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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Mar 14. 2017

인 더 하이츠

대학 과제로 제출한 작품이 세계적인 흥행작품이 되다!

오늘도 쌀쌀한 오전이네요.
다들 따뜻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공연 폐막이 얼마 남지 않은 뮤지컬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할게요. 이번에 제가 소개해드릴 공연은 뮤지컬 <인 더 하이츠>입니다. 배우 양동근과 샤이니 키, 인피니트 장동우와 김성규, 엑소 첸, 에프엑스 루나 등 아이돌 가수들의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작품인데요. 오늘은 뮤지컬 <인 더 하이츠>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줄거리, 국내공연 관련 이야기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인 더 하이츠>는 여느 뮤지컬보다 음악이라는 요소가 작품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연입니다. 중남미 출신의 이주민이 주인공인 작품이기에 뮤지컬 넘버 역시 라틴 힙합으로 채워지고 이를 통해 단조로워 보이는 일상을 파워풀한 랩과 이색적인 음악과 춤으로 풀어냅니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워싱턴 하이츠는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곳으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다양한 인종, 서로 다른 피부색, 수많은 언어들이 난무하기에 늘 갈등과 조율이 있고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온 사람과 고향을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는 원작자인 린 마누엘 미란다가 1999년 대학시절 과제 제출 및 학내 공연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색다른 아이디어와 절묘한 음악적 재미를 갖춘 이 작품에 대해 정식 공연으로 개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고 그 후 수정, 보완을 그쳐 2007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렸고, 2008년 리처드 로저스 극장에서 브로드웨이로 진입해 그해 토니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작곡상, 안무상, 편곡상을 거머쥐며 흥행가도를 걷게 됩니다. 신예 창작자로서 놀라운 데뷔임과 동시에 기존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는 없던 라틴 힙합을 대중적으로 소화한 점에 전문가와 대중은 호평을 쏟아냈습니다.
현재는 미국은 물론 필리핀, 브라질,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의 영어권 국가에서 라이센싱 공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영어권으로는 한국이 첫 공연지이지요.

내용 이해를 위해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뉴욕 맨해튼 북서부에 위치한 '워싱턴 하이츠'의 남미 이주민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랩과 힙합 리듬으로 풀어냅니다. 이야기는 크게 우스나비 가족과 니나 가족의 두 이야기를 축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이 두 가족 이야기가 완전히 독립된 내용은 아니에요. 

사촌 동생 소니와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우스나비. 우스나비에게는 그녀를 길러준 클라우디아 할머니와 그가 좋아하는 소꿉친구인 미용사 바네사가 있습니다. 무더운 어느 7월, 우스나비를 키워준 클라우디아 할머니가 1억 원의 복권에 당첨되며 모두 기뻐합니다. 고향인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기뻐하는 것도 잠시, 클라우디아 할머니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게 됩니다. 하루 아침에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할머니가 죽자 우스나비는 하늘의 야속함에 분노하고 혼자서라도 고향인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러나 할머니가 남긴 돈을 자신의 식료품점을 재건하는데 투자하면서 워싱턴 하이츠에 남기로 하고 바네사와는 연인 관계로 발전합니다.

니나는 스탠퍼드 대학교를 다니는 수재이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학업을 그만두기로 결심합니다. 학교를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온 니나는 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는 운수회사에서 일하는 청년 베니와 사랑에 빠져 교제를 합니다. 허나 딸의 꿈을 응원하고 싶은 니나의 부모님은 본인들이 운영하는 택시 회사를 처분하여 니나의 학비를 보태고 니나가 다시 학업에 매진하기를 바랍니다. 부모님의 헌신에 니나는 결국 스탠포드로 돌아가 학업을 계속 이어가기로 합니다.

<인 더 하이츠>는 경제적 문제 때문에 고향을 떠나 미국에 거주하게된 이주민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울하고 어두운 내용으로 빠지기 십상이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힙합 리듬의 뮤지컬 넘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워싱턴 하이츠의 이주민 거주지에서 내국인 거주지인 뉴욕에서 볼 수 없는 정과 의리를 볼 수 있지요. 인생의 막다른 곳까지 몰린 것이 현실인 그들이기에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에 걱정하기보다 오늘에 집중할 수 있어 그런 여유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 공연을 보게되는 사람들은 <인 더 하이츠>의 이름값이나 음악 때문이 아닌 아이돌 가수와 배우들 때문인 경우가 많을 거에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에스엠컬처앤콘텐츠가 제작사로 나서며 아이돌 가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국내에는 생소한 라틴 힙합과 리듬을 최대한 재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무대 매너가 뛰어나고 힙합과 랩이 익숙한 현역 가수들이 투입되었기에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사람들의 문화를 어색함 없이 따라간 부분이 많은 것을 보면 <인 더 하이츠>의 아이돌 가수 기용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최근들어 에스엠이나 씨제스 등 연애기획사가 사업 모델을 안정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타사는 할 수 없고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하다 가수를 기용해야만 소화할 수 있는 뮤지컬 쪽으로 뻗어나간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프로 뮤지컬 배우만큼의 완숙함과 노련함은 부족하지만 젊은 아이돌 가수가 할 수 있는 파워풀한 군무와 열정 등은 그들만의 장기라 할 수 있어요.

공연을 보게 되면 무대 좌우측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중국어와 일본어 자막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돌 가수들의 실황인만큼 한류를 좋아하여 공연장을 찾아온 중국과 일본의 팬들을 위해 배치된 것으로 보이네요. 이것 또한 다른 이가 할 수 없는 아이돌 군단을 보유한 에스엠이나 씨제스 같은 연애기획사만이 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에스엠을 위시한 연예기획사의 뮤지컬 시장으로의 진출은 계속 확대될 것이고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해외팬들의 확보 역시 필수일테니까요. 언젠가 국내 라이센스 공연이 역으로 해외에서 진행될 날도 올지 모르겠네요. 그럼 오늘 공연 소개는 여기서 마치고 저는 내일 다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성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고장입니다. 당신은 계단을 이용해야만 합니다. 한계단 한계단씩.
- 조 지라드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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