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의 아침

자연 속에서 크는 아이

by 고요의 향기

앞산이 눈을 비벼

막 기지개를 켜고

안개 사이로 빼꼼히 얼굴 내밀 때쯤

아홉 살 꼬마는 앞마당을 돈다


자두가 얼마나 익었나,

고추가 하나쯤 달렸나,

이 새벽 벌레들은 뭘 하나

두 눈 반짝이며 지켜보다가


손가락 한 마디만 한 딸기 몇 알

하나, 두울, 세엣 헤아리며

손바닥에 올려놓고

엄마, 아빠, 형, 동생을 그리고


그러다 벌레 먹은 딸기 보면

이건 벌레 것,

배고픈 애벌레에게

물어다 주는 엄마벌레를 떠올리며


제 세상을 돌보는

아홉 살 꼬마의 분주한 발자국 소리

자박자박

지구를 깨운다



벌써 십여년 이상 된 일이다. 그 때는 그저 일상의 잔잔한 기쁨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훌쩍 커서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읽어 보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 때 그랬구나. 아주 오랜 기억 속에 잠자고 있을 추억들이 깨어나는 듯 하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아이에게 아주 오래 전 이런 일들이 스스로를 채워줄 거라고 생각하니 든든하다. 사실은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더 채워지는 것이리라. 엄마에게 아이를 바라보는 기쁨은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선물이니까. 본래의 엄마인 자연 속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 아이를 떠올리며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보는 행복한 아침이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