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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Feb 25. 2017

라흐마니노프

슬럼프를 극복한 바람직한 예시! 천재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를 다룬 뮤지컬!

좋은 하루입니다. 여러분.
오늘 하루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부터 뮤지컬 섹션에서는 2017년에 개최될 뮤지컬 작품 위주로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리스트에 의하면 제가 올해동안 소개해드려야할 뮤지컬 작품들이 못해도 26작품은 될 것 같아요. 이미 소개해드린 작품은 제외하고 실관람 전 감상포인트를 체크해야할 가치가 있는 작품만 고려해보아도 이 정도 작품수가 나오더군요. 대부분이 창작작품이거나 초연작품이기에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내용이 한정적이지만 최대한 노력하여 실관람하시기 전에 어떤 내용인지 알기 쉽도록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시간에 제가 소개해드릴 작품은 올해 2월 4일부터 3월 12일까지 공연 예정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입니다. 작년에 초연으로 올라간 적이 있는 국내 창작뮤지컬로 당시 96%라는 높은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높은 인기와 호평에 힘입어 국내 창작물 공연 중 올해 첫 타자로 재연이 확정되었는데요. 오늘은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2016년 초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작품의 줄거리와 기타 읽어볼 이야기거리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게요.

먼저 라흐마니노프에 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러시아계 미국인 작곡가이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서 마지막 낭만파 음악가로 꼽히며 현대 악파 성립에 큰 공헌을 한 인물입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피아노 협주곡 4곡을 작곡하였고 그의 음악은 영화, 드라마, 광고 등에 흔히 등장하여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다른 유명한 음악가들처럼 라흐마니노프 역시 어린 시절부터 일찍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4세 때 스스로 피아노를 배운 이후 10대부터 작곡을 했고, 유래없는 초견력을 발휘하여 짧으면 한 시간, 길어도 이틀 안에 곡을 작곡하는 천재성을 발휘하였습니다. 첫 작품인 협주곡 1번은 그의 나이 17세에 만든 작품인데 2,3악장의 경우 고작 이틀 반만에 완성했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역량을 발휘하였습니다.

이런 젊은 시절의 패기넘치는 질주는 그의 24살 때 큰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 때 라흐마니노프는 자신이 앞서 만든 교향곡 1번을 발표하지만 평단의 압도적인 비판을 받으며 그 충격으로 3~4년간 아무 곡도 작곡하지 못한 채 엄청난 슬럼프에 빠지게 됩니다. 이 충격이 얼마나 큰지 교향곡 1번은 그의 생전에 연주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때 자신의 사촌과 결혼을 했다가 러시아 정교회의 비난을 받고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반짝하는 천재는 정신없이 질주하며 반짝이다 큰 실패를 겪고 사라지지만 라흐마니노프는 이 슬럼프를 훌륭히 극복하는데 바로 이 시점의 이야기가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에서 다루는 내용입니다. 당시 라흐마니노프의 심리치료를 위해 니콜라이 달 박사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담하였습니다. 20대의 자부심과 감수성이 풍부한 라흐마니노프를 치료하기 위해 니콜라이 달 박사는 '자기암시기법(최면술의 일종)'으로 '넌 할 수 있다','넌 소중한 존재다'라는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그의 우울증을 말끔히 없애버렸습니다.

그 결과 나온 작품이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에 등장한 피아노 협주곡 2번이며, 이 곡으로 평단의 압도적인 호평을 받으며 재기에 성공합니다.(자신을 치료해준 니콜라이 달 박사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이 곡은 그에게 헌정됩니다.) 그를 부활시킨 작품이라 본인의 애착이 많아서 그런지 현대 이전의 곡으로는 드물게도 라흐마니노프 본인의 연주가 녹음되어 지금까지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후 그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서 승승장구하며 사망 전까지 많은 작품을 남기며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앞서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소개를 드렸지만 뮤지컬에서 다루는 세세한 내용에 대해 추가로 말씀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라흐마니노프가 앞서 말씀드린 신곡 실패로 인해 신경쇠약에 걸려 고통받은 후 치유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모스크파 음악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라흐마니노프는 1897년 교향곡 제1번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하지만 변명의 여지없이 완벽하게 실패하고 맙니다. 그는 자신의 신곡에 대해 엄청난 기대감을 품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혹평에 실의에 빠져 극심한 우울증과 신경쇠약에 시달리게 됩니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부러져버렸다. 여러 시간 스스로 질문하고 또 회의해본 결과, 나는 작곡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뿌리 깊은 무감각이 날 점령해버렸다. 나는 낮 시간의 절반 이상을 침대에 누워 파괴되어 버린 내 생애를 한탄하면서 보내고 있다.

