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장에서 일보다 어려운 게 사람 관계더라
한 명은 스마트하고 한 명은 클래버하다. 하나는 똑똑하고 다른 하나는 영리하다. 똑똑함과 영리함의 차이는 무얼까. 그 둘을 컴퓨터로 비교하자면 둘 다 타고난 CPU가 남달라 잘 돌아간다. 하나는 CPU의 성능에 최근 사양이라(더 어린 친구다) 속도가 남다르다. 그러나 다른 하나의 것은 타고난 CPU는 물론이요, 문제 해결점으로의 최단노선을 탐색할 줄 아는 로직이 탑재되어 있달까. 그녀가 클래버다.
나는 그 둘 앞에서 나의 결점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재능 있는 선배를 기대한 그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 편이 내가 그들을 대하는 태도의 답임을 스스로 깨달았다. 그 둘의 능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 시샘 혹은 그들보다 나아 보이는 것처럼 꾸미지 말 것. 잘할 자신이 없다면 최소한 나 자신을 못나게 만들지는 말자는 노선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존중하고 내 아랫사람이라기보다 같은 직급의 동료로서 예의를 차리려 한다.
이것이 6개월 전에 썼던 글이다. 지금은…
모든 것에는 낮과 밤, 음과 양, 장점과 단점이 있는 법인지도 모른다.
남들보다 스마트하면 세상은 쉬이 지겨워진다. 남들보다 빨리 깨우치니까 금세 흥미를 잃는다.
스마트함에 클래버까지 더해져서일까.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곳에 허를 찌르는 만큼 더 유머러스하고 그만큼 냉소적이었다.
그 둘과 지내며 나는 결국 나의 한계를 또 한 번 깨달았다. 편한 사람과 친해지려 한다는 치명적인 결점. 클래버한 친구 하나가 다른 곳으로 갔다. 나와 그는 셋밖에 안 되는 몇 안 되는 팀 사람이면서도 남보다 안 친했다. 아니 그보다 살가운 스마트한 친구와 너무도 친해져 버려 그녀의 자리를 좁게 만든 거인 지도 모른다. 우리는 비즈니스 파트너 정도 밖에 안 되는 냉랭한 사이를 유지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의 그런 모습은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걔 원래 성격이야. 모두에게 그래. 국장님이나 부장님한테도.”라는 만민 평등하게 대하는 일반적인 행동이었지만, 나는 그녀를 감싸지 못한 것 같아 자꾸만 마음에 밟혔다. 어쩌면 그렇게 하려고 한 것이 나의 이기심인 거고, 그녀에게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내심 신경 쓰였던 걸 지도 모른다. 상급자로서의 책임감과 어줍지 않은 자격지심이 뒤섞였는지도.
아쉽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시점에는 아쉬운 점 투성이다. 이것도 지난 후 저 멀리서 한참있다 내려다보면 반짝반짝 빛났던 한순간으로 보이려나. 새로운 배움이 있는 곳으로 향한 그녀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본다. 한끗있는친구니까 그곳에서 지하고 싶은 거 마음껏 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