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깨우침
올해 초에 심은 깨씨 서너 알
땅힘 먹고 자라서
깨주머니 주룩 단 나무가 되어
알짜는 다시 씨앗으로 돌아가고
몸체는 순간 불길에 훨훨 타올라
한 줌 재 되어
지나가는 바람 한 길에 슬며시 날아가 버리는
아!
이 얼마나 스스럼없이
제 길 가는 삶입니까
여든이 넘은 친정 엄마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텃밭을 하시며 깨를 털고 깻짚을 태우셨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일이 있을 때는 함께 하기도 했다. 깨는 자신의 몸을 불태우면서 저리도 자연스럽구나. 우리도 저 깨와 다름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삶이란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된 것이요 죽음이란 보이던 것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이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결국 우리네 삶과 죽음은 보이고 보이지 않고를 달리할 뿐 결국 본질적인 것은 변함없다는 뜻이다. 깨씨는 다시 땅으로 돌아가 자연으로 살아가지만 깻짚은 그대로 불태워져 바람 한 길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 그 삶과 죽음이 결국 하나라는 것을 깻짚을 태우며 깨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