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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Feb 07. 2017

쓰릴 미

뮤지컬 배우로서 연기 좀 한다는 얘기를 들으려면 반드시 거쳐간다는 작품!

좋은 하루입니다. 여러분.
오늘 시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도 포스트 올리기 전에 엉뚱한 말로 두서없이 얘기를 꺼내보려고 합니다. 매년 연초 때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증상이 무언지 아시나요? 바로 '기대'입니다. 어린이들은 새해선물을, 청년들은 기념일 선물을, 어른들은 효도선물을...경기가 좋은 안좋든 누구든 연말에는 무언가 기대하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채워지지 않는 구멍이 뻥하고 뚫려있기에 무언가로든 메워야하지만 그게 생각이 나지 않을 때 느끼는 답답함, 다들 공감하시죠?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그 빈 구멍을 채울 수 있는 특별한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본업으로 돌아가서 오늘의 공연 소개를 진행해보도록 할게요.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공연은 어디서 뮤지컬 좀 본다고 하면 아실만한 작품인 <쓰릴 미>입니다. 이 <쓰릴 미>는 여러가지로 화제가 되는 작품인데요. 뮤지컬 배우로서 연기 좀 한다는 얘기를 들으려면 반드시 거쳐가야하는 작품이라 할 정도로 매니아들과 전문가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입니다. 오늘은 <쓰릴 미>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와 줄거리, 왜 관객들이 <쓰릴 미>에 열광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쓰릴 미>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뮤지컬입니다. 1924년에 일어난 레오폴드-로엡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미국 내에서 충격적인 범죄를 소재로 해서 화제가 되었고, 2003년 뉴욕의 미드타운 인터네셔널 씨어터에서 초연을 한 후 미국, 호주에서도 주목받은 작품으로 지명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2007년 3월에 초연하여 굉장한 인기를 거두었습니다. 그 후에도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총 8회차를 연달아 공연하며 높은 관객점유율과 호평을 받았습니다.

동성애가 전면으로 드러난 남성 2인극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남성끼리의 직접적인 키스신이나 간접적으로 베드신을 암시하는 다소 파격적인 장면들이 나와서 주목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관람연령 만 15세 이상, 권장 연령 만 18세 이상으로 관람 등급이 높은 편입니다. 충격적인 유괴 살인사건을 긴장감있게 표현한 점이 화제가 되어 다수의 매니아들이 이 작품에 높은 충성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뮤지컬을 좀 보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알 정도의 명성에 비해 무대 구성이 매우 간단한 편입니다. 배우 두 명과 피아노 한 대, 의자와 몇 가지 간단한 소품들을 기초로 하며, 심의관들과 라디오의 목소리는 전부 레코딩한 것을 이용합니다. 즉, 세팅을 포함한 제작비 전반이 거의 연극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저렴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장점 중 하나이지요.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해 줄거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는 54세의 '나'(네이슨 레오폴드)의 일곱번째 가석방 심의에서 시작됩니다. '나'는 34년 전 12세였던 소년 '바비 프랭크'를 유괴하고 살해한 범인입니다. 심의관들은 '나'에게 그 당시 사건에 대해 질문하고, '나'는 이 사건의 전말에 대해 심의관들에게 진술합니다.

'나'는 2년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에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한 천재입니다. 그리고 '나'와 동등ㅇ한 수준의 실력을 지닌 친구이자 동성애 관계인 '그'(리차드 로브). '그'는 '나'와는 반대로 인기많고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로, 니체의 사상에 빠져 있습니다. 항상 '그'만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나'. '그'는 '나'의 이런 점을 이용해 '나'를 가지고 노는 게 취미입니다.

어느 날, '그'는 '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나'는 '그'가 하는 일에 무조건 동조하는 대신, '그'는 '나'가 원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둘은 계약서에 피로 서명합니다. 그리고 그 뒤로 그들은 처음 몇 번은 간단한 범죄를 저지릅니다.

'그'는 어느 날 어린아이를 유괴하고 살해할 계획을 세웁니다. '나'는 '그'의 계획에 마지못해 따릅니다. 살인 계획에 따르면 그들은 스포츠카로 어린 아이를 유인한 다음, 몽둥이로 아이를 때려 죽인 뒤 염산으로 얼굴을 녹여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고, 협박 편지를 보내서 돈을 노리고 유괴한 척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이를 실행에 옮깁니다.

