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목세틴 복용 후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아내에게 혼나기만 했던 ADHD 치료 이전 시절
ADHD 치료 이전에 나의 일상은 골치 아픈 순간의 연속이었다. 일단 일과 가정생활이 병행이 안 됐다. 그래서 나는 본능적으로 일에만 몰두했던 것 같다. 일해서 돈이라도 벌어오면 가정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다. 내 아내는 남편과 무언가 같이 하고, 함께 손발을 맞춰나가는 과정 자체를 좋아하는데, ADHD로 내가 아내의 장단을 맞출 수가 없었다.
나도 집안일에 도움이 되고 싶어 이것저것 열심히 하기는 했다. 하지만 시쳇말로 액션(?)만 깠다고 표현하면 될까? 질적으로 충분하게 하지는 못했다. 아내에게 혼나지 않을 만큼 그래도 살림과 육아를 하는 느낌을 주는 정도만 신경을 썼다. 나도 안 하려고 안 한 것은 아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ADHD로 인해 집중이 잘 안돼서 그런 것이었다.
아내가 국자를 가져오라고 하는데 깜빡하고 물을 가져오거나
쓰레기 버리라고 했는데 그 사이 다른 관심사가 생겨서 폰으로 검색해 보거나
우선순위가 뒤 바뀌어 애들을 케어해야 하는데 애들을 뒷전으로 하거나
후에 아내가 얘기하길, 내가 일부러 아내를 골탕 먹인다고 착각했다고 한다. ADHD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에는 그런 오해를 풀 수 있었다.
아토목세틴에 관해
(이전 글 참고)
서른 넘어 ADHD를 발견하다. 진단과 치료과정 (brunch.co.kr)
24년 7월 현재 아토목세틴 80mg, 아라피졸정 2mg을 날마다 먹고 있다. 아토목세틴을 25->65->80mg까지 증량해 하루에 2회에 걸쳐 복용 중에 있다. 확실히 마음이 진정되고 머리가 맑아지며 걱정이나 불안이 줄어들었다. 모 논문에서 아토목세틴 80-100mg 정도를 먹으면 유의미하게 좋아진다고 소개한 연구도 있었다.
아토목세틴 25mg 호전양상
일상생활(△) + 업무(X)
일단 일상생활은 가능해졌다. 내 머릿속에는 항상 MP3 플레이어가 재생됐었고, 관심사가 1~2시간마다 계속 바뀌었었다. 아토목세틴 25mg을 복용하고 나서는 살림과 육아를 포함한 일상생활이 좀 더 편해졌다. 하지만 업무가 병행되었을 때는 일상생활이 잘 안 됐다. 25mg으로는 일상생활과 업무 중 하나 정도는 편하게 만들어준 듯하다. 특히 머릿속 노래가 자주 정리되었고 우선순위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이전에는 우선순위 없이 관심도에 따라 일을 급작스레 진행했었다.)
아토목세틴 25mg ->
일상생활과 업무 중 하나는 편하게 만들어줌
아토목세틴 65mg 호전양상
일상생활(△) + 업무(△)
아토목세틴을 65mg 정도 복용하니 일상생활 + 중간 강도의 업무 병행이 비로소 가능해졌다. 살림과 육아를 하면서도 업무에 큰 결격사유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우선순위가 생기고 조급함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난도가 높은 업무가 몰아닥칠 때는 어쩔 수 없이 일상생활과 업무영역을 같이 하기가 벅찼고 뇌정지가 가끔씩 오기도 했다. 하지만 ADHD 치료받기 전보다는 상상이상으로 좋아졌다.
아토목세틴 65mg ->
일상과 업무를 동시에 소화 가능
BUT 어려운 일 생기면
일상생활 + 업무 같이 하기 버거움
아토목세틴 80mg 호전양상
일상생활(O) + 업무(O)
아토목세틴을 80mg 복용하니 일상생활 + 모든 업무 병행이 비로소 가능해졌다. 일반인의 80~90% 수준까지 호전된 것 같다. 특히 복잡하고 난도 높은 업무가 밀려와도 우선순위가 잡혀 조급하게 일하지 않게 되었다. 공존질환의 치료가 병행되어 그런지 우울과 불안장애도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ADHD 특유의 충동성이 남아있긴 하다. 완전히 ADHD로부터 자유롭진 못하다.
아토목세틴 80mg
일반인의 80~90% 수준으로 도달
BUT
ADHD 특성상 충동성이 남아있기는 함
그럼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완치를 할 수 있나요?
ADHD는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다. 현대사회는 고도로 발전된 복잡한 사회이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기 위해서, 수험생으로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약을 필수로 먹는 게 좋겠다. 고혈압, 당뇨약처럼 말이다.
약만으로는 해결되기는 어렵다. 인지행동치료도 병행되어야 한다. 인지행동치료는 나의 증상을 명확히 파악하고 ADHD로 비롯된 문제들을 반복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훈련하는 활동들을 말한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가 부단히 노력해야 효과가 나타나고 운동과 명상 등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ADHD는 완치가 불가능하다.
경제활동을 하거나 일상생활을 원만히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한다.
은퇴하고는 약을 안 먹어도 되지 않을까?
다음 글
다음 편에서는 인지행동치료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약물과 인지행동치료가 병행되면 ADHD 증상이 더 빠르게 호전될 수 있다. 필자가 약물 +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해서 현재 효과를 보고 있다.
인지행동치료란?
인지행동치료는 인지 (생각)와 행동의 변화를 통해 증상의 변화를 꾀하는 치료법
성인에게는 사회적 관계 기술을 개선하기 위한 인지행동 치료를 많이 사용합니다. 성인 ADHD 환자는 스케줄러를 통해 체계적으로 일정을 관리하여 업무 효율과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감정 조절 훈련을 시행하여 화가 나고 감정 조절이 되지 않을 때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합니다. (서울 아산병원 출처)
성인 ADHD 환자에게 유용한 습관 (서울 아산병원 출처)
① 메모가 가능한 노트나 수첩, 스마트폰을 항시 휴대합니다.
② 주변에 휴지통과 정리함을 여러 개 배치합니다.
③ 열쇠, 전화기, 지갑 등의 물건을 담는 보관함을 항상 같은 위치에 두고 사용합니다.
④ 반복되는 실수를 파악하고 동일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⑤ 주무를 수 있는 물건을 주머니에 항상 소지하면서 불안과 분노가 생길 때마다 이를 사용하여 감정을 조절합니다.
글쓴이 소개
피손미 (두 아이 아빠)
전 공 : 서강대 데이터사이언스&인공지능 석사
경 력 : 前 Dr.Glass, Inc. COO
現 Data Korea, Inc.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