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하게 올라오는 새하얀 거품이 인생에 파도처럼 밀려들길.
가볍게 마시기 좋은 술이라 그런지 맥주 좋아한다고 하면 싱거운 사람 된 것 같다.
뭔가 진심으로 좋아하는데 진 것 같은 기분이랄까.
‘맥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어?’라고 말한다면 다시 한번 질문.
<운이 좋게도 해외 출장을 비즈니스석으로 탔습니다. 귀빈 대접받으며 식사를 기다립니다. 아리따운 승무원이 내게 묻습니다. “손님, 식사와 함께 가벼운 음료 준비해드릴게요.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샴페인, 칵테일, 맥주 있습니다. 어떤 걸로 드릴까요?>
일반적인 정답은 칵테일입니다. 승무원피셜 비즈니스석에는 좋은 칵테일을 구비하고 있으며 가성비 그것이 가장 굿 초이스라는 것.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맥주는 어떤 것이 있나요?”라고 질문한다면 당신은 맥주 애호가. 나야나.
다른 상황 하나 더.
삼겹살을 먹으러 가게에 들어갑니다. 친구는 소주를 먹겠다네요. “이모~ 여기 소주 하나랑 맥주 하나 주세요~” 백이면 백 날아오는 질문은 이것이죠. “소주는 뭘로 줄까요? 참이슬? 처음처럼?” “참이슬후레쉬요” “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맥주’는 ‘그냥 맥주 아무거나’가 됩니다. 굳이 묻고 따져봐야 '카스 or하이트 <-그 밥에 그 나물.. (OB 골든라거 성애자는 고깃집 가면 슬퍼요. 왜 가게에는 많이 안 들어가는 거죠..)'이 되죠. 이 상황에 아이러니를 느꼈던 당신이라면 맥주 애호가 인정. 나야나.
그 어디서건 내 손에는 맥주가 있었고, 맥주와 함께 한 시간이 나빴던 적은 없었다. 그 나라를 떠올렸을 때 아스라이 그 나라의 맥주가 생각나고, 무엇과 먹던 의 상할 일이 없는 맥주여서 더 좋았다. 대중적이고, 친근하고, 배부르게 스윽 올라오는 포만감 또한 좋다.
함께라면 “짠~”을 외치며 겸연쩍게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게 만드는 그 순간도 좋고, 바닷가에서 살얼음 올라와서 마실 때 머리까지 띵해지는 차가운 맥주도 좋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맥주의 성지에 가고 싶다!! 독일 옥토버페스트!!!!’라는 용솟음치는 활력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어찌하면 되겠다, 싶어 표를 끊었다. 뮌헨 고고.
그렇습니다. 곧 뮌헨에 갑니다. 맥주’s 헤븐. 옥토버 페스트에 드디어 14년 맥주 외길인생을 걷다가 드디어 그곳으로 성지순례를 떠납니다. 최종 목적지는 그곳이지만, 싼 표를 구한덕에 방콕 경유를 12시간 해야 되고, 늦게 가는 터라 옥토버 페스트 끝나고도 남아도는 일정에는 빈과 프라하를 갑니다. 맥주와 함께라면 이곳저곳 아니 흥미로운 곳이 없다.
이래저래 해서 결국 <비어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내 돈 주고 가본 곳 중에서 진짜 여기 꼭 와서 마셔봐야 된다, 는 곳을 골라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
맥주가 맛있거나, 안주가 맛있거나, 분위기가 맛있거나. 셋 중에 하나는 만족시켜 줄 곳을 찾으러 갑니다. 비어로드, 커밍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