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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Mar 15. 2017

왕과 나

태국에서 상영금지된 뮤지컬! 태국 왕과 영국 가정교사의 실화를 다룬 작품

반갑습니다. 여러분.
오늘은 어떤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도 어김없이 좋은 공연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번에 소개해드릴 공연은 뮤지컬 <왕과 나>라는 작품입니다. <왕과 나>라고 하면 예전에 SBS에서 오만석, 구혜선 주연의 사극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이번에 말씀드릴 공연은 그 작품보다 먼저 나온,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뮤지컬입니다.  두 작품은 제목만 같은 뿐 아무 상관이 없다 보아도 좋아요. 오히려 뮤지컬 <왕과 나>는 또 다른 뮤지컬인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미스 사이공>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오늘은 뮤지컬 <왕과 나>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줄거리, 기타 읽어볼거리에 대해 말씀드리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뮤지컬 <왕과 나>는 마거릿 랜든의 소설 <안나와 시암의 왕>이 원작으로, 태국 왕 라마 4세와 왕자의 왕자의 가정교사인 영국 미망인 안나 레오노웬스의 로맨스를 다루었습니다. 1951년 초연했으며 브로드웨이에서 호평을 받아 세 차례나 영화화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작품 이해를 위해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서구 열강 제국주의가 아시아의 여러 국가를 병탄하던 시대, 국가의 독립과 생존을 위해 신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시암의 국왕 몽구트는 자신의 어린 자녀들을 교육시킬 가정교사로 영국의 귀부인인 안나를 초청합니다. 군인이었던 남편과 사별한 안나는 외아들 루이스와 함께 미지의 나라로 떠납니다.

절대왕정의 전제군주인 시암왕 몽구트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안나에게 불만과 흥미를 느낍니다. 안나 역시 처음에는 왕의 무례한 태도에 실망하여 영국으로 돌아가려 하였지만 궁정의 수많은 비빈들과 왕자, 공주들의 귀여운 모습에 감동하여 시암에 눌러앉습니다. 안나는 서구의 예의범절을 가르치면서 많은 문화적 차이에 부딪히지만 점차 궁정에서 좋은 평판을 얻으면서 발언권을 키워갑니다.

주변국들을 차례로 집어삼킨 서구 열강이 시암 왕국을 노리는 것을 경계하는 왕은 영국의 여왕에게 자신이 야만인이라는 중상모략이 전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합니다. 안나의 조언에 따라 영국 대사들에게 시암 왕국이 서구의 관점에서도 우아하고 세련된 곳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성대한 파티가 열리고,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왕과 애나는 더욱 가까워집니다.

연회의 하이라이트는 미얀마 왕자가 선물로 바친 아름다운 노예 처녀 텁팀이 안나가 시암 왕궁에 맞게 번안한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공연한 것입니다. 귀빈들은 환상적인 공예에 박수를 보내지만, 몽구트 왕은 도망친 노예를 추적하던 주인이 죽음을 당한 것에 불쾌해합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텁팀이 왕궁의 젊은이와 사랑의 도피를 감행했다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안나는 자비를 베풀 것을 간청하지만 몽구트는 단호히 거절하고 그렇게 둘은 멀어집니다. 

왕에게 실망하고 큰 상처를 받은 안나가 아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려하자, 왕비와 어린 왕자와 공주들이 만류합니다. 바로 이 때, 몽구트 왕이 큰 병에 걸려 몸져 누웠다는 소식이 전해오자 안나는 왕을 만나러 갑니다. 자신이 중병에 걸려 살 날이 얼마 안남았다는 것을 알게 된 몽구트 왕응 안나에게 화해를 청하고 자신의 후계자인 태자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며 숨을 거둡니다.

정작 시암왕국의 모델인 태국에서 <왕과 나>는 영구적으로 상영이 금지된 작품입니다. 이유는 태국 왕실을 모독했다는 시각 때문입니다. 태국에서는 청나라처럼 서구의 식민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라마 4세를 영국 미망인이랑 사랑이나 나누고 미얀마, 티벳 등으로부터 노예를 들여오는 등 부정적인 묘사를 하였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비서구권인 나라에서 본다 하더라도 서양의 문명을 무조건 경외하며 받아들여야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작중 인식이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작중 나오는 안나 레오노웬스는 실존 인물이고 시암에서 왕자들과 왕의 부인들을 교육한 것, 왕이 죽고 어린 황태자가 왕위를 잇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기중심적으로 기술한 에세이인 '시암 궁정의 여자 영어 가정교사'라는 책이 소설, 뮤지컬, 영화로 제작되면서 계속 가공되자 지나치게 자신과 서양을 미화하게 되버려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안나가 라마 4세 사이에 로맨스가 있었다는 것은 본인의 주장일 뿐이어서 그리 신빙성이 높지 않습니다.
극 중 안나와 라마 4세가 함께 사교 댄스를 출 때 나왔던 '쉘 위 댄스'라는 곡은 훗날 영화 '쉘 위 댄스'의 주제가로 쓰여 유명합니다.

<왕과 나>는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적인 관점 때문에 <미스 사이공>과 더불어 내한공연이나 라이센싱 공연을 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양을 한 수 아래로 보는 시각의 작품을 동양에서, 동양인이 연기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죠.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공연을 보긴 어려울 것입니다. 허나 그럼에도 작품성과 흥미만큼은 인정할 수 있기에 혹시라도 관심이 생긴 분들께는 이전에 나온 영화 버전을 관람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럼 저는 오늘 이만 인사드리고 다음에 더 좋은 공연 소개와 함께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작은 기회로부터 종종 위대한 업적이 시작된다.
- 데모스테네스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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