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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Mar 21. 2017

레드북

야설쓰는 여성작가의 남성위주 사회에 대한 투쟁기!

굿애프터눈이에요. 여러분.
다들 점심 식사 맛있게 드셨나요?

오늘은 최근에 종연한 국내 순수창작뮤지컬 공연을 소개해드리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제가 이번 시간에 소개해드릴 공연은 뮤지컬 <레드북>이에요. 이름을 보면 느껴지듯이 야한 책과 그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뮤지컬입니다. 오늘은 뮤지컬 <레드북>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줄거리, 공연 관련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할게요. 그럼 바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뮤지컬 <레드북>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로 화려한 데뷔를 한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 작곡가의 신작입니다. 2016 창작산실 우수신작 뮤지컬로 선정된 작품으로 2015년 우란문화재단의 신작 개발 제안을 받아 작품을 구상하였다고 합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야한 책을 의미하는 작품인데 남성이 아닌 여성이 쓴 야설이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가장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시대인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첫사랑과의 야한 추억을 글로 풀어내며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여성 작가 안나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작품 이해를 위해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해드리도록 할게요. 이야기의 시점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 지극히 보수적인 사회인 영국에서는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될 정도로 엄격한 성적 잣대가 강조되던 시기입니다. 여주인공 안나는 과감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그러한 시대의 편견에 불복할 정도로 당찬 여성입니다. 그런 성격 덕택인지 약혼자 앞에서 첫 경험을 고백해 파혼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합니다.

여성은 남성과 결혼하는 것이 삶의 목표이고 여성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한다는 사회 통념을 안나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였고 남자들이 하는 일들도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안나와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이올렛이라는 노인으로 안나가 하녀일 때 주인으로 모신 사람입니다.

바이올렛은 남편을 일찍 잃고 미망인으로 살다 안나를 만나 적극적인 삶을 살게 되었고 안나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라고 권유합니다. 이에 안나는 글을 쓰기 시작하며 작가의 꿈을 키우게 됩니다. 허나 안나가 작가가 되기 전에 바이올렛은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런 그녀 앞에 어느날 변호사 브라운이라는 남성이 나타납니다. 그는 안나가 과거에 돌보았던 바이올렛의 손자로 안나가 작가가 되기 위해 도와달라는 친할머니의 유언을 실행하기 위해 안나를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안나와 브라운은 서로 인연을 맺게 되고, 브라운의 도움으로 안나는 여성 문학회인 '로렐라이 언덕'에 들어가 자신의 야한 추억을 소설로 쓰게 됩니다.

하지만 안나의 소설이 담긴 잡지 <레드북>은 거센 비난을 받으며 폐간 위기에 처하는데, 재판장에서 브라운의 도움으로 그녀는 작가이자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서 인정받게 됩니다. 이 후 안나와 브라운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인연을 이어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납니다.

공연을 보다보면 한정석 작가의 재치있는 가사와 이선영 작곡가의 다채로운 음악이 어우러진 장면들과 넘버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적극적인 성격 떄문에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안나와 보수적이지만 따뜻한 배려심을 갖춘 브라운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감성적인 뮤지컬 넘버의 힘에 의해 자연스럽게 연출됩니다.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 작곡가가 무려 4년을 준비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작품의 주제와 뮤지컬 넘버의 어우러짐이 인고의 시간과 노력이 깊었음을 알게 했습니다.
무대 연출 역시 인상적인데 집, 마을, 감옥, 법정, 정글 등 다양한 장소로 자연스럽게 변모되었고, 안나의 상상과 회상씬이 많은 특성상 조명을 통해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캐스팅 역시 작곡가와 작가 콤비만큼이나 화제가 되었는데 야한 추억을 떠올리며 거친 세상을 견뎌내는 진취적인 여성인 안나 역에는 유리아가, 사랑과 여자를 오직 책으로만 배운 보수적인 변호사 브라운 역에는 박은석이 캐스팅되었습니다. 아쉽게도 공연은 1/22에 종연되었지만 초연 공연치고 높은 객석점유율과 평단의 호평이 이어졌기에 올해 안에 재연이 들어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럼오늘 공연 소개는 여기서 마치고 저는 다음에 다시 인사드릴게요. 다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난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생각을 해.
- 안나 / 뮤지컬 <레드북> 中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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