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안의 기록

어디서 왔을까

by 피스오마인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늘 불안함과 함께 했다.

가장 처음 문제가 있다고 깨달았을 때는 내가 중3이었을 때.


그땐 일상이던 매일 밤 술에 취한 엄마와 하던 말다툼. 그저 매일매일 살아내는 것이 버거웠던 그날들, 어느 날 엄마에게 또 상처가 되는 말을 들었고, 나는 갑자기 숨을 쉴 수 없었다.

숨을 너무 가쁘게 들이쉬는 나머지 오히려 나에게 필요한 산소를 보충해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처음 겪어보는 일에 당황했고, 당황한 상태로 그저 할 수 있는 건 꾸준히 가쁘게 숨을 들이쉬고 몰아 내쉬는 것이었다. 이런 나를 보고 엄마는 그저 이모에게 쟤 비닐봉지 하나 챙겨주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비닐봉지를 입에 대고 숨을 쉬다 보니 괜찮아졌던 것 같다.

엄마는 나에게 다음날 말해줬다. '너 그거 과호흡이야'라고.


이게 나의 가장 첫 번째 불안에 관한 기억이다. 그때는 그저 과호흡이구나라고만 생각했지 이게 불안에 의해서 발생한 일인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당연하지, 그때는 지금만큼 정신적인 질병에 대해 보편적인 지식이 있을 때가 아니니까.


그 이후로는 그냥 당연했던 것 같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도 자신이 스트레스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이게 나의 방어기제인 걸까? 스스로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상 행동으로 나타나고는 한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뭔가 지금이야 알지만 그때는 몰랐던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은 시점에 늘 과호흡이 따라오곤 했다.

입시 학원에서 모두가 내 말을 못 들은 척했을 때, 학교 제작 수업에서 계획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었고 교수님은 그런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아 아침부터 밤까지 마이크에 대고 내 이름을 수십 번 외치고 그 수업이 끝난 직후에.


이게 불안장애의 일종이고 또 공황발작이라는 건 처음 과호흡을 경험하고 10년도 더 지난 시점에 정신과를 가보고서야 알았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나는 불안함이 큰 사람이구나.


나의 병명과 증세를 알고 나서는 계속 고찰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어떨 때 공황 발작이 오는지. 그리고 그 고민의 끝에서 찾은 답은, 내가 버림받았다고 느낄 때, 내지는 내가 필요 없다고 느껴질 때였다.


항상 생각해 보면 나는 내가 아껴지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본능적으로 안 거겠지, 반대의 상황이 나에게는 너무 괴로우니까. 물론 안 그런 사람이 어딨겠냐만은 정말 너무 사랑이 받고 싶었고 또 지금도 받고 싶다.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 사랑받고 싶다.


근데 세상이 어떻게 내 맘대로만 되겠어, 사랑받은 적도 있고 또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정말 턱 없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걸까, 항상 갈망하고 있다. 그냥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그건 너무 희생적이야,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되뇌며 스스로에게 절망을 주기도 하며.


그래도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다. 왜냐면 매일 이를 악물고 모르는 척하던 이 불안함의 근원을 찾았으니까, 마주 보고 있으니까. 원인을 알면 이겨내는 방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늘도 힘내며 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