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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디아 Oct 18. 2021

오늘이라도 제로라이프

#친환경#재활용#분리수거


 결혼 1년차때부터 마음에 부담이 있었던 일 하나가 제로웨이스트였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기로 마음먹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되는것이 제로웨이스트이다. 집을 심플하고 정돈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곳곳에 숨겨진 필요가 없는 쓰레기같은 물건들을 모른척 할 수 없게 되고 그러다보면 쓰레기를 애초에 만들지 않는 소비습관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시간이 지날 수록 ‘생명’, ‘환경’ 과 같은 단어들에 익숙해지면서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 삶에 깊숙히 연결되어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단어들은 정말 익숙하면서도 한순간 멀게도 느껴지는 것 같다.



육아하며 살림하는 많은 엄마들이 엄마가 되면서 자녀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에 환경호르몬이 없는 육아용품과 식재료를 사게 되면서 친환경적인 자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우리가 얼마나 비친환경적인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지 인식하게 된다. 그런데 그 인식은 처음에는 크게 다가왔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러려니가 된다. 처음에는 친환경적인 제품들을 구매하고 섭취하다가도 아이들이 자라면 이제는 면역력이 많이 좋아졌으니 적당히 이런것도 먹어도 되겠지하며 점점 원래의 생활습관으로 돌아가게 되고, 육아만으로도 버거운 현실에 제로웨이스트라는 습관을 하루 목록에 추가해야 하는 듯한 부담감을 굳이 지려고 하지 않게 된다. 1분 1초가 치열한 독박육아라면 시간낭비로까지 여겨진다. 내가 그랬듯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가정보육하는 날이 많아지자 아이들에게 삼시세끼 밥과 간식을 챙겨줘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마트에 가는 것도 조심스럽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려니 새벽배송을 많이 이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왠걸 나는 식재료를 샀는데 그보다 더 많은 포장쓰레기가 딸려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쓰레기들을 처리하는게 지긋지긋해지고 결국 업체에 과대포장을 줄여달라고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쓰레기가 쌓일 수록 죄책감이 커졌다. 뭐 쓸데없는 죄책감이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살림이 전업인 내가 만들어내는 쓰레기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나의 소비의 생활방식에 책임감이 느껴졌고 이를 무시했을 때 느껴지는 찝찝함은 결코 쾌적한 하루를 보낼 수 없게 만들었던 것 같다.




유엔소년단


사실 최근 내가 제로라이프를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다. 그거슨 BTS의 UN연설. 두둥.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속가능발전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친환경적인 교육 그리고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었었다.



방탄소년단이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회의(SDG 모멘트)의 스피커로 참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실시간으로 유튜브를 통해 회의를 실시간으로 시청하게되었다.




* SDG, 빈곤·기후변화·불평등 등 해결 위한 17가지 목표



 BTS는 코로나를 직면한 우리 세대를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이 아닌 ‘웰컴 제너레이션(Welcome Generation)'으로, 변화에 겁먹기보단 미래를 '웰컴' 즉 반갑게 맞이하며 앞으로 걸어 나가려는 세대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BTS를 보기 위해 영상을 틀었지만 연설이 끝난 후 SDG가 무엇인지 다시 찾아보게 되었고 중요성에 대해 더욱 인식하면서 내 삶에서 놓치고 있던 어떤 조각 하나를 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당장 계절이 모호해지고 급격한 기후변화로 난관을 맞이하는 지구상 곳곳의 사건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얼마전 내가 사랑하는 알프스 몽블랑이 4년새 1m가 낮아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 실정이다.


빙하가 녹든, 산이 낮아지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일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 딸들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아이들이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을 때 마음이 많이 아팠다. 안쓰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내가 누렸던 깨끗한 공기와 하늘이 우리 자녀들에게 더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참 어려웠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면  더이상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인 것이다. 먼 일이 아닌 내일의 일이다.



2014년 크리스마스가 있던 마지막 주간 팀앤팀(team&team)이라는 NGO단체와 함께 케냐에 다녀온 적이있다. 그때 원주민 마을의 식수지원 사업을 후원자들에게 안내하는 일을 맡았었다. 버스로 이동 중 물 한동이를 위해 수 킬로를 맨발로 걸어 머리에 이고 가던 여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누군가에게 차고 흘러 넘치는 흔한 물이 그들에겐 생명과 직결된 생사가 달린 물이었다.



기후변화의 증상은 주로 농업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가뭄과 홍수로 나타나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는 아프리카에 심각한 식량난을 야기시키고 있다.


팀앤틴 블로그에서 발췌



이제는 움직여야한다는 부담감이 들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제로웨이스트가 쉬운것 같으면서도 막연하던 찰나 우연히 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용산 청년지음센터 주관



나와 같이 제로웨이스트가 막연했던 사람들에겐 정말 유익한 강의였다. 조금만 열심을 내어 검색하고 찾아보면 얼마든지 제로웨이스트에 관한 좋은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쓰레기 관찰




오제라(오늘부터 제로라이프) 강의를 들으면거 나의 쓰레기를 관찰하고 일지를 쓰는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냥 쓰레기통에 구겨 넣을 땐 몰랐던 쓰레기의 재질들과 배출량을 인식하면서 볼 수 있어서 가시적으로 주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내 눈으로 쓰레기의 재질을 본 이상 마구 일반 쓰레기 봉투에 버릴 수 없었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



그리고 직접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사용해보고, 텀블러나 시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포장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 소비를 줄여나가는 작은 실천들을 통해 다시 제로 라이프에 발을 딛을 수 있었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니 많은 ‘용기내’ 가게와 친환경 카페들이 있었고,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우리 동네 친환경 카페, ‘mtl(more then leas)’
allure 매거진에서 소개된 ‘무라벨 화장품’


예전에 누군가에게 환경보전에 애써야 한단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사실 그땐 막 첫째를 놓고 힘들어서 눈물을 바가지로 쏟을때라, 환경보전이라니, 나랑 참 상관없는 일이구나 생각했다. 나에게 환경보전이란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않거나 쓰레기를 줍는 것? 분리수거하는 것? 그정도의 문제였다.  


사실 지금도 이런 글을 쓰는 건 내가 잘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아직 나는 하루에도 아침, 점심엔 제로라이프였다가 저녁엔 플러스 알파 라이프를 보내며 일관성 없이 지낸다. 하지만 모든 생활 습관을 한 번에 바꾸긴 어렵지만 하루에 한가지씩이라도 천천히 바꾸다 보면, 한 걸음 가까이 낭비없는 소비에 다가갈 수 있겠지 하며 나의 제로라이프를 응원해본다. 끈기 없는 나에게 ‘오늘부터 제로라이프’라는 말은 사실 부담스러우니까. ‘오늘이라도 제로라이프’를 살아내보기로 이 글로 선언해본다.



제로웨이스트가 나에겐 또 하나의 낭비적 습관이다. 시간 낭비라 여겨질지도 모르고 어쩌면 당장 눈에 보이는 가치가 없다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고 또 발전하게 하는 가치있는 낭비적 습관. 나 뿐만 아니라 이웃을 풍요롭게 너무나도 가치있는 낭비적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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