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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Mar 20. 2017

곤 투모로우

김무열 출연! 혁명가 김옥균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굿 애프터눈입니다. 여러분.
다들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오랜만에 순수창작 뮤지컬 작품 하나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번에 제가 소개해드릴 공연은 뮤지컬 <곤 투모로우>에요. 영어 제목과는 달리 혼란스러웠던 조선 말기의 역사를 다루는 팩션 뮤지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곤 투모로우>에 대한 정보와 줄거리, <곤 투모로우>의 음악과 캐스팅, 그리고 앞으로의 공연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게요.

<곤 투모로우>는 연극인 오태석의 1994년 희곡 '도라지'를 원작으로 하여, 갑신정변을 이끌었던 혁명가 김옥균과 그를 암살한 인물인 홍종우를 다룬 팩션 뮤지컬입니다. 김옥균과 홍종우의 만남 이전까지는 역사적 사실을 다루지만 그들의 만남 이후의 내용은 허구의 영역으로 실제 역사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뮤지컬계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지나 님이 각색과 연출을 담당한 작품입니다. 대단한 것은 이 분이 이 작품을 포함해서 한꺼번에 세 개의 뮤지컬 공연의 연출을 맡았다는 것인데요. 같이 공연하는 <도리안 그레이>와 <잃어버린 얼굴 1985>라는 이분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역사상 최고의 기록은 브로드웨이에서 자신의 작품 4개를 동시에 공연한 역대 최고의 뮤지컬 연출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인데, 불과 한 작품 차이라는 것이 대단하네요. 

작품 이해를 위해 간단히 줄거리를 말씀드리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김옥균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갑신정변을 일으키나 실패하고 일본으로 도주합니다. 어렵게 준비한 혁명이 3일천하로 끝난 것에 절망한 김옥균은 음주와 도박으로 세월을 탕진하고 폐인처럼 살아갑니다.

한편 몰락한 양반 가문 출신인 홍중우는 조선에서는 출세할 길이 없다 여겨 멀리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인물입니다. 프랑스에서 한국의 문학작품인 춘향전, 심청전 등을 번역하며 입지를 다진 그는 조선 근대화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귀국 후 제2의 인생을 다짐합니다. 그러다 김옥균을 죽이라는 고종의 밀지를 받고 조선 대신 일본으로 가게 되고 거기서 김옥균을 만나게 됩니다.

홍종우는 김옥균의 조선의 근대화와 외세로부터의 완전 독립이라는 사상에 공감하여 자신이 사실 고종이 파견한 암살자임을 고백하고 그에게 도주할 것을 권합니다. 허나 김옥균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죽여 조선에 돌아가 못다 이룬 조선의 개혁을 이루어달라고 부탁합니다.

홍종우는 김옥균을 죽이고 고종에게 외세에 의존하지 말고 근대화를 받아들일 것을 충언하지만, 고종은 김옥균과 같은 말을 하는 홍종우를 제주 목사로 좌천시켜버립니다. 홍종우는 고종이 자신의 충언을 듣지 않자 이준 등을 헤이그 밀사로 보내어 조선의 독립과 근대화를 도모하지만 이마저 실패하고 그는 최후를 맞고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역사적으로 혁명가 김옥균과 그를 죽인 암살자 홍종우를 브로맨스라 느껴질 정도로 절친한 사이인 것처럼 그려낸 것을 역사학자들이 보면 십중팔구 불쾌한 맘이 들 것입니다. (흡사 2005년 상영했던 드라마 '해신'의 장보고와 염장같은 관계네요.) 역사속 김옥균은 왕정 대신 입헌군주제를 지지했는데 뮤지컬에서는 고종에 대한 충정을 간직한 충신처럼 묘사되고 고종 역시 김옥균에 대한 애증을 간직한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역사적 사실을 이탈하여 최대한 입체적인 캐릭터를 부여한 것은 단순한 악인의 캐릭터로 인한 문제가 아닌, 시대의 비극이라는 주제를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창작뮤지컬치고는 상당히 많은 수의 뮤지컬 넘버인 서른 여곡이 삽입된 점도 평가할만한 부분입니다. 최종윤 작곡가의 작품으로 김옥균, 홍종우, 고종의 메인 테마곡들은 공연장을 나선 후에도 귓가에 아른거릴 정도로 중독성이 있습니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샤우팅의 음악 대신, 차분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통해 이야기와의 조화를 극대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캐스팅된 배우들로는 김옥균 역에 강필석, 임병근, 이동하가 홍중우 역에는 김재범, 김무열, 이율이 고종 역에는 김민종, 조순창, 박영수가 무대에 오릅니다. 비중은 적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김옥균의 보디가드 화다 역할에는 김수로, 강성진, 정하루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곤 투모로우>의 초연은 작년 9월 13일부터 10월 23일까지 진행되었고 객석점유율 및 평가 역시 준수한 상황입니다. 그래서인지 벌써 올해 공연 일정이 잡혔네요. 변경될 수 있지만 올해 11월에서 내년 2월까지 공연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제작진 및 배우들 모두가 작품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1회만 하고 끝날 작품은 아니겠지 싶었는데 딱 짚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가면 가장 큰 적은 작품성이나 음악이 아닌 역사왜곡에 대한 논쟁이 아닐까 싶습니다. 순수창작뮤지컬과 역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관람하셔도 좋을 작품입니다. 추천합니다.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이다.
- 괴테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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