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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로드 00. 맥주와 함께 하는 실크로드

풍성하게 올라오는 새하얀 거품이 인생에 파도처럼 밀려들길.

by 피스타치오 재이


“당신의 주류가 뭔가요?”에 대한 대답으로

1. 소주는 진지한 대화를 좋아하는 주당의 느낌이 있고,

2. 와인은 로맨틱하고 고급스러운 사람이라는 느낌이 있고,

3. 칵테일은 술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술자리에 흥이 있는 사람 같고,

4. 보드카는 독주에 능하거나, 파티 피플이거나

5. 맥주는…? 조금 가벼워 보인다고나 할까.

가볍게 마시기 좋은 술이라 그런지 맥주 좋아한다고 하면 싱거운 사람 된 것 같다.

뭔가 진심으로 좋아하는데 진 것 같은 기분이랄까.


‘맥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어?’라고 말한다면 다시 한번 질문.

<운이 좋게도 해외 출장을 비즈니스석으로 탔습니다. 귀빈 대접받으며 식사를 기다립니다. 아리따운 승무원이 내게 묻습니다. “손님, 식사와 함께 가벼운 음료 준비해드릴게요.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샴페인, 칵테일, 맥주 있습니다. 어떤 걸로 드릴까요?>

일반적인 정답은 칵테일입니다. 승무원피셜 비즈니스석에는 좋은 칵테일을 구비하고 있으며 가성비 그것이 가장 굿 초이스라는 것.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맥주는 어떤 것이 있나요?”라고 질문한다면 당신은 맥주 애호가. 나야나.


다른 상황 하나 더.

삼겹살을 먹으러 가게에 들어갑니다. 친구는 소주를 먹겠다네요. “이모~ 여기 소주 하나랑 맥주 하나 주세요~” 백이면 백 날아오는 질문은 이것이죠. “소주는 뭘로 줄까요? 참이슬? 처음처럼?” “참이슬후레쉬요” “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맥주’는 ‘그냥 맥주 아무거나’가 됩니다. 굳이 묻고 따져봐야 '카스 or하이트 <-그 밥에 그 나물.. (OB 골든라거 성애자는 고깃집 가면 슬퍼요. 왜 가게에는 많이 안 들어가는 거죠..)'이 되죠. 이 상황에 아이러니를 느꼈던 당신이라면 맥주 애호가 인정. 나야나.

그 어디서건 내 손에는 맥주가 있었고, 맥주와 함께 한 시간이 나빴던 적은 없었다. 그 나라를 떠올렸을 때 아스라이 그 나라의 맥주가 생각나고, 무엇과 먹던 의 상할 일이 없는 맥주여서 더 좋았다. 대중적이고, 친근하고, 배부르게 스윽 올라오는 포만감 또한 좋다.

함께라면 “짠~”을 외치며 겸연쩍게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게 만드는 그 순간도 좋고, 바닷가에서 살얼음 올라와서 마실 때 머리까지 띵해지는 차가운 맥주도 좋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맥주의 성지에 가고 싶다!! 독일 옥토버페스트!!!!’라는 용솟음치는 활력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어찌하면 되겠다, 싶어 표를 끊었다. 뮌헨 고고.

그렇습니다. 곧 뮌헨에 갑니다. 맥주’s 헤븐. 옥토버 페스트에 드디어 14년 맥주 외길인생을 걷다가 드디어 그곳으로 성지순례를 떠납니다. 최종 목적지는 그곳이지만, 싼 표를 구한덕에 방콕 경유를 12시간 해야 되고, 늦게 가는 터라 옥토버 페스트 끝나고도 남아도는 일정에는 빈과 프라하를 갑니다. 맥주와 함께라면 이곳저곳 아니 흥미로운 곳이 없다.

이래저래 해서 결국 <비어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내 돈 주고 가본 곳 중에서 진짜 여기 꼭 와서 마셔봐야 된다, 는 곳을 골라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

맥주가 맛있거나, 안주가 맛있거나, 분위기가 맛있거나. 셋 중에 하나는 만족시켜 줄 곳을 찾으러 갑니다. 비어로드, 커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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