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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디아 Oct 04. 2021

청년수당 받는 엄마, 청년엄마

화양연화 그리고 Young Forever.


 올해 만 34.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다.


지인이 청년수당 신청 마감 내일까지라며 신청해보라며 연락이 왔다. 청년수당? 그런것도 있어? 청년이란 이유만으로 나라에서 돈을 준단말이야?



내가 청년수당 지급 대상이라니,
나 ... 청년이었어?




 둘째 낳고 배는 나오고 점점 거북목에 등살까지 쪄가지고 상당히 두툼해저버린 내 몸은 고무줄바지와 남편의 티셔츠가 더 편해졌을 정도로 자기관리는 동떨어져있고, 청년 하면 떠오르는 미래와 꿈이란 단어는 이젠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무언가 같았다.


 ‘ 청년 ‘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평생 내 것일 것 같던 이 두 글자는 결혼 이 후 두 딸을 키우면서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만 34세 까지 신청할 수 있는 청년수당.

 “이제 곧 너의 청년기는 끝이야, 청년은 올해가 마지막이니까 얼렁 신청해!” 하며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또 한편으로는 “나이는 숫자일 뿐! 너 아직도 청년이야! 잊지마!” 하고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했다.


사실 처음엔 내가 이 청년수당을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청년으로서 이 수당을 받고 국가와 사회에 뭔가 이바지 해야만 할 것 같은데, 내가 도둑놈 심보로 나이를 빌미로 국가 예산을 가로채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어떻게 보면 나 자신을 사회와 동떨어져 살며, 생산성없는 존재로 스스로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나를 청년이라 인정해 준 것 같아 기분이 좋은 양가감정이 들었다.


 여튼 뜻하지 않은 기회에 살짝 희망회로를 돌려보며 청년수당을 신청했는데 덜컥 통과가 되어서 6개월간 청년수당이란 것을 받게 되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돈을 투자해서  나의 자기계발에 사용한다는 것은 사치로 여겼는데 이렇게 나라에서 자기계발하라고 장려해주시니 송구할따름이다.


지인은 청년수당으로 문화센터에서 플라워 레슨을 받을 계획인데 나보고 뭐할거냐고 물어봤다. 이왕 할거 내가 진짜 하고싶었던 걸 해야지 하고 돈만 입금 되봐라 하면서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다 아무것도 못하고 3주를 보냈다. 참고로 난 게으른 완벽주의자형이다. 뭔가 시작하기도 어렵고 마무리하는 것도 힘든. 그런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데드라인, 마감시간이다. 지급된 수당은 한달 뒤로 이월되지 않는다는 규칙 덕분에 한 달이란 유효기간을 두고 고민 후,  ‘그림책 심리 지도사’ 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청년수당 감사합니다.


 작년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의 유리 맨탈에 쫙쫙 금이가기 시작했었다. 울산에서 서울로 다시 돌아오면서 계획한 나의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그림책 테라피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7주간의 그림책 테라피 온라인 모임을 통해 이너피스를 점차 회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또 심리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도 그림책으로 사람들과 마음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



하고싶은거 다할거다.

배우고 싶은거 다 배울거고.

속도는 느릴지라도, 결국은 이뤄낼거다. (급발진)



오늘의 나로 영원하고파
영원히 소년이고 싶어 나

ah!!!

Forever we are young
나리는 꽃잎 비 사이로
헤매어 달리네 이 미로

Forever we are young
넘어져 다치고 아파도
끝없이 달리네 꿈을 향해


                      - 방탄소년단 ‘Young Forever’ 중...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앨범 수록곡인 ‘Young Forever’는 언제들어도 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곡이다. 주민등본상의 나이는 계속 늘어나는데 내 마음속, 내 기억속의 나는 아직 20대에 멈춰서있었다. 그래서 가끔 현실과 나의 이상의 괴리속에서 갈피를 못잡을때가 있었다. 20대의 나를 놓지 못하고, 보내지 못한채 30대가 되어서도 질질 끌고 다니고 있었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라고 생각했던 그 시절이 오히려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도록 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특히  “!!” 하고 제이홉이 외치는 부분은 언제 들어도 소름이다. 예전에는 화양연화가 다시 오지 못할 순간이라 여겨져 마음이 슬프고 아련했는데, 화양연화의 끝은  다른 화양연화의 시작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방탄소년단 노래를 들으니 남편이 무슨 욘사마 쫒아다니는 아줌마냐고 그래서 충격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 나 아줌마 맞긴 맞지, 그런데 나 아직 30대라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 청년수당 받는 청년이라고.

 

 남편에게 방탄소년단 아미 할거라고 하니까 나더러 너는 아미가 아니고 애미라고 했다. 그래 애미든 할미든 뭐가 됬던 좋아 그래도 아미할래. 뭐든 내가 행복한거, 내가 하고 싶은거 다 할거야. 오늘이 앞으로 남은 내 삶 중 가장 젊은 날이잖아? 지금이 내 화양연화고 지금이 내 청춘이야.


엄마라는 틀에 나를 가두는 사람들의 생각속에 갇히지 않고, 나 스스로도 나 자신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나의 우주를 아름답게 가꾸길...


한 발짝 나아가게 해준 청년수당에 진심으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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