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병력조사/주의력검사까지 상세히 기술
<목차>
0. 이종일 정신과 방문
1. 설문지/검사지 체크
2. 병력조사, 성장배경 면담
3. CAT 주의력 검사
4. ADHD 및 공존질환 진단
5. ADHD 약 처방
ADHD 권위자 이종일 선생님 만나다
2024년 5월 처음으로
이종일 정신과에 방문했다.
생로병사의 비밀에도 나온 선생님이라
진단과 치료과정이 무척이 궁금했다.
대기시간/설문지시간/면담시간/
주의력검사 시간까지 3시간 정도
걸릴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예약할 때 이미 알고 온 터라
시간을 미리 넉넉하게 잡고 왔다.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이라
낮에 3시간씩 집을 비우면
집안이 난장판이 된다.
다행스럽게 이날은 장모님께서
집에 오셔서 육아를 도와주셨다.
내가 ADHD 진단을 정말 받게 되는 걸까?
나는 ADHD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결혼 전에는 집에서 밥 해주고 빨래 해주고
청소도 해주기에 집에서 몸만 빠져나와도(?)
일상을 사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다시 말해 나만 챙겨도,
어머니에게 쿠사리(?) 조금 듣는 거 외에
힘들 게 없었다.
하지만 가정이 생기고 나서
모든 집안일과 일상의 문제들을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이때 아내와 일상에서 부딪히는 너무 많았고
나는 항상 혼났고 아내의 원망/골칫거리가 되었다.
반복되는 집안일 실수와 멍 때리기로 인해
내가 ADHD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됐다.
특히 집안일을 하다가 머리가 멍해지면서
길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밥 먹다가 국자를 가지러 가는데,
갑자기 국자 가져오는 걸 깜빡하고
주스를 가져와서 마시는 등의
행동을 자주 했다.
주위 사람들이 힘든 ADHD 특성
ADHD 환자와 같이 사는 사람은
정말 죽을 맛이라고 한다.
어떤 정신과 유튜브에서 보았는데,
ADHD는 주위 사람들에게
평생 미안하면서 살라고 한다.
왜냐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많이 주기 때문이다.
정작 자신은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지 모른다.
내가 딱 그랬다.
그래서 아내에게 지금도
고생했다고 사과하면서 살고 있다.
또한 주위 사람들이 잘 도와주어야
치료할 수 있는 게 ADHD라고 한다.
ADHD 진단과정 Preview.
1.검사지/설문지 작성
1) STAI(불안상태 - 특성) 설문
2) ASRV1.1 확장판 척도
3) BDI Beck 우울척도
4) K-SAD 사회적 회피 및 불안척도
5) HCL-32 경조증(Hypomania) 자가평가 도구
설문지가 좀 많은 편이다.
모두 하는 데에 20분 정도 걸렸다.
2. 병력조사
1) 유년시절과 성장과정에 대해 얘기하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상담한다.
2) 필자의 경우 그간 겪었던 어렵고
힘든 점들을 모두 적고 이를
프린트해서 가져갔다. (2페이지 분량)
3) 이종일 선생님께서 적어온 것을
한번 읽어보라고 하셨고,
읽자마자 ADHD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다.
3. 주의력 검사 (CAT 검사 - 10만원)
1) 40분 가량 컴퓨터로 간단한
기억력과 주의력을 살피는 검사를 한다.
스페이스바로 뭔가 보일 때 누르거나
마우스로 도형들을 순서대로 클릭하는 등의
게임으로 구성된다.
2) 나의 경우 이 검사를 할 때,
너무 졸리고 힘들었다.
단순 작업인데도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지루하고 졸리고 힘든 시간이였다.
검사 결과가 안좋아서 창피한 상황을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겨우겨우 했다.
나의 설문지를 공개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지금 설문지를 작성한다면 상당히 나아졌을 것이다.)
이 설문지를 통해 다른 ADHD 환자 혹은
ADHD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STAI(불안상태 - 특성) 설문
2) ASRV1.1 확장판 척도
3) BDI Beck 우울척도
4) K-SAD 사회적 회피 및 불안척도
5) HCL-32 경조증(Hypomania) 자가평가 도구
나의 병력을 공개하는 것이
좀 조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내 병력들이 누군가에게
ADHD를 찾을 단서가 된다면
이 또한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30살이 넘어 발견했는데,
ADHD가 있는데 못찾으신 분들은
더 빨리 찾아서 치료받고
광명 찾길 바란다.
나도 이제야 ADHD를 찾고
치료받아서 다행이긴 한데
더 빨리 찾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접 적은 ADHD 의심 행동 및 성장배경 등
주요 사항만 다시 적어보겠다.
<ADHD 의심행동>
1. 폰 중독
3. 자주 조는 것
9. 아무 것도 안하다가 갑자기 동시다발적으로 여러일을 한꺼번에 한다.
13. 좋아하는 것과 아닌 것에 집중력 차이가 심하다.
16. 약속 직전에 나가기 직전에 상관 없는 일을 한다.
21. 머리속에 갑자기 떠오른 노래가 계속 플레이 된다. (귀벌레)
<성장배경>
1. 고등학교 입시원서를 제때 준비 못한 것
13. 이것저것 일들을 벌리고 감당을 못함
15. 학창시절 제대로 집중해서 학습하지 못함
17. 어릴적 가족들로부터 지적을 많이 받음
주의력 검사는
방안에서 컴퓨터를 통해 진행한다.
