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23

- 연꽃 법문

by 전종호

신은 살아계신가 안부를 묻고 싶다면

아니 당신의 호흡을 느끼고 싶다면

연못 연꽃 앞에 가만 무릎을 꿇으라

소문 없이 피는 연꽃의 발치에 앉아

바람 들고 불고 흘러가는 소리와

물결의 번짐을 지켜보고 있으면

연꽃 나지막한 한 말씀 들을 것이다

신은 건물 안에 있지 아니하고

마이크 앞에서 떠들지 않는다

어떻게 무슨 까닭으로

진흙 속에서 연꽃이 꽃 이파리 하나씩

묵언으로 수면 위에 피워 올리는지

무리 지어 몰려다니지 않아도

억울하고 연약한 심령들 하나하나

한 꽃 한 가슴에 모두 품어 안는지

물에도 젖지 않는 겹겹의 꽃잎 중생들

떼구루루 연잎에 굴려 햇빛을 받아내고

물에서 불꽃 해탈을 이루는지 지켜보아라

그대 있을 곳이 진정 어디인지 알게 되리라