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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디아 Oct 03. 2021

언/온택트 시대의 최대 수혜자는 엄마?

그림책테라피, 내 안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누군가는 말했다.

코로나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바로 '엄마'라고.


 작년 코로나로 인해 둘째를 어린이집에 입학시키고 자유를 꿈꾸던 나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둘째는 커녕 첫째마저도 24시간 돌봐야 하는 상황이 이르자, 흔히 말하는 '코로나 블루'가 남 일 같지 않았다. 뚜벅이인 나는 대중교통을 피해야 해서 외출 반경이 대폭 축소 되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끔 있던 자유시간 마저 자진 반납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칩거생활에 들어갔다. 사실 면허 취득이 목표였는데 필기 합격 이 후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여 활동이 위축되자 면허를 따봤자 뭐하겠어 하며 김이 팍 샜다(결국 올 해 필기시험 유효기간이 지나 필기시험을 다시 봐야한다. 무척 후회스러운일.)


 20평 남짓한 집에서 내가 주로 머무는 곳은 3평 남짓한 주방 싱크대 앞. 아침 준비하고 돌아서면 간식챙기고 또 돌아서면 이제 점심 그리고 간식 그리고 저녁. 매일 무한 반복이 이루어졌다. 말로만 듣던 부엌데기는 딱 내 모습이 아닐까. 부엌에서 살다 부엌에서 죽는건 아니겠지 하는 비관적인 생각이 머리속을 섬뜩하게 스친다.


 한비야를 꿈꾸며 세계 곳곳을 누비던 나의 자유로운 영혼은 갈 곳을 잃어 방황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이 상황을 돌파할 구멍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독서였다. 생일 선물로 e-book 리더기를 남편에게 사달라고해서 받았다. 그리고 밤마다 아이들을 재우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1년 100독이라는 나름의 원대한 목표를 세워 평소 관심있던 주제의 책들을 읽어 나갔다. 그리고 가능하면 드라마 대신 영감을 주는 좋은 영화들을 찾아 감상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조금씩 나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내 안의 나를 정비하는 시간을 의지적으로 가지기 시작하니 다시 하고재비의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배우고 싶고.
그런데 또 이런 생각이 든다.
24시간 애 돌보면서 이게 가능하겠어?
그런데... 이게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는 애기 엄마라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이 이제는 가능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니 내가 집콕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펜데믹 현상으로 인해 대면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많은 일들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방구석에서 참여할 수 있는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 교육들이 코로나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이제는 접근성이 훨씬 더 용이해졌고 더 다양하고 많은 양질의 컨텐츠들이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점점 일상으로 자리 잡으며 새로운 '뉴 노멀 라이프' 그리고 '온/언택트'의 시대가 열렸다.




"... 행사와 축제는 무제한 연기되고 식당과 가게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학교는 개강을 미루고 직장인들은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았죠. 그러나 멈췄던 일상을 이어나가기 위해 회사들은 재택근무 환경을 활성화했고, 화상 회의 서비스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학교는 온라인 개강을 했고 사람들은 그동안 잘 쓰지 않았던 협업툴을 익히느라 바쁩니다. 그 이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이 변화하고 새로운 업무 방식들이 표준이 되는 뉴 노멀의 시대 ... 이제는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불안과 불확실성은 일상이 되겠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가져올 새로운 선택지들이 궁금해집니다'  -  유투브 채널 ‘요즘것들의 사생활’ 중




 뉴 노멀라이프가 처음에는 그저 전업주부인 나같은 사람에게는 먼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것이 그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라 당장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를들어, 예전에는 취미 생활로 공방을 찾아다녀야만 배울 수 있었던 원데이 클래스들을 이제 온라인에서 웬만한 것들은 다 배울 수 있게 되었다. class101 이나 Idius, 솜씨당 가깝게는 유튜브로 얼마든지 프라이빗하고 안전하게 집에서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사실 케잌을 만든다거나 비누나 향초, 플라워 클래스들은 공방을 찾아가야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양육하는 입장에서 시간을 빼서 따로 이동하여 배우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온라인으로 클래스 수강신청을 하면 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수강이 가능하기에 (심지어 유리공예까지) 아이들을 재우고 육퇴 후 시간이 나는 틈틈이 수강을 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참여한 성경암속학교



