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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디아 Sep 01. 2022

키링이 뭐길래!

초1 키링 분실사건의 전말

 


 첫째가 교회 이모 삼촌들에게 입학선물로 가방을 선물 받았는데, 가방에는 어른인 내가 봐도 예쁜 반짝반짝 블링블링한 키링이 사은품으로 달려있었다. 그런데 그 키링이 학교에서 온데간데 사라져버렸다. 아이가 담임 선생님께 말씀 드렸더니 엄마한테 새로 사달라고 했단다. 뭐 이런 … 대기업에서 사은품으로 만들어 준 키링을 어디서 살 수 있을지 퍽 난감했다. 


 이리저리 인터넷에 비슷한 키링을 찾아보았다. 예쁜건 돈 아깝게 너무 비싸고 저렴한건… 내가 만드는게 저거보단 낫겠다 싶은 것들이었다. 그래서 결국 첫째를 데리고 동대문 종합상가로 갔다. 속상한 마음이 풀리길 바라면서 첫째가 제일 좋아하는 티니핑 캐릭터로 키링을 만들기 위해 발품을 팔아 부자재를 샀다. 사실 의심이 가는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첫 학기부터 친구를 의심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잃어버린 셈 치고 더 좋고 예쁜 키링을 사서 주자 하는 생각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열심히 키링을 만들어주었다. 동생 섭하면 안되니까 동생것까지~ 






 나름 비슷한 구성으로 좋아하는 캐릭터까지 추가해서 만들었으니 기분이 나아졌겠지? 했으나 … 그 날 밤 지안이는 통탄에 빠졌다. “키링이 주인을 잃어 슬플거야” 부터 시작해서 “이모 삼촌이 사준건데~ 내 키링~”하며 눈물을 쏙 빼며 속상해했다. 나도 영 마음이 쓰이는 밤이었다. 


 그러고 다음 날. 첫째 옆자리 친구가 첫째의 키링을 가지고 학교에 온 것이다. 자기도 샀다고 말하며 이름 스티커를 야무지개 붙여서. 책가방 브랜드 회사명이 스트랩에 박혀있는 시중에 팔지 않는 사은품 키링이기에 거짓말이 분명했다. 첫째 마음이 어땠을까. 



 이 이야기를 듣고는 그냥 넘어 갈 수 없어서 담임 선생님께 말씀 드렸고 아이 학부모에게도 전달되었다. 다행히 아이는 사실대로 이야기해주었고 아이 어머님이 전화로 사과하셨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 이야기를 나누고,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돌려받기로 하고 일단락이 났다. 


 

 월요일에 하교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첫째가 반 친구들에게 키링을 만들어서 선물해주기로 약속했다며 다시 동대문을 가자고 했다.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그러자고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키링을 돌려 받은 이야기를 나눴다. 키링을 가져갔던 친구가 돌려주면서 머리핀 선물을 해주었다고하면서 가방에서 머리핀을 꺼내들어 보여주고는 돌려 받은 키링을 찾는데...


없다. 

또 키링이 없어졌다. 



 분명히 가방에 넣었는데 없어졌다고 한다. 길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나도 당황스러웠다. 오늘 돌려 받은 키링이 어디갔나 도대체. 이게 발이라도 달렸나? 학교 교실로 돌아가 온 구석구석을 다 찾아보았지만 키링은 없었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며 당황해하셨다. 다음 날 아이들에게 물어보겠다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그래, 누군지 캐묻지말자. 생각했다. 가져간 아이가 안나타나면 키링에 발이 달렸다 생각하자며 첫째에게 이야기하고 대신 동대문에 다시 가서 재료를 사와서 예쁜 목걸이와 반지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집에 잠시 들렸다가 동대문종합시장으로 다시 가서 발품을 팔아 또 부자재들을 사왔다. 발이 터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첫째가 기뻐하길 바랄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다 재우고 친구들에게 선물할 키링을 만들었다. (받는 친구 중엔 처음 키링을 가져간 친구도 있었다. 마음 예쁜 첫째 ..) 선물을 나눠주면서 친구들과 관계형성이 잘 되길 바라면서 열심히 만들었다. 



첫째 반 친구들을 위해 만든 캐치티니핑 키링



 그러고 이틀 뒤 또 충격. 다른 친구가 첫째의 잃어버린 키링을 또 들고 나타난 것이다. 자기도 샀다고 하면서 이건 뭐 … 데자뷰인가. 똑같은 일이 두번 일어났다. 지안이는 분명 자기것이란 걸 알았지만 이번에도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그 마음이 어땠을까. 게다가 그 친구는 그 전날 지안이에게 키링 선물을 받은 친구였다는 사실에 엄마인 내가 더 화가나고 속상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짜증났다. 양심도 없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이제 8살인 아이에게 양심찾아서 뭐하겠나. 


 그리고 한 편으로는 얼마전 넷플릭스에서 정주행한 소년심판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났다. 드라마에서는 결국 어린시절 나쁜 행동에 대한 책임에 대해 어른들에게 제대로 가르침받지 못해 커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마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첫째 반 친구들이 그렇게 될거라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는 생각이었다. 이게 그냥 어리니까 하고 넘어가서는 안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아닌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는 것도 어른의 책임이니까. 나도 이런 일로 선생님을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담임선생님께 연락 드렸다. 


 그리고 다음 날 결국 키링을 돌려받았다. 담임 선생님께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음엔 부인을 하더랬다. 엄마아빠가 사주셨다고 거짓말하는 아이는 결국 선생님의 심리전 끝에 고백을 했고, 선생님 손으로 키링을 전달 받을 수 있었다. 


 하굣길에 첫째가 키링을 손에 꼭 쥐고는 뽀뽀하고 난리가 났다. 첫째가 정말 좋아하는 이모 삼촌들이 사준 소중한 선물이었기에 그동안 더 마음 고생했을 생각에 안타까웠다. 집에 가기 전 카페에 들려 맛있는 초코라떼를 사주며 그동안 마음 고생했다고 토닥여주었다. 친구들이 네가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고, 키링이 너무 예뻐서 그런 것이라고. 하지만 그 행동이 잘 한 행동은 아니라고 하나하나 이야기해주었다. 



 이렇게 키링 사건이 일단락 났다. 이 일들을 겪으면서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첫째 걱정이 많이 되었다. 안그래도 친구에게 마음을 열기 어려운 성향인데, 친구를 신뢰하기 어려워 교우관계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 하지만 이제 걱정은 그만하고 기도하며 응원하고 믿으려고 한다. 


 그리고 덕분이라고 해야하나. 집에는 비즈공예 도구가 하나 둘 늘었고 목걸이 하나 쯤은 뚝딱 만들게 되었다. 남편은 도매상도 뚫었으니 부업을 해보라고 하는데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뜻밖의 재능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아무쪼록 우리 첫째의 8살이 반짝 반짝 빛나길 바란다. 

너의 8살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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