지컬 <로빈훗>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뮤지컬 <로빈훗>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와 작품의 줄거리, 국내공연 성과에 대해 말씀드리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도록 할게요.

독일 뮤지컬 <로빈훗 : 사랑과 정의를 위하여>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뮤지컬로, 의적 로빈 훗을 주인공으로 한 중세 영국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우리의 혁명은 숲에서 시작된다'라는 홍보문구처럼 십자군 전쟁이 한창인 12세기의 셔우드 숲과 왕궁을 배경으로 정의를 실현하려는 로빈훗과 진정한 왕의 재목으로 성장하는 필립 왕세자가 함께 이루는 혁명을 내용으로 담고 있으며, 영웅담임과 동시에 현실에 대한 풍자극입니다.

원작은 2005년 12월 독일 브레멘뮤지컬극장에서 초연을 올렸고 마틴 돕커가 음악을, 한스 홀츠베커가 대본과 연출을 맡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뮤지컬 <잭 더 리퍼>로 유명한 왕용범이 연출을 맡았고 이성준이 음악감독을 맡아 재창작과정을 거쳐 2015년 1월23일 신도림 디큐브센터에서 초연되었습니다. 9주간의 공연 후 4월19일부터 5월25일까지는 성남아트센터에서 연장 공연을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거두웠습니다.

뮤지컬 <로빈훗>은 우리가 알고 있는 '로빈훗'은 물론 원작인 독일 뮤지컬 <로빈훗>과도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영국 설화의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의적 대신 반역의 누명을 쓰고 숲으로 들어가 레지스탕스의 우두머리가 된 남자로 나옵니다. 줄거리 역시 재창작 수준으로 다시 썼다고 하고 노래도 새로 추가, 편곡된 곡들이 많아 독일의 원작 작곡가가 공연을 보러와서 많이 놀랐다고 합니다. (그러나 작곡가 분 아들이 공연을 보더니 '자신이 본 공연 중 제일 재미있다'고 해서 로열티 협상이 잘 풀렸다고 얘기가 나온 것을 보니 한국 정서에 맞게 재창작되었다고 보시는게 맞습니다.)

간단히 줄거리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로빈 록슬리(로빈훗)는 연인 마리안에게 꼭 승리해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 뒤 친구 길버트와 함께 전쟁터로 떠납니다. 전투를 하던 중 길버트는 사자왕 리처드를 살해하고 로빈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워 왕을 살해한 반역죄인으로 몰리게 됩니다. 로빈은 리처드왕의 왕관을 들고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도망을 왔으니 부모님과 동생은 교수형에 처해지고 맙니다.

길버트는 노팅엄의 영주가 되어 호화로운 삶을 살게 되고 로빈은 지하 감옥에 갇히지만 마리안이 등장하여 로빈을 감옥에서 꺼내줍니다. 그러나 마리안은 안락한 삶을 위해 길버트와 결혼했으며 로빈을 떠나 보냅니다. 로빈은 감옥을 벗어나 셔우드 숲으로 들어가 도적떼와 만나 로빈훗이라는 이름을 얻게 됩니다. 도적떼들과 함께 로빈훗은 셔우드 숲을 통과하는 세금마차를 털어 마을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등의 일을 하며 지냅니다. 그러던 중 프랑스에 있던 필립 왕세자는 왕위 계승을 위해 신하 그레고리와 함께 런던으로 와야하는 상황에서 혹시 모를 위험을 피하기 위해 셔우드 숲을 통한 지름길을 택하게 됩니다. 왕이 되기 싫다는 필립은 숲에서 로빈훗을 만나 진정한 왕이 되기 위해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길버트와 모의하여 왕이 되려던 존은 협박을 받으며 길버트의 지시에 따르게 됩니다. 길버트는 마리안에게 로빈훗을 함정에 빠뜨리라는 부탁을 하고 마리안은 로빈훗을 함정에 빠뜨립니다. 길버트는 필립에게 프랑스로 돌아가지 않으면 영국에 반역을 저질렀다는 명목으로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협박하지만 필립은 거절하고 교수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이 때 함정을 벗어난 로빈훗이 나타나 필립을 구해내고 길버트의 음모는 실패합니다.

필립은 영국의 왕이 되고 길버트는 벌을 받습니다. 마리안은 성공을 위해 길버트를 택한 자신의 삶을 저주하고 로빈훗에게 수녀로 위장하여 나타나 독이 든 약을 먹입니다. 로빈훗은 마리안을 용서하고 놓아주며 동료들의 인사를 들으며 죽습니다.

<삼총사>, <잭 더 리퍼>의 왕용범 연출에 유준상, 엄기준, 이건명 등의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과 규현, 양요섭 등의 아이돌 군단까지 합쳐져 많은 기대를 모았던 뮤지컬 <로빈훗>. 허나 결과는 아쉽게도 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패착으로는 대본의 엉성함을 들 수 있는데요. 길버트에 의해 배신당한 후 의적이 되어 필립을 성군으로 만드는데 기여한 로빈훗의 심경 변화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한 점이 첫 번째로 꼽힙니다. 유준상, 엄기준 같은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도 스토리의 맥락이 무뎌지면서 그 힘이 떨어졌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되려 규현이나 양요섭이 맡은 필립 역할이 더 좋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로빈훗' 캐릭터에 호평을 한 사람은 적었습니다. 

순수창작뮤지컬이 아닌 라이센싱 공연이기 때문에 추후 재연을 하게 된다면 대본은 물론 음악도 더 보강되어서 나와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껏 작품 소개를 진행하면서 작품에 대한 칭찬만 하였는데 아쉬운 점을 말한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아무쪼록 다음 재공연 때는 보다 높은 완성도로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 공연소개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저는 다음에 더 좋은 공연소개와 함께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한가한 인간은 고여있는 물이 썩는 것과도 같다.
- 프랑스 격언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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