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24

- 마가렛

by 전종호

무슨 꽃이 꽃대 하나 올리지 못하고

이파리만 수풀처럼 무성하다냐

볼 때마다 불평인지 잔소린지

듣고 살던 한 뿌리 마가렛이

어느 날 꽃대 하나를 힘겹게 올렸다

어라 얘가 내 말을 들었나

꽃대 위에 앉은 둥근 몽우리를

꽃을 처음 본 사람처럼 보고 또 보고

돌아서 며칠 뒤에 다시 와 보니

여기저기 꽃대가 올라오고 있다

다 시절이 있고 기약이 있거늘

정녕 꽃 때 하나 알아채지 못한

성급함을 비웃기나 하는 듯

탕 꽃망울 터트리는 날

성마른 사람은 전립선 탓에

꽃의 노산老産 투쟁은 잊어버린 채

오줌을 누지 못해 낑낑거리고

기껏 시원하게 오줌 누는 일 따위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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