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 네가 왔다 갔지.
네 생일에 보고 3주 만에 보는데도 왜 그리 반갑던지.
다 커도 자식이란 이리 그리운 사람인 걸까?
봐도 보고 싶고, 또 보고 싶더라.
토요일 오전에 일찍 와준 네가 정말 고마웠어.
피곤했을 텐데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와줬구나.
언제 올 건지 조율하던 중에 네 약속을 피해 집에 올 시간을 잡게 되면서 네가 미안했구나 싶었지.
스팸 김치찌개, 계란찜, 샐러드, 김, 김치, 현미밥으로 점심을 준비하면서 설레더라.
우리 딸과 먹는 정말 오랜만의 집밥이구나 싶어서.
특별할 것 없는 늘 먹던 반찬을 정갈하게 준비하게 되더라.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에 또 한 번 기뻤고.
눈 아래 다크서클을 보고, 잠시 잠시 스쳐가는 지친 표정을 보고,
네가 요즘 얼마나 힘든지, 지쳤는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겠더라.
<커피 내리는 부부>에서 너와 오빠, 엄마가 함께 차를 마시며 나눈 이야기는 시시껄렁했지만,
내 마음은 너의 지치고 힘든 마음을 계속 부여잡고 있었어.
벅찰 정도로 많은 공부량을 이야기하며 "재밌다, 재밌다, 정말 재밌다, 또 하고 싶다"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고 했을 때,
안쓰럽고, 애처롭고, 마음이 아팠단다.
도와주고 싶은데 도울 방법이 없더라.
내가 재벌 아니 어느 정도라도 능력이 있으면
"그깟 공부 힘들면 당장 그만두고 집으로 와!" 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카페를 차려주며 "돈 걱정은 마라!" 하면 어떨까?
잠시 망상도 해 보고.
그러나 그럴 수 없고.
만약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너를 돕는 건지 모르겠다.
네가 힘들어하는 걸 내가 보기 힘들어 못견뎌하는 것일 뿐.
결국,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짐을 지고 가야 하거든.
네가 좋아하는 근력운동에서 무게로 힘들지만, 그 무게 때문에 근육이 강해지는 것처럼
지금 너를 무겁게 하는 그 짐이 너를 성장시키는 열쇠가 되니까.
딸, 네게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내게 우리 엄마는 그립고, 가슴 아프고, 때로는 답답했고, 그럼에도 멋졌던 사람인데 말이야.
내가 우리 엄마에게 한 가지 감정이 아니듯, 너 또한 그렇지 않을까?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내게 너는 딱 한 가지야, 보고 싶은 사람.
우리 엄마가 내게 그랬듯이.
어떤 모습이어도, 어떤 행동을 해도, 보고 싶고 함께 나눌 시간이 기대되고.
내게 너는 그런 사람이야.
환절기에 건강조심하고. 또 마음 전할게.
2024. 5. 6 새벽에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