단순주의력, 선택주의력, 지속주의력 등
5가지 종류의 주의력 수준을 6가지 검사를
통해 파악한다.
40분, 50분 가량 진행하는 검사인데
앞서 말했던 것처럼 지루해 미칠 뻔 했다.
일단 모두 정상이 나왔다.
이종일 선생님께서는
주의력 수준이 정상이라고
진짜 정상인은 아니라고 하셨다.
병력들, 여러 요인들을 함께 보고
ADHD인지 판단한다.
나의 경우 CAT 주의력검사는
6가지 사항 모두 정상이 나왔다.
응?
검사결과가 정상이라고?
순간집중력이 높거나
지적수준이 높은 경우에
주의력이 정상 범주로 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근데 진짜 정상인이라면
(괄호) 안에 점수가
두 세 개는 140점 이상 나와야한다고 하셨다.
나의 경우는 101, 93, 96 등으로
정상 수준이기는 한데
ADHD가 없으면 더 높게 나올 거라고 하셨다.
나의 경우 창피함을 모면하려고
최대한 열심히 집중해서
검사를 했던 것 같다.
(점수가 낮게 나오면 창피하니까)
위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나는 혼합형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
충동성 60% 수준
집중의 어려움 70~80% 수준
혼합형 ADHD이다.
성인의 2.5~4%가 ADHD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한다.
적절하게 치료받지 않으면
낮은 교육수준, 낮은 고용,
별거나 이혼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사회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운이 좋게도
ADHD가 있음에도 잘 살아남은 것 같다.
내 인생의 고민 중 하나는
머리가 정신이 없이 돌아가고
한 가지 분야를 진득하게 못하는 내 성격이였다.
무엇이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해결하고 싶은 미제 사건 중 하나가 내 성격이었다.
근데 성격이 문제가 아니라
ADHD였다니 인생의 고민이
풀리는 순간이였다.
혼합형 ADHD 진단
성인 ADHD의 주요 문제 사항이다.
1) 실행기능 저하(전전두엽기능)
= 무언가를 하려면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린다
= 항상 굼뜨거나 미루거나 그랬다
2) 주의력의 전환
= 이것 저것 관심사가 빨리 변한다
3) 시간 관리
= 시간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거나
= 시간 약속을 늦는다
4) 문제해결/계획
=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이 떨어진다
= 적절한 계획을 못 세운다.
5) 억제/자제
= 충동적으로 쇼핑을 하거나
= 충동적으로 여행을 가거나
6) 동기(의욕)
= 자주 지적을 받아 의욕이 떨어짐
7) 정서(감정)조절
= 갑자기 화를 주체 못해 표출하거나
= 버럭 화를 내거나
= 주위 사람들을 못살게 군다거나
8) 단기기억(작업기억) 저하
= 간단한 핸드폰 번호가 외워지지 않거나
= 집안일 하다가 길을 잃거나
= 업무 중에 다른 업무가 들어오면 실수하거나
이 중에 자신이 지속적으로
겪고 있는 사항이 있다면
반드시 ADHD를 비롯한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자.
공존질환(우울증, 조울증, 불안장애)로 인해
아토목세틴을 처방 받았다.
보통 콘서타(자극제)로 두뇌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 ADHD 증세를 완화시킨다고 한다.
근데 나는 조증이 있다고 해서,
콘서타(자극제)를 쓰게 되면
조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하여
아토목세틴을 처방 받았다.
아토목세틴 25mg 하루 1회
아라피졸정 2mg 하루 1회
로 시작하기로 했다.
(7월 현재 아토목세틴 80mg,
아라피졸중 2mg을 날마다 먹고 있다.)
아토목세틴을 25->65->80mg까지 증량해
하루에 2회에 걸쳐 복용 중에 있다.
확실히 마음이 진정되고 머리가 맑아지며
걱정이나 불안이 줄어들었다.
모 논문에서 80-100mg 정도를 먹으면
유의미하게 좋아진다고 소개한 연구도 있었다.
이종일 선생님께서는
약을 먹어보기 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장담불가고
먹어보고 경과를 지켜보셔야 한다고 하셨다:
나도 지침에 따라 몇 달에 걸쳐 약을 증량했다.
확실히 좋아지긴 했다.
아내의 전폭적인 응원
ADHD를 처음으로 진단 받아
ADHD 노트를 집에 들고온 날.
아내가 나에게 편지를 써줬다.
노트 맨 뒷장에 보면 있는
노트 칸에 말이다.
아내가 정말 고생이 많았다.
나도 ADHD로 인해 본의 아니게
억울한 적이 많았지만,
그런 나와 살아 고통 받은 아내는
얼마나 더 힘들었으랴.
정상인으로 살아가는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 글을 마친다.
다음 글
다음 편에서는 ADHD의
진단 이후 호전되는 양상을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나도 ADHD 약을 먹고
일상 생활에서 굉장한
개선이 있었다.
매일 일기를 쓰며 어떤 부분이
좋아졌는지 적어두기도 했다.
이런 부분을
독자분들과 공유하고 싶다.
―
글쓴이 소개
피손미 (두 아이 아빠)
전 공 : 서강대 데이터사이언스&인공지능 석사
경 력 : 前 Dr.Glass, Inc. COO
現 Data Korea, Inc.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