- 라흐마니노프, 첫 공연을 망친 후 슬럼프 기간을 보내던 3년중의 일기 中

첫 공연의 실패로 새로운 곡을 창작하는데 자신을 잃은 라흐마니노프는 3년간 아무 곡도 쓰지 않습니다. 우울증 극복을 위해 라흐마니노프는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고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을 소개받게 됩니다. 

니콜라이 달 박사는 라흐마니노프에게 '자기암시요법'이라는 처방을 내렸는데, 이는 환자에게 가벼운 최면을 걸어놓고 그 귓가에 필요한 말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라흐마니노프는 '당신은 새로운 협주곡을 씁니다. 그 협주곡은 성공을 거둡니다.'라고 듣거나 말했고 3개월이 지나자 그는 서서히 자신감을 찾기 시작합니다.

라흐마니노프는 마침내 협주곡 제2번을 작곡하여 발표, 대성공을 이룹니다. 작곡가로 명성을 회복한 그는 자신을 치료해준 니콜라이 달 박사에게 이 곡을 헌정합니다.

훈훈하게 끝나는 뮤지컬과는 달리 라흐마니노프는 천재적인 능력에도 불구하고 평생 우울증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살았다고 합니다. 미국으로의 망명 이후 작곡보다는 주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였다고 하는데 생계형 연주가로 일하면서 작곡할 여유가 충분하지 않아 소수의 작품만 남겼다고 하네요.

라흐마니노프는 198cm의 거대한 신장과 13도의 음정까지 연주할 수 있는 큰 손(도에서 다음 옥타브 라까지 칠 수 있을 정도)덕에 피아노 연주가로서도 명성을 날렸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절대음감과 기억력으로 악보를 한번 훓어보고도 능숙하게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천재성이 있었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 늘 위축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그의 가정사에서 유래하는데 라흐마니노프의 아버지는 도박과 여성 편력이 심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라흐마니노프의 어머니는 일찍 가정을 버리고 떠나 유년 시절 정상적인 성장을 하지 못했습니다. 쓸쓸하고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라흐마니노프는 늘 말이 없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는데 이때 음악을 접하였고 남에게 드러내기보다는 자신의 정서를 순화하는 목적으로 음악을 다루었다고 합니다.

뮤지컬에서는 각자 깊은 상처를 지닌 라흐마니노프와 니콜라이 달이 음악적 교감을 나누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공연 자체가 두 사람의 2인극으로 극 중 대부분의 뮤지컬 넘버가 라흐마니노프가 작곡한 멜로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곡들입니다. 라흐마니노프 역에는 박유덕과 안재영이, 니콜라이 달 역에는 김경수와 정동화가 캐스팅되어 초연때의 열연 그대로 재현할 예정입니다. 다음달 4일부터 3월 12일까지 공연예정이고, 티켓오픈이 바로 내일인 1/4에 있으니 다들 늦지않게 꼭 예매하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곡을 쓰게 되면 관객들은 당신을 사랑해 줄 겁니다. 
'서툴러도 괜찮아. 잘 될거야. 잘 해낼거야. 넌.' 
당신은 이미 사랑받는 음악가입니다.
-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中 니콜라이 달 -
만일 당신이 라흐마니노프의 세계에 어울릴만한 사람이라면 그의 음악에 기립해 경의를 표하게 될 것이다.
- 빌 파커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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