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기록

어떻게 나타나는가

by 피스오마인드

저번 글에서 썼듯이 나는 내 동반자인 불안을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인지했다. 내가 우울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방문한 정신과에서 나의 우울지수와 불안지수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내가 왜 정신과를 가기로 마음을 먹었을까?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는 정말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상행동으로 나타나는데 그때 정말 온갖 이상 행동들을 만났었다.



혼자 집에서 술을 정말 진탕 마시고 새벽에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나 정말 살고 싶지 않다고 울부짖었고, 또 다른 날은 술을 진탕 마시고 잠에서 깨어보니 손목에 어느 순간에는 선명했을, 선혈이었을 자국을 발견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를 하고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그런데 결국 며칠 뒤에 술도 마시지 않고 나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던 나를 만났다.

그즈음에는 항상 음악을 만들겠다며 가사와 멜로디를 끄적이던 날들이었는데 가사를 하나 써서 친구한테 보여주었다. 근데 친구가 읽고 바로 전화를 걸어 너 무슨 일 있냐, 왜 그러냐, 힘들면 나한테 말을 하라고 해줬다. 친구의 걱정의 말을 듣고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가사가 정말 삶에 마지막에서 쓴 세상에 남기는 말 같더라.


근데 사실 위에 나열한 일들은 우울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불안함이 신체적으로 표출되던 증상들은 또 따로 있었다.


저 모든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갑자기 숨이 턱 막혀오는 경험을 했다.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고 숨을 쉴 수 없고 숨을 쉬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산소가 부족해지고, 손에 감각이 없어져 나에게 내미는 손길을 잡지 못하고, 사람의 눈을 바라볼 수 없어 나를 걱정해 주는 따뜻한 눈빛들과 조우하지 못하고, 말을 할 수가 없어 나는 괜찮다고 그냥 잠시 시간을 달라고 나에게 경청하는 사람들에게 전하지 못하고, 그냥 차라리 쓰러지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저 할 수 있는 건 밖으로 나가 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쉬어보던 그런 경험.


흔히들 공황장애라고 하면 죽을 것 같다는 공포감을 느낀다는데 나는 사실 잘 공감하지 못하겠다, 나에게는 죽을 것 같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이상 증세가 더욱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게 죽음에 대한 공포일 수도 있으려나?


나는 그냥 매번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내가 괜찮아지기를 바라며 10분 같은 1분들을 수 없이 겪어냈다. 하늘을 쳐다보고 눈 한번 깜빡이고 숨 한번 들이마시고 다음엔 한번 내쉬고, 그렇게 정말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 공황의 순간이 지나가면 여지없이 온몸에 힘이 쭉 빠져 스스로가 미역 줄기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흐물텅 흐물텅 걸어보다가도 그마저도 힘들어 어딘가에 주저앉으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정말 체감이 되었다. 이 공황을 하도 반복하다 보니 나중에는 '아, 곧 오겠구나' 싶은 느낌이 들어 심해지기 전에 비상용으로 받은 약을 입에 털어 넣고 냅다 밖으로 뛰어 나가는 나를 보면서.




우울증 자체는 약도 열심히 챙겨 먹고 상담도 열심히 받아서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근데 불안은 아무래도 정말 동반자가 맞는지 마음의 면역력이 떨어질 때마다 찾아오는 것 같다. 다만 그 정도가 조금 다르게.


요즘에는 살갗이 아린 증상이 추가되었다, 숨을 못 쉬진 않고 숨을 쉬기가 조금 힘들고 손 감각이 예민해지고 또 손에 땀이 정말 얼마나 나는지, 원래도 다한증이 있어 땀이 나는 건 익숙하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나는 건 또 새롭다. 하지만 공통적인 건 있지, 온몸에 힘이 쫙 빠지는 것.


보통 증상이 나타날 때는 내가 누군가에게 거절당했다고 느낄 때 혹은 내가 필요 없는 존재라고 느낄 때인데 요새는 또 모르겠다. 오늘만 하더라도 그냥 어느 순간 '어? 나 이상하네?' 하고 보니 작은 공황 증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뭐 근데 정확한 트리거를 알아채더라도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냥 살다 보면 특정 상황을 무조건 피할 수도 없을 거고. 근데 죽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또 잠시 괴롭더라도 지나가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거면 되지 않을까?

공황이 온다고 더 당황하지 말고 그냥 잠시 시간 지나가는 걸 기다리고 있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고, 또 알고 있으니까 그냥 그렇게 살아보려고 한다. 왜냐면 언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에 대해서 미리 겁먹고 불안해하고 있으면 인생을 즐기기 조금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그냥 마음 편하게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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