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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Feb 10. 2017

에비타

성녀 또는 악녀로 회자되는 아르헨티나의 영부인이었던 에바 페론의 이야기!

좋은 하루입니다. 여러분.
다들 점심 시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불청객처럼 쳐들어온 졸음에 머리가 점령되기 일보 직전의 상황까지 몰리고 있습니다. 이 졸음을 깨워낼만한 구원병이 필요한데 그것은 다름아닌 여러분들의 공감과 댓글이라는....
가벼운 농담으로 서두를 시작해보았습니다. 레파토리가 반복되는 것을 깨보고 싶어서였는데 그러려니 넘어가주시는 대인배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평소처럼 좋은 뮤지컬 작품 하나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번에 제가 소개드릴 작품은 그동안의 작품과는 달리 실존했던 인물의 일대기를 그려낸 뮤지컬입니다. 제가 전에 안중근 의사의 일생을 그린 뮤지컬<영웅>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컨셉이라 생각하시면 될듯 합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작품은 브로드웨이와 해외 뮤지컬 시장을 평정했던 희대의 작품, 뮤지컬 <에비타>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뮤지컬 <에비타>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줄거리, 작품의 특징과 읽어볼거리를 나누고 한국공연 이야기까지 다뤄보려고 합니다. 그럼 바로 시작해보도록 할게요.

뮤지컬 <에비타>는 실존했던 인물인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후안 페론의 아내인 '에바 페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에바의 죽음으로부터 그녀의 일생을 돌아보는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제작으로 유명한 콤비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을 맡았고 팀 라이스가 작사를 맡았습니다. 뮤지컬 사상 가장 성공한 작곡가와 작사가로 불리는 두 명이 자신들의 작품 중 가장 완성도 높은 뮤지컬로 꼽는 작품이 이 <에비타>입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음악을 만들 때 아르헨티나의 정서를 살리기 위해 탱고 음악을 만들어 극의 현실성을 극대화하였습니다. 공연에서도 제대로 된 탱고를 보여주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전문 탱고 댄서를 초빙하여 배우들에게 훈련시킨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뮤지컬 <에비타>는 1978년 런던 초연 이후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2개 부문(작품상과 최고연기상)을 수상하였고 작곡가협회상 3개 부문(최다공연음악상과 최고음악상 해외히트 음악상)을 받았습니다. 2년 후인 1980년에는 뮤지컬 계의 아카데미상인 토니상 7개 부문(작품, 연출, 작곡, 극본, 여우주연, 남우주연, 조명)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전설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작품 이해를 위해 에바 페론의 삶과 뮤지컬의 줄거리를 같이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열다섯에 집을 떠나 서른셋에 모든 것을 이루고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에바 페론. 에바 페론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슬픔에 잠긴 가운데 냉정한 혁명가 체 게바라의 안내로 에바의 삶을 되돌아봅니다. 

에바 페론은 아르헨티나 시골마을 대지주인 아버지와 그의 가정부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15세 에바는 시골 마을에 온 탱고가수 마갈디를 졸라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옵니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마갈디를 버리고 사진기자, 방송국 피디, 잡지사 편집장, 군인 등 자신을 더 높은 지위로 이끌어줄 남자로 바꿔가며 배우나 성우로서 신분 상승을 계속 합니다. 

그러던 중 지진 자선행사에서 군부권력의 정점에 있던 후안 페론을 만나면서 영부인의 자리에 오릅니다. 이 때 에바의 나이가 25세였고 페론의 나이는 49세였습니다. 가난한 환경에서 내세울 것은 미모밖에 없던 그는 그것을 이용하여 출세가도를 달렸고 이는 동정과 비난을 동시에 받게되는 원인이 됩니다. 이후 정치적으로 혼란한 상황에서 에바는 페론을 설득해 대통령에 이르게 합니다.

에바가 세운 정권은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무료의료 프로그램과 여성 참정권 부여, 소외계층 지원 사업 등 약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쳤지만 이는 국가 경제 파탄으로 이어집니다. 페론 정부의 중요 정책들이 실패하고 부패가 드러나자, 에바에 반감을 가졌던 군부가 페론 정부를 압박합니다. 

