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들보를 올리며

by 전종호

성미산 오르막 빛 좋은 자리

기초에 기둥을 박고 다섯 층을 높이어

오늘 대들보를 올리니 필부필녀

여섯 가구 스물네 목숨의 아름다운 집이라

집이란 모름지기

뜨거운 피를 나눈 식구들이

정직한 밥으로 몸을 덥혀 숨을 나누며

같이 걸을까 삶의 오르막

평생의 뜻을 함께 열어가는 곳이니


걸어온 길 피곤한 몸을 누이고

속상할 때마다 토닥토닥

마음 다스리는 어미 아비 있어

어여쁜 새끼들 먹이고 키울 수 있어라


모여 함께 사는 일이란

오로지 머리를 숙이고 남을 받드는 일이며

남의 눈에 작은 가시가 아니라

내 눈동자의 들보를 돌아보고

홀로 또 함께 활짝

꽃 피우는 것이란 것을 깨닫는 것이다


지붕 아래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골목 바람의 두런거림에 귀기울이고

아이들과 손잡고 별을 세면서

조는 듯 반짝이는 별빛에 감탄하고

새와 벌레들의 작은 노래를 듣는 일이다


길 위에서 거리에서 시장에서

정처 없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 환대의 그늘이 되고

보듬어 안에서 밖으로 온기를 나눠

활활 타오르는 세계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 딸의 공동체 주택 상량식에서 읽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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