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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Mar 04. 2017

사의찬미

조선 최초 소프라노 윤심덕의 '현해탄 투신사건' 실화를 재현한 뮤지컬!

굿모닝입니다. 여러분.
다들 아침식사 맛있게 드셨나요?

새해가 시작된지 벌써 세달째인데 아직 감흥이 오지 않는 것이 비단 저만은 아니겠죠? 어지러운 시국과 경제상황, 대폭 오르는 물가와 공공요금, AI 등 매일 새롭게 터지는 안좋은 뉴스 때문에 희망을 자축하며 시작하는 새해 분위기가 많이 무뎌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주어진 길을 걸어가면서 작은 것에도 감사와 희망을 느끼며 일신우일신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긴 인생을 끝까지 완주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오늘은 2017년 새로 올라올 뮤지컬 공연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라흐마니노프>로 시작하였는데 다들 원하는 정보를 얻으셨는지 모르겠어요. 이번에 제가 소개해드릴 공연은 국내 순수창작공연작품이자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사의찬미>라는 작품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뮤지컬 <사의찬미>에 대한 소개와 모티브가 된 실화이야기, 그리고 작품의 줄거리와 기타 이야기거리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뮤지컬 <사의찬미>는 1920년대 극작가 김우진과 조선 최초 소프라노 윤심덕의 1926년 8월 4일 현해탄 투신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하여 제작한 창작뮤지컬입니다. 2013년 초연과 2014년 재연 때에는 '글루미데이'라는 제목으로 공연이 올라갔지만 2015년 삼연부터는 윤심덕이 부른 유명한 노래이자 동명의 영화로 유명한 <사의찬미>라는 제목으로 올라갔습니다.

화려함과 물량을 중시하는 해외 라이센싱 공연과 달리 김우진, 윤심덕, 사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3인극으로 김우진과 윤심덕의 이야기에 사내라는 가상의 인물이 추가되어 극이 진행됩니다.
막 구분없이 105분동안 연속으로 진행되며 중간박수없이 쭉 진행되는 작품입니다. 반주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된 피아노 트리오로 라이브로 연주됩니다. 하지만 대극장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무대 뒤에서 연주하다보니 커튼콜이 되어서야 관객이 눈치채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대변화는 없으며 우진의 방이자 배 내부는 아래, 위에는 뱃머리와 갑판이 있습니다. 무대 왼쪽엔 동그란 발판이 있어 여러 장소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작품 이해를 위해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쿄에서 영문학 공부와 고국순회공연을 위한 작품 번역을 병행하던 김우진은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한 사내와 만나게 됩니다. 본인의 이름은 한명운이고 와세다대학에서 재학 중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사내와 이야기를 나누던 김우진은 사내와 마음이 통하여 급격히 친해집니다.

사내는 고국순회공연에 번역극 대신 새로운 창작 희곡을 써서 올리자고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인 우진은 그와 함께 대본작업에 착수합니다. 대본작업 과정에서 우진은 재일 조선 유학생인 윤심덕과 우연히 만나게 되고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집니다. 우진과 사내는 심덕에게 고국순회공연에 출연할 것을 제안하고 심덕은 제안에 응하며 세 사람은 서로 의기투합하게 됩니다.

우진은 사내와 심덕의 도움으로 대본 작업에 박차를 가하지만 사내의 독단적인 작업방식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사내에 대한 의심을 하게된 우진은 그의 뒷조사를 하고, 그 결과 그는 한명운이 아니고 와세다대학 재학생도 아님을 알게 됩니다. 

그러던 차에 고국순회공연을 위한 대본이 완성되지만 사내가 제시한 지나치게 비극적인 결말이 공연의 목적과 맞지 않다는 생각에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바꿉니다. 우진이 일방적으로 결말을 바꾼 것에 사내는 격분하여 우진을 폭행하고 총을 겨누며 협박하는 등 갑작스런 태도변화를 보이고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긴채 사라집니다. 

사내의 돌변에 공포를 느낀 우진은 대본을 불태우고 자신의 인생에서 사내의 흔적을 없애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주소로 미발표된 시, 소설, 희곡들이 발송되기 시작하고 그 완성도에 감탄한 우진은 자신이 창작한 것으로 발표하고 맙니다.

어느 날 우진에게 마지막 우편물이 도착하는데 그 안에는 자신이 불태웠던 희곡의 완성본이 들어있었습니다. '사의찬미'라는 희곡으로 우진이 결말을 바꾸기 전의 비극적인 버전의 대본이었고 이를 읽은 우진은 이 대본의 완성자가 사내라는 것, 자신과 심덕이 희곡의 내용과 놀랍도록 일치하게 행동해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내가 여전히 자신과 심덕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가 원하는 것은 둘의 비극적인 최후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우진은 사내의 의도대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26년 8월 3일 부산을 향해 출발하는 배에 탑승하고 거기서 심덕을 만나게 됩니다. 심덕을 만난 우진은 자신이 말없이 떠난 이유가 사내의 정체와 그의 의도를 알았기 때문이었음을 이야기합니다. 우진의 말에 심덕은 그와 행동을 함께 하기로 결심하고 계획이 틀어진 사내는 심덕과 우진을 죽이려하지만 둘은 자유를 찾아 떠난다는 말을 남기고 같이 바다에 뛰어들고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사의 찬미'는 실존했던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가수 윤심덕의 노래로, 사랑도 명예도 돈도 다 싫다는 내용의 비장한 가사를 지닌 곡입니다. 윤심덕은 조선총독부의 관비유학생으로 발탁되어 일본에서 성악을 공부하였는데 유학생 시절부터 여러 공연을 순회하며 성악가로서의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하지만 성악가만으로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음반을 내려 하였고 이 때 <시의 찬미>를 부르게 됩니다. 이 노래는 순수창작곡이 아닌 이오시프 이바노비치의 왈츠곡인 <다뉴브강의 잔물결>의 번안곡으로 이 노래가 수록된 음반은 당시 기준으로 1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대흥행에 성공합니다. 이 기록적인 판매고는 그녀와 연인 김우진의 동반 자살의 영향도 상당히 받았고, 노래 자체가 죽음을 찬미하는 우울한 곡이어서 그 효과가 더 컸다고 봅니다.

2013, 2014, 2015년 총 세 차례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정동화, 김경수, 이충주 배우분이 김우진 역을 안유진, 최수진 배우분이 윤심덕 역을 맡았고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역할인 사내 역에는 김종구, 최재웅 배우분들이 열연해주셨습니다. 매년 공연이 진행되다 2016년에 한 차례 쉬웠는데 아니나다를까 2017년 공연예정리스트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네요. 이번에는 어떤 배우들이 캐스팅이 될지 기대됩니다. 단, 세명만으로 끌어가는 작품이다보니 노래 실력과 연기력이 검증된 분들만이 소화할 수 있기에 기대가 더 큰 것 같습니다.

공연을 보러가시기 전에 팁 한가지 더 말씀드릴게요. 국내순수창작뮤지컬이다보니 저작권에 민감한 부분이 적어서 다양한 MD와 이벤트가 진행된답니다. 추후 공연이 오픈될 때 바로 예매하지 마시고 어떤 특전이 있는지 미리 살펴보시고 예매하시면 관람 때 두배의 즐거움을 챙기실 수 있을 거에요. 그럼 오늘 공연소개는 여기서 마치고 저는 다음에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우에 춤추는 자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허영에 빠져 날 뛰는 인생아 
너 속였음을 네가 아느냐 
세상에 것은 너에게 허무니 
너 죽은 후는 모두 다 없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찾는 것 허무
- 사의 찬미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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