완전범죄가 될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현장에서 '나'의 안경이 발견되어 그들은 단번에 용의선상에 오르고 '그'는 '나'에게 경찰서에서 거짓증언을 할 것을 요구합니다. '나'는 '그'가 시키는대로 하지만, 불안해진 '그'는 계약서를 찢고 '나'에게 영원한 절교를 선언합니다. 이에 분개한 '나'는 경찰서에 가서 모든 사실을 자백하고, '그'와 '나'는 둘 다 경찰에 구속됩니다. 자신이 사형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그'는 '나'에게 계약은 아직 유효하다고 말하며 '나'에게 매달립니다.

그들은 변호사 클라랜드 대로우의 변론에 힘입어 사형 대신 종신형을 선고받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체념하고 있는 '그'와 달리 '나'는 자신들이 한 쌍의 새처럼 남은 인생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합니다. 그런 '나'를 비웃는 '그'에게 '나'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고 말하면서 진실을 털어놓습니다.

사실 안경을 떨어뜨린 것은 '나'가 일부로 한 것이었고 이 모든 것은 '그'와 함께 하기 위해서 했던 일이었던 것입니다. 훗날 '그'는 감옥 샤워실에서 칼에 찔려 죽게 되고 '그'를 잃은 '나'는 가석방 신청 후 감옥을 떠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한국 공연에서는 동성간의 키스신은 물론, 간접적으로 관계를 갖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 때문에 초연 전 여러가지로 우려가 많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초연 이후 폭발적인 인기와 호응을 누렸습니다. 초연 이후 매년 꾸준히 공연하고 있으며, 뮤지컬의 인기만큼이나 <쓰릴 미>로 인해 명성을 얻은 배우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한국 뮤지컬계에서 남자 배우가 대극장 작품의 주연을 이끌어나갈 역량이 되는지와 현재 최고의 스타인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지킬 앤 하이드>라면, 중/소극장 작품의 주연을 이끌어나갈 역량이 되는지, 그리고 현재 라이징 스타인지를 가늠하는 척도는 작품 <쓰릴 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에서의 높은 인기에 비해 미국(특히, 브로드웨이)에서는 그리 높은 평과 인기를 받지 못한 작품이었던지라 원작자인 스티븐 돌기노프는 한국에서의 인기에 얼떨떨하면서 깊은 감사를 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인기와 작품성에 힘입어 제13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수상(류정한)을 거두고 총 12개 부분에 노미네이션 되었습니다.

국내 배우로는 '나' 역할에 류정한, 강필석,  정상윤, 지창욱, 이지훈,  '그 역할에 김무열, 이율, 김산호, 강하늘, 오종혁이 열연을 하였습니다. 재관람을 많이한 '쓰릴 미' 매니아 팬클럽이 존재하며 팬들과 친밀도가 높은 공연이기 때문에 공연 중 한 두개 실수는 관객들도 웃으며 넘어가는 편입니다. ('쓰릴 미'관객들은 보통 여러 번 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사와 넘버 가사를 줄줄 외우고 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쓰릴 미>는 국내 뮤지컬 중 대표적인 흥행보증수표작으로 불리며 덕분에 2007년 초연을 포함하여 무려 9차례나 공연이 진행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높은 인기에 비해 제작사 입장에서는 무대와 연출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어서 좋고 배우 입장에서는 본인의 연기력을 어필하는데 좋고 팬 입장에서는 매공연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는 기대감이 좋아서 연속 재연의 선순환을 제대로 이끌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09년, 2012년 일본에서도 공연을 하였는데 오리지널판 라이센스를 사간 것이 아니라 한국판의 라이센스를 사갔다고 합니다. 즉, 한국판의 현지화와 최적화가 상당히 잘 되어있다는 뜻이지요.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도 통할만큼의 작품성이 인정되었다고 볼 수 있죠. 끝으로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에서의 최종변론인이 한 연설인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말은 오늘날까지도 명언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며 뮤지컬 <쓰릴 미> 소개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올해에도 재연하는 것은 기정사실일텐데 다들 공연 일정이 나오면 바로 필관람하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매니아들이 호응하며 해마다 재연되는 작품이라면 인생에 한번쯤은 꼭 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죠. 그럼 저는 이만 인사드리고 내일 더 좋은 공연과 함께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모범은 훈화보다 유효하다
- 영국속담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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