온라인으로 참가하는 제로라이프 강의


  심리 상담과 같은 부분도 온라인으로 현재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나는 '그림책 테라피'라는 온라인 모임에 7주간 참가한 적이 있다. 우연히 알게 된 그림책 테라피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시작한 모임이었는데 정해진 시간에 zoom 화상 채팅으로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함께 그림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나누면서 마음과 생각을 돌아보고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이것이 온라인으로 가능할까 의심했다. 생판 알지도 못하는 처음보는 사람들과 화상으로 만나 같이 그림책을 읽고 삶을 나누다니. 그러나 머지 않아 노트북 앞에 앉아 울며 웃으며 나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낯선 내 자신을 만나게 되었다. 이것이 가능하구나.


zoom 이용한 그림책테라피


 올 해 나는 심리 상담 공부에 관심이 많이 생겨 어떻게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것 저것 알아보다 지인에게 사이버대학을 추천 받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직장 생활을 하며 사이버대학에서 공부를 하지만 대대적인 평판은 일반대학에 비해 열등하다는 의식이 있다. 취업에서나 향후 진로에서나 일반대학에 밀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나는 심리 상담을 취업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큰 그림을 맞춰가는 하나의 퍼즐 조각 같은 과정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사이버대학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오히려 육아와 병행하기에 더 없이 좋고, 대부분 국가 장학금이 나오기 때문에 비용적인 면에서도 부담이 없었다. 남편이 현재 석사 과정을 하나 더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비용적인 면을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보아도 사이버대학은 사회적 평판 말고는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입학을 고려중이었는데, 요즘 초등학교까지 온라인으로 개강하고 유명 명문 대학/원들도 온라인으로 강의가 대체되는 것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온라인 수업이 열등하다는 편견이 깨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오히려 사이버대학이 오랫동안 이 분야에 있었기에 시스템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더 퀄리티있는 수업을 만들어 낼 수 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N잡이나 긱워크 같은 새로운 형태의 업무 방식도 더 빠르게 보편화 되고있다. 불안정한 시대에 하나의 평생직장을 의지하기 보다, 조직보다 개인적인 역량에 집중한 다양한 일로 수익을 보장 받고 싶어하는 문화가 확산되는 중이기에 관련 컨텐츠들도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 가까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샵이나, 인스타 샵 뿐만 아니라 위에 언급했던 class101, 솜씨당, 아이디어스, 탈잉 그리고 유투브 등을 통하여 나의 재능을 상품화하여 수익화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들을 잘 활용하여 직장에 출퇴근하지 않아도 육아와 병행하며 경제활동을 해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이제는 쉽게 만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어느 영역이든 내가 원하는 관심사에 손을 뻗어 다가갈 수 있는 온택트의 시대는 어쩌면 나와 같은 주부가 최대 수혜자가 아닐까. 온라인 플랫폼인 브런치 또한 나에게는 즐겁고 유익한 플랫폼 중에 하나이다. 오랫동안 나의 생각속에만 있던 작가가 된 나의 모습에 한 발짝 가가이 다가서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브런치 뿐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에서 작가로 책을 발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열려있는것 같다.


 우리 엄마의 꿈이 원래 작가였다. 하지만 그 당시작가로 등단하기 위해서는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신춘문예 당선이 되어야 뭔가 인정받은 작가가 되는 줄 알았고, 작가라는 타이틀은 뭔가 교양있는 석학들의 소유물인 것 같아 문턱이 높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사실 나 자신도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그리고 내 꿈을 이루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 상황과 환경이 아닌 내 안에 나 자신이 그어 놓은 한계가 아니었을까



  작가가 되려면 대단한 글을 쓰거나 아니면 전문적으로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역량을 키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그것도 필요하지만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되었다. 누구든지 작가가 될 수 있는 이곳에서 나 또한 나만의 세상을 글자로 그려나가며 나만의 책을 써나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오랜시간 서랍속에 넣어 간직해 온 작가라는 꿈을 이제는 우리 엄마도 다시 꺼내어 펼칠 수 있는 시대가 찾아왔다.  


 엄마가 된 나 자신도 이제는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 넘어모든것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뉴노멀라이프 라는 파도에 나의 일상을 그리고 꿈을 싣어 보고 싶다. 다가오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그 위를 올라타서 내 몸을 맡기려면 적절한 타이밍에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서핑보드 위에 올라가서 즐기기 위해서는 균형감각도 필요하다. 부지런히 나를 들여다 보면서 너덜너덜해진 나의 내면에 생기를 집어넣자. 그리고 나의 균형감을 잡아줄 spiritual muscle도 길러야지.


위기가 기회가 된 지금. 금쪽 같은 이 시간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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