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끗

by 전종호

산에 간다고 배낭 메고 나왔는데

산 아래 카페에서 발목을 삐끗했다

그놈의 커피 한 때문이었다고

고르지 못한 계단 때문이었다고

눈 흘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한때 뜨거웠던 사랑도 삐끗하고

꼼꼼히 잘 맞춰 둔 일들도 삐끗하여

곧은길 놓치고 굽이굽이 오르막길을

삐끗한 것들이 삐끗하기를 거듭하며

흘러가고 다시 돌아오는 게 삶이라면

설명할 수 있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

한 순간 한 찰나의 앞을 알 수 없고

오른쪽이 아니고 왜 왼쪽인지

숨통이 아니라 발목 인지도 알 수 없고

비겁함 때문이었는지 무모함 때문이었는지

우연 때문인지 예정 때문인지도 알 수 없는

발목 잡혀 살아온 남루한 이력履歷

산벚 꽃잎 하나 삐끗삐끗하며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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