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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Mar 20. 2017

어쌔신

황정민, 강하늘 출연. "이봐, 세상이 우울해? 그럼 대통령을 쏴!"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들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미국에서는 홈런을 쳤지만 한국에서는 잘 풀리지 않은, 놓치기 아쉬운 명작 뮤지컬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지금까지 80여편의 뮤지컬을 소개해드린지라 국내에 공연된 왠만한 작품들은 다 훑어본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부터는 한국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명작 뮤지컬이나 들어왔으나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위주로 소개를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그럼 첫 번째 작품 소개 들어가겠습니다.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뮤지컬 <어쌔신>입니다. 왠만한 뮤지컬 팬들이라면 사실 이 작품을 많이 알텐데 그 이유는 연출 및 제작을 영화배우 황정민이 했기 때문이지요. 또, 출연한 배우들이 모두 이름값 하는 분들이라서 지금 말씀만 드려도 곧바로 흥미가 생기실 거에요. 오만석, 엄기준, 강하늘, 정상훈, 김무열, 한지상 배우가 이 작품에서 열연하였답니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엄청난 작품성과 흥행으로 상업적인 성공과 완성도 모두 휘어잡은 수작인데요. 어쩌다 국내에서는 흥행에 실패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오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뮤지컬 <어쌔신>에 대한 소개와 줄거리, 국내 공연 관련 이야기를 다뤄보도록 할게요. 그럼 바로 시작해보겠습니다.

1. 뮤지컬 <어쌔신> 소개

배우 황정민과 배우 강하늘

작사/작곡을 담당한 스티브 손드하임과 각본을 담당한 존 웨이드먼

뮤지컬 <어쌔신>은 미국 뮤지컬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작곡가 겸 작사가인 스티븐 손드하임이 뮤지컬 넘버를 만든 것으로 유명합니다. (영국 웨스트엔드의 전설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함께 뮤지컬계 음악에 있어서는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분입니다.)

1865년부터 9181년까지 미국의 역대 대통령 암살범 및 암살미수범 9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동시대 인물들이 아닌만큼 시대를 넘나들며 진행되는데, 각 시대에 유행하던 음악이 뮤지컬 넘버로 연주됩니다. 다른 뮤지컬과 달리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줄거리는 없지만 9명의 캐릭터는 선명하면서 개성있으며 주제의식 역시 분명합니다.

미국이라는 국가에서 전체로부터 소회되고 격리된 개인들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에 대한 분노를 어떻게 표출해야할지 몰라 방황할 때, 악마의 속삭임에 흔들려 대통령을 암살하는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합니다.

199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지만 큰 호응을 받지 못하였다가 2004년 토니상에서 총 다섯개 부문(작품, 연출, 남우주연 등)을 수상한 후 현재의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다른 뮤지컬 작품에 비해 짧은 90분의 분량이지만 강한 캐릭터와 발라드, 포크, 행진곡, 컨트리 민요, 가스펠 등 시대를 반영한 뮤지컬 넘버로 관객들로 하여금 딴 생각할 틈 없이 깊이 몰입하게 합니다. 

2. 줄거리

카니발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어느 사격장. 사격장 주인이 나타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대통령이라는 표적을 맞히면 원하는 상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자, 그 말에 혹해 7명의 사람들이 모입니다.

그들은 찰리 귀토(제임스 가필드 대통령 암살범), 레온 촐고즈(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암살범), 주세페 장가라(프랭클린 루스베르 암살미수범), 새뮤얼 비크(리처드 닉슨 암살미수범), 리넷 스퀴키(제럴드 포드 암살미수범), 사라 제인 무어(제럴드 포드 암살미수범), 존 힝클리 주니어(로널드 레이건 암살미수범)입니다.

7명이 한 곳에 모인 그 때 에이브러햄 링컨을 죽인 미국 최초의 대통령 암살범 존 윌크스 부스가 나타나 우리의 행복해질 권리, 꿈을 꿀 자유를 위해 총을 들라고 말합니다.

부스는 사격장의 살롱에서도 사람들에게 총을 들라고 부추기고, 그 말을 들은 찰리 귀토, 레온 촐고즈, 주세페 장가라, 새뮤얼 비크, 리넷 스퀴키, 사라 제인 무어, 존 힝클리 주니어는 각기 자신이 사는 시대의 대통령을 향해 총을 겨냥하며 암살범 혹은 암살 미수범으로 거듭납니다.

최초의 대통령 암살범인 부스의 죽음을 지켜보았던 사람이자, 이 극의 사회자인 발라디어는 7인의 암살범들을 바라보며 그들 역시 부스와 같은 어리석음을 범할 것이라며 비웃습니다. 

부스의 말을 듣고 암살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대통령을 향해 총을 겨누웠지만 어떤 대가도 받지 못합니다. 7인의 암살범들은 상을 달라고 절규하나 아무 보답도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 절망합니다. 그들은 가정불화에 비관하여 자살하려는 리 하비 오스왈드 앞에 나타나 부스처럼 당시 미국 대통령인 존 F. 케네디를 암살하고 부추깁니다.

3. 국내 공연 이야기

국내에서는 2005년, 2009년, 2012년 총 3번의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초연에서는 엄기준, 오만석, 김무열 등이 출연하였고 2009년 재연 때는 한지상, 김대명, 최재응이 캐스팅되었습니다. 
2012년 재연 때는 황정민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었고 직접 배우로도 출연하였습니다. 황정민 외에도 강하늘, 정상훈이 주연으로 나와 새로운 어쌔신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참고로 2012년 재연 때의 뮤지컬 제작사는 샘컴퍼니인데 이곳에 소속된 배우가 황정민, 강하늘, 정상훈입니다. 즉, 제작과 연출, 연기를 샘컴퍼니에서 도맡아 한 것이죠.

허나 아쉽게도 공연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미국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이다보니 관객들 대부분이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여 몰입이 어려웠던 점을 들 수 있어요. 링컨과 케네디를 제외하고는 생소한 이름의 대통령들이 많으니 아무래도 관심이 없었겠지요.
그리고 당시는 지금만큼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증오가 크진 않았던 때인데 아래와 같은 자극적인 카피로고는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봐, 세상이 우울해? 그럼 대통령을 쏴!(2005년 홍보문구)
총을 들어! 그럼 넌 주목받을 거야!(2009년 홍보문구)
그들은 왜 대통령을 쏘았는가?(2012년 홍보문구)

그 어느 때보다 정치혐오증이 거센 요즘에 나온다면 최소한 시선을 끄는데는 성공할 것 같은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 참 아쉽습니다. 작품성과 완성도, 음악 모두가 받쳐주는 작품이니만큼 언젠가 꼭 재연이 올라오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그럼 오늘 공연 소개는 여기서 마치고 저는 이만 인사드리도록 할게요. 다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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