에바는 이에 맞서 부통령이 되기로 결심하는데 병에 걸려 쓰러집니다.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깨달은 에바는 대국민 방송을 통해 모든 권력에서 물러나며 눈을 감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납니다. 이 때 에바의 나이 겨우 33살이었습니다.

에바 페론은 아르헨티나에서 아직도 성녀와 악녀로 뚜렷하게 평가가 나뉘어지고 있습니다. 뮤지컬 <에비타>에서도 정치에 대한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베푸는 진심어린 마음을 부각하며 이중적인 모습을 그려냅니다. 이런 에바 페론을 냉정하게 관찰하는 자가 극 중 해설자 역할을 하는 '체 게바라'입니다. 

작품에서 나오는 체 게바라가 실제로 에바 페론을 만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체 게바라가 본격적으로 역사에 나오기 시작한 때는 에바가 죽은 이후이기 때문이지요. 허나 작품의 극적 재미를 위해 뮤지컬에서 둘은 서로 대면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에비타>에서 체 게바라는 첫 장면 에바의 장례식부터 그녀의 일생을 따라 다니며 그녀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왜곡없이 직설적으로 논평합니다. 평생을 남을 위해 싸우다 희생한 체 게바라의 눈에는 에바 페론의 소외계층에 대한 선행이 개인의 욕망을 위한 위선으로 보였고 그렇기에 에바의 일생에 대해 냉소적으로 이야기하며 에바에 환호하는 민중들에게 비판적으로 사고할 것을 요구합니다. 

웨버와 라이스 역시 에바에 대한 평가를 음악적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에바가 영부인이 된후 자신을 낮추고 대중들을 높이며 부르는 노래인 '슬퍼말아요 아르헨티나'를 에바의 장례식 때 그녀를 지켜보는 체가 부르는 노래 '오! 멋진 쇼'에 편곡하여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이 작곡가와 작사가 콤비 역시 에바의 삶을 위선이라고 판단한 것이겠지요.

한국에서는 정식 라이센스로서는 2006년에 초연했고 배우 박상원이 캐스팅된 것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초연 공연 때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특히 에바 역의 김선영과 정선아가 높은 평을 받았습니다. 초연의 성공에 힘입어 2011년에 재연되기도 하였습니다. 

해외에서는 굉장히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작품인데 그 이유는 아르헨티나 정치에 대해 한국인들이 관심이 적은 것과 함께 극의 핵심적인 표현 방식인 비꼬기가 한국 정서와 잘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에바 페론을 비난하는 것도 칭송하는 것도 아닌 '화려하지만 텅 빈 쇼'와 같다는 것으로 비꼬는 작품이 당시 그녀를 모르는 한국인들에게는 딱히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뮤지컬 <에비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국내에서는 두 차례 공연 이후 높은 평단의 평가에 비해 관람점유율이 낮았던 관계로 재연 계획이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인데요. 지금 시국과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고, 사람들이 점점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됨에 따라 조만간 재공연이 정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혹시 공연을 못보셔서 아쉬운 분들은 마돈나 주연의 영화 '에비타'를 보시면서 대리만족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영화 역시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 사로잡은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랍니다. 그럼 저는 오늘 이만 인사드리고 내일 다시 찾아뵙고 인사드리도록 할게요. 다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해요.

<영화 에비타 링크>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954

군중들 :
눈빛, 머리카락, 얼굴, 이미지
이 모든 것을 보존하자
정물로서 영원히 전시될 수 있도록
그녀가 받아야 할 합당한 찬사로서!

체 :
성금을 모금하여 묘지가 지어졌습니다.
에비타에게 바치는 기념비로서.
그러나 대좌(臺座)가 완성되었을 뿐,
에비타의 유해는 이후 십칠 년 동안이나 행방불명 상태였지요.

- 뮤지컬 <에비타> 中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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